사회일반

/이슈추적/ 생존 위기에 몰린 지방대학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한 대구대 학교법인 영광학원이 3월17일 자로 김상호 총장을 직위해제했다. 공식적인 징계 마무리 절차는 추후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 3월4일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번 대구대 총장의 자진사퇴 표명과 학교 측의 직위해제 조치는 지역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벌써 오래전부터 떠돌았던 지방대학의 위기가 마침내 현실이 됐다는 점도, 그리고 총장이 이를 이유로 직을 던져야 할 만큼 대학들의 사정이 다급하게 됐다는 사실 모두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대학 입시에서 대구·경북권 대다수 4년제 대학이 유례없는 미달 사태를 겪었다. 한때 지방대학 중 전국 최고 위상을 자랑했던 국립 경북대를 비롯해 사학 명문인 영남대와 계명대가 추가모집을 통해 가까스로 등록률을 끌어올려 그나마 체면치레는 했지만, 대구대와 대구가톨릭대 등은 여러 차례 추가모집에도 등록률이 80%대에 그쳤다.

전문대학의 사정은 더 어려웠다. 영진전문대 대구보건대 등, 한때 높은 취업률로 인기가 높아 모집 정원을 100% 가까이 무난히 채웠던 대학들마저 올해는 예외 없이 미달 사태에 휩싸였다.

그러나 지방대학의 올해와 같은 미달 사태는 사실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예상했던 일이다. 모집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수급 역전 현상이 여러 관련 통계에서 예견됐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를 토대로 입시 학원가에서 내놓은 자료만 봐도, 2021학년도의 경우 정원이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합쳐 55만5천여 명인 데 비해 입학자원은 49만3천여 명에 그쳐 단순 계산으로도 정원이 6만2천여 명이나 더 많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지방대의 경우는 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도권 소재 대학 선호 성향까지 더해지면서 더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국가적 현안이기도 한 저출산 문제가 단기간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이의 영향이라 할 수 있는 대학 입학 학령인구의 감소도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방대학은 예전처럼 일단 한고비만 넘기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기도, 그리고 그에 맞춘 대책만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힘든 시대를 맞게 됐다. 실제로 정원은 놔놓고 지원자만 봐도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5만5천여 명이 감소했다.

이제 대학의 자구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올해 입시가 끝나자마자 대구·경북권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대책 수립에 나서 정원 축소, 일부 학과 폐지 및 통합, 학과 신설 등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놓고 혁신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노력만으로 위기를 벗어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지방대학의 주장이다.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위기인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대책 마련에 대학들과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 ‘결국 올 것이 왔다’

“결국 올 것이 왔다.” 올해 나타난 대규모 미달 사태에 대해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이 한마디로 평가한다. 일부 대학의 경우 2월 말 추가모집을 수차례나 횟수를 늘리면서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섰지만 결국 정원 100% 충원에 실패했다.

4년제 대학에서는 경북대가 4천624명 모집에 4천555명이 등록해 최종등록률 98.51%였고, 계명대가 98.46%, 영남대가 99.4% 등으로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대구한의대와 경일대의 최종등록률은 지난해보다 하락한 96.2%와 97.6%였다.

그러나 대구가톨릭대와 대구대는 최종등록률이 각각 83.8%, 80.8%로 낮게 나와 대학가에 충격을 던졌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16.2%와 19.1%나 하락한 것이다. 지역 전문대도 올해 최종등록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지난해 100% 등록률을 기록했던 영진전문대가 올해 90.4%로 낮아졌으며, 대구보건대 역시 89.4%로 지난해보다 5.2% 떨어졌다. 또 계명문화대가 88.4%, 대구과학대가 89%, 수성대가 91.6%로 최종 집계됐다.

◆ 혁신으로 돌파구 찾는다

지역 대학들은 충격 속에서도 발 빠르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해 충격적인 입시 성적표를 받아들고 총장 사퇴 사태까지 벌어졌던 대구대는 3월9일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대학 운영은 일단 학내 구성원들의 협의 시스템인 집단지도체제에 맡겼고 후임 총장은 5월 전후로 선출할 예정이다.

대구가톨릭대는 체질 개선을 위한 경쟁력강화위원회를 개학과 동시에 가동하는 한편, 대학 시스템 개선을 위해 새로운창학기획단을 2학기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수급 불균형이 근본 원인인 만큼 정원 감축이나 일부 학과의 폐지, 새로운 학과 신설 등 혁신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100명이 넘게 정원을 못 채워 자존심을 구긴 경북대는 당장 상주캠퍼스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게 됐다. 통합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통합 효과는 고사하고 매년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전문대 역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신임 총장이 3월 초 취임한 영남이공대는 총장 주도로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학사 운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한편, 다른 지역의 우수 전문대의 모집 노하우를 수집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대구권 전문대의 경우 당장 2022학년도부터 최소한 10% 안팎의 정원 감축과 또 시대 변화에 맞게 학과 신설 및 퇴출, 학생 모집 강화를 위한 입학처체제 강화 등이 학교별로 추진될 것이란 게 지역 전문대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 앞날이 더 걱정이다

지방대학의 고민은 미달 사태가 한차례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대학 신입생 예상충원율’을 보면 오는 2024년에는 지방대 전체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중 정원을 70%도 채우지 못할 지방대학이 무려 34%나 될 것으로 예측됐다. 물론 이는 모집 정원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추정한 수치이긴 하다.

또 교육부의 대학 입학자원 추이를 봐도 2018년 49만7천218명에서 2021년 42만893명, 2024년 37만3천470명 등으로, 입학자원이 향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모집 정원이 지원자보다 많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수급 불균형 외에도 인구, 자본,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실과 지방대 출신을 차별하는 사회 분위기 등도 지방대학의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이는 단기간에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학이 당장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대다수 지방대학이 등록금 수입에 학교 재정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표상 효과가 클 학생 정원 감축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을 거란 것이다.

이는 또 현행 정부의 대학지원 제도와도 관련된 문제다. 지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나 현 정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모두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해 평가 점수가 높은 대학에 정부 지원금이 많이 가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대학의 경우 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대책이라야 기껏 신입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을 대폭 올리거나 그 대상자를 크게 늘리는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빠듯한 학교 재정에서 장학금으로 많이 빠져나가게 되면 결과적으로 학교 중장기 발전을 위한 교육투자금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대학지원 제도로는 현실적으로 수도권 대학만 혜택을 입게 돼, 그 결과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격차만 더 벌려놓는다는 게 지방대학의 불만이다. 물론 지방대학이 지역에 특화된 산업 분야나 시대 흐름에 따라가는 신산업 수요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학교마다 특화 전략을 지속해서 추진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메인사진-올해 대학 입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는 지방대학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네 번째부터)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인철 회장 등이 3월11일 국회에서 고등교육 현안 관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브사진1-대학들이 새 학기를 시작한 가운데 3월11일 오후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학교에서 항공서비스과 학생들이 대면 강의로 객실 서비스 실무를 배우고 있다.연합뉴스


서브사진2-3월8일 대구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실기실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충분한 거리두기를 하고 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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