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시기와 물량, 효능 등을 놓고 말도 많았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국적으로 2월26일부터 시작된다. 대구·경북에서도 이때부터 의료인력을 첫 순위로 순차 접종이 이뤄지게 된다.

국내에서 첫 접종이 이뤄질 백신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두 가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에서 생산한 것으로, 75만 명분이 2월24일부터 수일간 순차적으로 공급돼 이틀 뒤인 26일부터 접종이 이뤄진다. 이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월10일 코로나19 백신 최초로 만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허가했다. 또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프로젝트(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국내에 들여오기로 한 화이자 백신 5만8천500명분도 2월 말이나 3월 초에 도입된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대구·경북민들은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지만, 한편으론 백신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생산 차질과 국가 간 백신 확보 경쟁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백신 수급에 대한 불안이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2월 초순에 백신 1차 접종을 모두 마친 상태지만, 이보다 다소 늦은 유럽연합은 백신 부족 사태가 우려되자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을 도입할 움직임이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외에 스푸트니크V 백신의 도입 여지를 열어놓고 만일의 백신 부족 사태에 대비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또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효능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남아공은 2월 초 변이 바이러스의 경증-중등증 감염에 대해 백신의 예방효과가 22% 정도로 나오자 백신 접종을 보류하기로 했다. 특히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이런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 것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인 대응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국내 방역 당국에서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예방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환자 상태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는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특히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아직 크게 유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백신 접종을 홍보하고 있다.

많은 국내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된 대부분 백신은 업데이트할 수 있는 유전공학적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일단 기본 백신을 접종한 다음 업데이트되는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외에도 짧은 개발 기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통상 백신은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코로나19 백신은 1년 만에 개발에서 접종까지 이뤄지게 되면서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이미 접종을 시작한 유럽에서 고령층 효능 논란이 있었고 화이자, 모더나 백신 역시 유럽에서 부작용 사례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유럽 각국 정부는 세 백신 모두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없으며, 발생률 역시 미미한 수준이라며 접종을 권유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백신 개발 과정에 생략된 부분이 없고 점차 백신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있으므로 맞는 편이 낫다고 권고하고 있다. 김신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장(경북대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완벽히 안전하다는 것은 없다. 기대 이익이 위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백신을 맞고,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백신을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백신 접종 효과의 지속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아직 명확한 답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최소 2주 정도는 지금처럼 거리두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백신 선택권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국내에 가장 먼저 수입될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예방 효과가 70% 정도로,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90% 이상)보다 떨어지고 가격도 10분의 1 정도로 알려지자 일부 중증 질환자나 고령자 가족들은 “돈을 낼 테니 비싸더라도 예방 효과가 높은 백신을 맞고 싶다”는 의견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신우 단장은 ‘백신이 효과가 50% 이상 되면 예방접종이 가능한데 (거론되는 백신은) 현재 90%대나 70~80%가 나오고 있다. 집단면역 효과를 위해 먼저 들어오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한다. 정부도 접종 시 개인이 백신을 선택할 수 없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는 1월28일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예방접종 순서는 의료, 방역체계 유지, 중증 진행 위험, 코로나19 전파 특성 등을 고려해 정해졌으며, 이에 따라 확정된 1순위 접종 대상자는 의료진 5만 명이다. 백신은 9월까지 전 국민 1차 접종을 마쳐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시기 전인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애초 1차 우선 접종 대상자로 예정됐던 만 65세 이상의 요양 병원·시설 입소자나 종사자에 대한 접종은 백신 신뢰도를 높여줄 추가 임상 정보를 더 확인할 수 있도록 3월 말 이후로 연기됐다.

◆ 대구 46만 명, 경북 65만 명 상반기에 접종

올해 상반기 중으로 대구시가 최대 46만여 명, 경북도가 최대 65만여 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곧 도입될 화이자 백신을 2월 하순부터 대구의료원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등 대구 7개 병원의 코로나19 의료진 3천 명에게 우선 접종한다.

2분기부터는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41만3천여 명에 대한 접종을 시작하며, 3분기 7월부터는 만성질환자, 군인, 경찰, 소방, 사회기반시설 종사자, 소아·청소년 교육·보육 시설 종사자 등 160만여 명에게 순차적으로 접종할 계획이다.

경북은 코로나19 치료종사자 1천100명, 만 65세 미만의 요양병원·노인요양시설 입원·입소자와 종사자에게 우선 접종한다. 3, 4월에는 의료기관 근무 보건의료인과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119구급대 등) 1만7천여 명에게 접종할 계획이다.

5, 6월에는 노인시설 입소자 등 3만6천 명, 의료기관 근무 보건의료인 1만1천여 명에게 접종하며, 하반기에는 이때까지 백신을 맞지 않은 도민들에 대해 11월 전까지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 대구시, 경북도 백신 접종 준비 마무리

대구시는 2월 말부터 시작되는 백신 접종을 차질 없이 시행하기 위해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추진단을 이미 1월 중 구성했다. 또 8개 구·군 당 최소 1곳씩 접종센터를 우선 선정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준비를 하고 있다.

접종센터에서는 초저온 냉동이 필요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접종이 주로 이뤄진다. 또 상온 보관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지정의료기관 선정도 2월 중 마무리한다. 기존 독감 예방접종에 참여했던 의료기관 1천160곳 중에서 신청을 받아 결정할 계획이다.

경북도 역시 백신 접종을 위해 일선 시·군과 협력하고 있다. 애초 23개 시·군의 체육관이나 군민회관을 활용해 모두 24곳(포항 2곳)에 접종센터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오는 10월 구미를 중심으로 도내 71개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제102회 전국체전 준비로 인해 이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이미 선정된 백신 접종센터 가운데 경기장과 겹친 10곳을 제외하는 대신, 소규모 접종센터 여러 곳을 선정하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예정된 접종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접종센터마다 초저온냉동고를 설치하며, 지정의료기관도 1천여 곳을 운영한다. 지정의료기관에서는 비교적 운반·보관이 쉬운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 접종이 이뤄질 예정이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 메인사진-권영진 대구시장이 2월10일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의료진과 자리를 함께 했다.연합뉴스
▲ 메인사진-권영진 대구시장이 2월10일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의료진과 자리를 함께 했다.연합뉴스
▲ 서브사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품질검사 시설을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월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 서브사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품질검사 시설을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월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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