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으로 내몰린 지방 대학, 사상 초유의 정원미달 사태로 총장 사퇴의사 밝히기도

발행일 2021-03-07 15:06:5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상호 대구대 총장 입시 책임지고 사퇴의사 밝혀

대구대학교 전경.
사상 유례없는 정원미달 사태를 겪으면서 대학가에 떠도는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는 속설이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입시에서 무더기 정원미달 사태를 빚은 대구·경북 대학들은 입시결과에 책임을 지고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지방 분교 이전 논의가 진행되는 등 시종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 5일 김상호 대구대학교 총장이 올해 신입생 모집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뜻을 밝혔다.

내년 5월이 임기 만료인 김 총장은 올해 입시결과와 관련해 자신의 책임을 묻는 내부 게시판의 글에 “이번 학기 내에 내년 입시와 편제 개편 등을 다룰 다음 집행부를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댓글을 남겨 사퇴의사를 내비쳤다.

전국 각 대학에서 정원 미달이 속출한 가운데 총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건 대구대가 처음이다.

대구대는 2021학년도 신입생 등록률이 80.8%로 지난해보다 19%포인트 떨어져 대량 미달사태를 빚었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전경
앞서 지난 1월에는 경주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이전을 추진한다(본보 1월21일 1면)는 설이 퍼지면서 경주가 들썩였다.

지난 1월19일 동국대는 본교에서 이사회를 열고 ‘2020년도 법인 중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주캠퍼스 발전 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유치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주캠퍼스 이전을 포함한 장기 발전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 얘기가 전해지자 주낙영 경주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전에 단호히 반대하며 일체 논의를 중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역 대학 위기설이 현실로 다가오자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대학 교직원 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학생 수 감소는 대학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교직원들의 생존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학생 수 감소가 재정 부담 악화로 이어져 학내 구조조정뿐 아니라 신규 채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이 줄면 입학금, 등록금 수입 감소에다 교육부 지원금도 줄어들어 학교에 미치는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며 “정원 미달 사태로 인한 몸집 줄이기는 구조조정으로 이어 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미달 사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입시전문가는 “대구·경북에서 수능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빠지지 않고 몽땅 지역 대학교와 전문대에 지원한다해도 올해 2만 명 이상이 모자란다”며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매년 이 같은 현상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파국에 이르기 전에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시대흐름에 맞는 경쟁력 있는 학과 신설과 각 대학 특성에 맞는 입시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것”이라며 “위기에 내몰린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출구 전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2021학년도 입시에서 대구권 4년제 대학 가운데 정원을 모두 채운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지난해 유일하게 100%의 등록률을 보였던 대구가톨릭대도 올해 83.8%의 등록률을 나타냈고, 경북대도 69명이 모자란 98.5%의 등록률을 기록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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