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가다<82>예닮맘푸드

발행일 2021-03-10 08:38:3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천하일미 누룽지를 만드는 벤처여성농업인 예닮맘

직접 재배한 고품질 쌀로 만든 고품질 누룽지로 승부

좋은 누룽지를 위해 똘똘 뭉친 누룽지 가족의 도전과 꿈



이은정 대표가 전기밥솥에서 지은 ‘5분도 현미밥’을 그릇에 옮겨 담고 있다.


누룽지는 천하제일의 음식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누룽지에 천하제일이라는 타이틀을 안긴 것은 청나라의 건륭제였다.

황제가 변복을 하고 지방 시찰을 나갔다가 식사 때가 한참이나 지난 후에 작은 식당에 들렀다.

배고픈 황제 앞에 식당 주인이 기름에 튀긴 누룽지와 채소 국을 내어왔다.

누룽지에 채소 국을 붓자 ‘타다닥’하는 소리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놀란 황제가 “이것이 무슨 음식이냐”고 묻자 “춘뢰경용(春雷驚龍), 봄날 우레에 놀란 용 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용의 자식인 황제 앞에서 놀란 용을 들먹이는 것이 괘씸했으나 시장기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황제인 것을 알았다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구수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황제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땅에서 한바탕 천둥소리 울리니 천하제일의 요리가 나왔네(平地一聲雷 天下第一菜)’라는 글귀를 적어 감사의 선물로 줬다.

이때부터 누룽지는 천하제일의 음식이 된 것이다. 포항에 누룽지에 승부를 건 농사꾼이 있다. 누룽지 가공의 최고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한다.

6만6천여㎡의 벼농사를 짓고, 그 쌀로 누룽지를 만든다.

‘예닮맘푸드’의 이은정(50) 대표와 남편인 박용석(50) 누룽지연구소장이 주인공이다.

이은정대표의 아버지인 이백만(78)씨가 ‘5분도 현미밥’을 가마솥방식의 누룽지 제조기에 넣고 있다.
◆ 백의 천사에서 농부로 변신

이 대표는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울산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전문직 여성이었다.

병원에서도 힘든 부서라는 수술실에서 일했다.

힘은 들었지만 보람도 있고 적성에도 맞았다.

하얀 가운과 녹색 수술복은 평상복처럼 익숙했다.

농사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운명의 흐름은 남편을 만나면서 바꿨다.

포항에서 보험업계에서 일하던 박 소장을 만났고 결혼을 하면서 농촌이 다가왔다.

계속 간호사로 일하고 싶었으나, 출산과 원거리 출퇴근이 어려워 시댁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었다.

10년 전에 남편이 부모님의 농사를 물려받으면서 완전한 농부가 됐다.

벼농사를 지었으나 비료 등 각종 영농비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었다.

들쑥날쑥한 쌀값은 앞날을 불안하게 했다.

경쟁력이 있는 방법을 찾던 중에 대구에서 누룽지를 만들던 조카의 권유를 받고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기술부족과 판매가 부진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4년차에 접어들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기술과 판매에 노하우도 생겼다.

특히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생명과학대를 졸업한 딸이 합류하고 친정 아버지인 이백만(78)씨까지 거들면서 작지만 강한 가족 식품기업으로 자리 잡아 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아픈 사람의 건강을 돌봤지만 이제는 먹거리를 통해 건강을 지키는 일을 한다”며 “이제는 치료보다는 먹거리로 건강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어 더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예닮만푸드 가족들이 선별검사를 마친 누룽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이 이은정 대표다.
◆좋은 재료가 좋은 제품

인풋-아웃풋(input-output)은 이 대표가 자주하는 말이다.

좋은 원료를 사용해야 좋은 누룽지가 나온다는 의미다.

좋은 쌀로 밥을 짓고 그걸 누룽지로 만들어야 맛있는 누룽지가 만들어 진다는 확신이다.

‘예닮맘푸드’의 누룽지는 직접 재배한 벼를 직접 도정해서 만든다.

밥맛이 좋은 삼광벼를 ‘5분도 현미’로 당일 도정해 사용한다.

‘5분도 현미’는 쌀을 감싸고 있는 쌀겨(米糠)를 50%만 벗겨낸 쌀이다.

‘5분도 현미’에는 쌀눈이 붙어 있어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그대로 남아있다.

좋은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벼 재배 전 과정에서부터 신경을 쓴다.

논에서 나오는 볏짚은 그대로 논으로 돌려 줘 땅심을 높이고, 검증된 기관에서 공급하는 우량 볍씨만을 사용한다.

친환경 소독을 위해 화학약품이 아닌 ‘60℃ 온탕소독법’으로 볍씨를 소독한다.

토양검증을 통해 적정한 시비량을 조절하고, 규산질 비료를 뿌려 튼튼하게 키워 농약사용도 최소화 한다.

