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중심 벗어나 복합문화 공간 재탄생||리모델링 통해 장애인 관련 시설 대폭 확충||시각

▲ 대구광역시립수성도서관 전경
▲ 대구광역시립수성도서관 전경
대구광역시립수성도서관(이하 수성도서관)은 1989년 개관했다. 개관 당시에는 화랑공원이 효목공원이었기 때문에 이름이 ‘효목도서관’이었다.

2008년 11월10일 ‘대구광역시립수성도서관’으로 개칭했다.

대구 시립도서관 중에 가장 늦게 만든 건물에다 최근 리모델링 공사로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 제공으로 최적의 독서 환경을 자랑한다.

2002년과 2015년 ‘한국도서관장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2012년과 2018년 두 번의 ‘청소년자원봉사우수터전’수상부터 2020년 ‘도서관장애인서비스우수사례장려상’ 등 모두에게 열린 도서관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수성도서관은 대구시민에게 ‘공공도서관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고 있다.



▲ 수성도서관 1층 로비에 설치된 가로 290㎝, 높이 800㎝의 대형 벽면 서가 모습.
▲ 수성도서관 1층 로비에 설치된 가로 290㎝, 높이 800㎝의 대형 벽면 서가 모습.
◆이용자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한 수성도서관

수성도서관은 수성구 만촌동 부지(3천840㎡)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됐다.

지하 1층에는 이동도서관과 미디어홀(시청각실)이, 1층에는 시각장애인실과 어린이자료실, 2층은 디지털자료실과 정기간행물실, 3층은 종합자료실로 구성됐다.

수성도서관은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의 장서 중심공간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공간 구성 등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복합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해 스마트도서관을 구현하고 도서관 시설의 현대화와 내부시설 재구조화에 신경을 썼다.

특히 기존 시각장애인실에 더해 장애인 관련 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장애인 엘리베이터 2대, 이동식휠체어리프트 1대, 남녀 장애인화장실 별도 설치, 장애인용 자료를 녹음하는 녹음실 추가 설치 등 누구나 제약받지 않고 도서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역점을 뒀다.

수성도서관 이용 시간은 어린이자료실, 시각장애인실, 정기간행물실의 경우 오후 6시, 디지털자료실은 오후 7시까지다. 종합자료실과 열람실은 오후 10시까지이지만 코로나19상황으로 오후 9시까지 단축 운영한다.

주말은 모든 자료실이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도서 대출은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회원가입을 통해 가능하며 1회 10권의 자료를 15일간 빌려볼 수 있다.

수성도서관 장서는 현재 28만 권을 보유하고 있다. 시청각자료와 디지털콘텐츠 6만5천여 개를 포함해 점자도서 6천616권, 녹음도서 3만7천860권, 독서치료자료 7천441점도 구비돼 있다.

수성도서관은 대구지역에서 도서 대출량이 상위에 있는 도서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매년 7만 명이 넘는 이용객이 30만 권 이상의 책을 이용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리모델링 공사와 코로나19의 악재가 겹쳐 이용률이 낮아졌다. 인원 제한으로 인한 부분 개방으로 시민들의 아쉬움이 크다.

규모가 비슷한 다른 도서관보다 대출량이 많은 비결은 이용자 중심에 서서 소통하고 실천하는 직원들에 있다. 도서관의 모든 업무를 도서관 전문가인 사서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요구를 반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지역민과 활발히 소통하는 수성도서관에 칭찬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열리는 ‘열린 점자 체험 교실’ 수업 장면.
▲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열리는 ‘열린 점자 체험 교실’ 수업 장면.
◆대구지역 유일한 시각장애인실 운영

수성도서관은 타 도서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성도서관의 시각장애인실은 1991년에 개설됐다. 30년 동안 대구 공공 도서관 중 유일하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료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

녹음도서와 점자도서 등 시각장애인용 대체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료 서비스와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로 대체자료를 만들 수 있는 녹음실이 두 개로 늘어 자료 제작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수성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의 대체자료로 점자도서, 녹음도서를 구입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희망하는 자료가 제작돼 있지 않아 구입이 어려운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녹음 파일로 제작해 제공한다. 간단한 전자기기 매뉴얼부터 교재, 소설,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희망 자료를 신청받아 제작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대상으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시각장애인 독서회 운영’으로 매월 정해진 토론도서를 일반도서와 녹음도서로 회원들에게 지원해 주며 1년에 한 번 회원들을 대상으로 문화유적 답사도 운영한다,

‘찾아가는 독서 프로그램 운영’으로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과 광명학교와 연계해 독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정서적 교감을 통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각장애인용 대체자료 등의 필요성을 알리는 행사도 운영 중이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열린 점자 체험 교실’을 운영해 기초 점자를 학습하고 만들기를 통해 점자에 대해 알리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 수성도서관은 매년 개최하고 있는 시로 여는 낭송대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는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시로 여는 낭송대회 모습.
▲ 수성도서관은 매년 개최하고 있는 시로 여는 낭송대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는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시로 여는 낭송대회 모습.
◆문화프로그램 맛집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로 대구 시민들이 지쳐가고 있을 때 수성도서관은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쉬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정서적으로 우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위해 인문학을 통해 치유의 손길과 포근한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것.