화학비료를 줄이고 유기질 비료를 늘리는 것도 튼튼한 벼를 키우기 위한 것이다.

수확한 벼는 수분함량을 15% 정도로 건조시켜 보관하다가 누룽지를 만들기 직전에 도정해 사용한다.

이 모든 것은 고품질 쌀을 생산하고, 신선한 상태로 보관해 연중 좋은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부부의 노력이다.

가마솥 방식의 누룽지 제조기 위에서 갓 구워낸 누룽지 모습.
◆특허받은 키토산 누룽지

우리의 ‘소울푸드’인 누룽지는 이제 전 세계인이 즐겨 먹는 먹거리가 된지 오래됐다.

간식을 넘어 주식의 자리로 다가가고 있다.

사전에서는 소울푸드인 누룽지를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쩌면 불 조절을 잘 하지 못해 만들어진 실패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맛과 영양을 무기로 명품의 자리를 꿰찼다.

잠깐의 방심으로 만들어진 페니실린이 인류의 생명을 구했던 것처럼.

누룽지는 오래전부터 쌀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에서는 많이 먹었던 음식이다.

중국에서는 ‘궈바’, 일본은 ‘오코게’, 베트남은 ‘꼼짜이’라고 부른다.

예닮맘푸드에는 ‘누룽지야 고마워’를 비롯해 ‘건강한 아침 한 끼’ ‘키토산누룽지’ ‘참깨 누룽지칩’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그냥 먹으면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뜨거운 물에 넣어서 1분이면 누룽지탕이 되고 숭늉도 된다.

우유에 넣으면 시리얼로 변신한다.

샐러드에 토핑을 얹으면 맛있는 다이어트 식품이 된다.

키토산누룽지는 특허를 받았다.

키토산은 콜레스테롤을 분해하고 항암작용과 혈압상승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건강 물질이다.

예닮양이 선별검사를 마친 누룽지를 선풍기를 이용해 냉각·건조작업을 하고 있다. 냉각·건조작업을 마치면 바로 포장작업을 해서 배송한다.


◆정성을 담은 수제 누룽지

예닮맘푸드의 하루는 오전 6시에 박 소장이 그날 쓸 쌀을 도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온 저장고에 보관한 현미를 ‘5분도 현미’로 도정해 바로 밥을 짓는다.

오전 9시가 되면 전 가족이 함께 누룽지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다.

친정 아버지가 가마솥 방식의 누룽지 제조기를 이용해 누룽지를 만든다.

밥솥에서 금방 퍼낸 밥을 20g용 계량스푼을 이용해 누룽지 제조기에 현미밥을 떠놓고 자동압축기를 누르면 바로 누룽지가 만들어진다.

뜨거운 상하의 무쇠판 사이에서 밥이 얇게 펴지고 구워져 누룽지가 된다.

자동압축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두께를 균일하게 굽기 위해서다.

초창기에는 수작업으로 했으나 골고루 펴지지 않고 힘이 너무 많이 들어 기계작업으로 변경했다.

오직 이 과정만을 기계작업으로 한다.

나머지 공정은 모두 수작업이다.

구워진 누룽지는 1차 제품검사를 거친 후 선풍기 바람을 이용해 냉각시킨다.

이 과정에서 모양이 비뚤어지거나 덜 구워진 것, 혹은 너무 구워진 것은 바로 폐기한다. 냉각시킨 누룽지는 포장작업 전에 2차 검사를 한 번 더 거친다.

오전에 가공을 마치면, 바로 포장해 배송하기 때문에 다음 날이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포장작업을 마친 키토산 누룽지.


◆지금은 고민 중

부부는 요즘 고민이 많다. 이제 품질도 인정을 받고, 제품의 신뢰도도 높아졌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재의 수제방식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울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에서 내실화를 기할 것인지 자동화시설을 갖추고 양산체제로 변경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행복한 고민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품질의 안정성을 추구할 계획이다.

중국 진출도 고민 중이다.

최근에 중국에서 누룽지가 당뇨에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진출을 계획했으나 코로나로 인하해 답보 상태에 있다.

현지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은 계속 추진 중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중국인을 겨냥한 제품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언제 어디서나 물 없이도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제품개발은 박 소장이 맡고 있지만 생명과학대학을 졸업한 딸이 합류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부부의 열정과 딸의 현대적 감각이 합쳐지면서 새로운 누룽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

명품 누룽지를 위해 뭉친 가족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5분도 현미’ 누룽지로 만든 ‘건강한 아침 한끼’ 누릉지. 뜨거운 물에 넣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누룽지탕이 된다.


▲농장명: 예닮맘푸드

▲대 표: 이은정

▲구입문의: 054-255&mdash;6191, 010-2528-6692

▲소재지: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동해대로 2751번길 12

▲블로그 : https://blog.naver.com/ekfa001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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