대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코로나블루, 레인보우 극복기’가 있다. 한국도서관협회 공모사업(길위의 인문학)으로 운영해 지난해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블루를 치유하기 위해 무지개 색깔에 담긴 에너지와 힐링 도서를 정해 소통한다. 책 읽기와 강연으로 구성돼 있으며 참여자가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지난해 조두진, 엄창석, 윤일현 등 지역 유명 향토작가와 문학 치료사로 구성된 강사진이 올해에도 활약한다.

영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초등학생, 직장인, 주부 등 누구나 참여해 올바른 독서문화를 정착할 수 있는 책 읽기와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

매월 정해진 요일에 정기 독서토론회를 운영해 유적답사, 야외토론 등으로 독서회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정서적 자아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매주 화요일마다 유아자료실에서 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책을 통해 유아들에게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책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 매년 개최하고 있는 시로 여는 낭송대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는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 지난달까지 수성도서관 1층 로비에 설치된 ‘책 트리’ 모습. 준비된 메모지에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적어 붙일 수 있도록 운영해 지역민들의 호응이 높았다.
▲ 지난달까지 수성도서관 1층 로비에 설치된 ‘책 트리’ 모습. 준비된 메모지에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적어 붙일 수 있도록 운영해 지역민들의 호응이 높았다.
◆단순히 대출받는 공간 아닌 소통의 공간

수성도서관은 이용자가 가장 많이 오가는 1층 로비에 가로 290㎝, 높이 800㎝의 대형 벽면 서가를 설치했다. 기존 도서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형 서점에서나 볼법한 벽면 서가로 주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현재 벽면서가 하단부에는 대구시교육청 선정 인문도서 100선을 전시해 시민들에게 시각적인 방법으로 인문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기존 틀에 박힌 도서추천 방법보다 가시적으로 와닿는 전시와 추천으로 이용객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또 도서관은 지난달까지 1층 로비에 ‘책 트리’도 설치했었다. 이용하지 않는 낡은 책으로 높이 270㎝, 지름 180㎝ 트리 모양의 책을 쌓아 지역 주민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했다.

수성도서관은 ‘책 트리’를 전시에 그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소품으로 활용했다. 도서관 이용시 준비된 메모지에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적어 붙일 수 있도록 운영한 것. 코로나19로 연말·연초 느낌을 낼 수 없었던 방문 시민들 모두 자신들의 새해 소망을 적어 메모지를 붙일 빈 공간이 없을 정도였단다.

이외에도 수성도서관은 ‘가족과 함께하는 영화 상영’, ‘산타할아버지 퀴즈 풀고 문화상품권 타기’, ‘잘가 2020, 안녕 2021 송년 북큐레이션’ 등 책을 단순히 대출받는 도서관이 아닌 지역 주민들이 소통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조정희 대구시립수성도서관장.
▲ 조정희 대구시립수성도서관장.
◆ 조정희 대구시립수성도서관장 인터뷰

“단순히 책을 빌려 가는 공간이 아닌 편안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축하겠습니다.”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은 조정희 도서관장이 생각하는 수성도서관의 비전이다. 조정희 도서관장은 도서관에서 지역민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매일매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이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로 ‘소통’을 강조했다.

조 관장은 “코로나19로 지혜의 보고라는 도서관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기대 속에 모두들 숨죽여 있었으나 그 끝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들은 개인과 개인으로 떨어져 있어 모두들 내색하고 있진 않지만 저마다 연결의 끊어짐으로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절된 소통을 다시 연결하는데 도서관의 공간이 시민들에게 마음의 치유를 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온라인 강좌로 전환하고 각종 문화 행사들도 비대면으로 운영 중인 이유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개개인을 맺어주는 일이 도서관으로서의 책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도서 및 정보를 제공하는 도서관 본연의 기능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관장은 “그 간 수성도서관이 1991년부터 제공한 장애인 서비스는 해가 거듭될수록 발전해 오고 있다”며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책무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배움과 독서가 지역주민들이 평생교육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평생학습사회를 구현할 것”이라며 “누구나 쉽게 찾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수성도서관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조정희 대구시립수성도서관장이 점자도서를 살펴보고 있다.
▲ 조정희 대구시립수성도서관장이 점자도서를 살펴보고 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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