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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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입춘이 지나자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짙어간다. 움츠렸던 대지가 기지개를 켜대고 강변을 지키는 나무들 사이 반짝이는 물빛에도 통통 튀어 오르는 스프링 같은 봄 향기가 묻어난다. 이제 머잖아 꽃소식이 화사하게 전해오리라. 뉴욕의 지인이 보낸 소식에는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풍경이다. 폭설로 갇혀 지내다가 키우던 강아지가 졸라대서 산책 나갔다고 한다. 거리를 거닐다가 어느 꽃집에서 노란 꽃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마도 눈 속에서 피어난 복을 부른다는 꽃, 복수초가 아닐까 하면서 축복의 말을 담아 보내줬다.

복수초, 해마다 입춘 부근이면 유명 수목원의 눈 속에 피어난 꽃 복수초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에도 아무리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도 사진가들 마음에는 복수초가 아련했으리라. 여느 때 같으면 그 꽃이 피어날 즈음이면 누구보다 먼저 보기 위해 날마다 기다리고 있지 않던가. 얼어붙은 대지 위에 소복이 내린 눈 이불을 뚫고 꽃대를 밀어 올리는 그 꽃을 찾아 헤매 다니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진가들. 눈 속에 노란 별같이 생긴 꽃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 엎드린 자세로 수십 수천 번 셔터를 눌러대며 속으로 터져 나오는 탄성을 나지막이 삼키곤 하지 않았겠는가. ‘복수초’. 꽃말은 영원한 행복이라고 한다. ‘복(福)수(壽)초(草)’는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햇빛이 잘 드는 지역 그늘진 곳, 약간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눈 사이에서 구멍을 낸 것처럼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워낸 그 복수초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카메라를 가져다 대고 찍어서 영원히 품고 싶지 않겠는가. 하얀 눈과 노란 꽃이 대비를 이루는 꽃 사진, 이 세상의 춥고 어두운 풍경을 잊고도 남을 정도로 화려한 늦겨울 풍경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눈 속의 연꽃 같다고 해 복수초를 설연화(雪蓮花)나, 우리말로 얼음새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복수초가 눈 쌓인 자리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자기 스스로 열을 발생시켜 주변 눈을 녹이는 성질 때문이다. 바로 난로 식물인 셈이다. 사람이나 젖먹이 짐승들처럼 열을 발생시키는 난로 식물이라니~! 복수초는 정말 주변을 따스하게 녹여주고 복을 불러오는 식물이 맞나보다. 열 발생은 식물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호흡으로 만들어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복수초의 뿌리 주변은 영상 10~15℃ 정도로 주변보다 따뜻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니 바로 이런 특별한 능력으로 엄동설한 눈 속에서도 누구보다 먼저 봄을 맞이하도록 꽃대를 밀어 올리나 보다. 그 현상을 밝혀보려고 많은 과학적인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 확실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아마도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을 더 멀리까지 퍼뜨리기 위해서이거나,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택한 보호법이지 않을까 하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단다. 스스로 열을 내어 난로 식물에 속하는 복수초, 이 녀석이 혹한기 밤과 새벽을 보내기 위해 또 다른 전략을 쓴다는 것이 재미있다. 매일 꽃잎을 피우고 오므린다고 한다. 해가 뜨면 복수초 꽃잎이 살짝 펼쳐지기 시작하고, 꽃 머리가 태양을 따라 돌면서 햇빛을 최대한 받아 오목한 꽃 안으로 햇빛을 모으다가 오후 3시가 지나면 꽃잎을 꽁꽁 닫아 온기를 잃지 않도록 자기 몸을 보호한단다. 식물도 나름의 자구책을 만들어서 춥고 건조해 힘든 환경에서도 꿋꿋이 생존하는 것이 참으로 신비롭다. 봄, 부지런히 활동을 시작한 복수초가 꽃잎을 펼치고 오므리기를 반복하듯 우리도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잘 버텨야 하지 않겠는가.

뉴스에서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팀 홈구장이 거대한 백신 접종장으로 변신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뉴욕시 브롱크스에 위치한 양키스타디움에서 취약 계층 주민들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보도다. 브롱크스는 지난해 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았던 지역 중 하나였고 현재도 코로나 양성 판정률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뉴욕시와 뉴욕 주 보건당국은 브롱크스 주민을 대상으로 양키스타디움에서 대규모 백신 접종 캠페인을 개시하기로 결정했고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과 양키스 구단 관계자들은 현장에 나와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양키스 모자를 쓰고 온 더블라지오 시장은 “오늘은 다른 종류의 개막일”이라면서 “오늘 하루만은 나도 양키스 팬”이라고 했다. 보스턴 출신 더블라지오 시장은 양키스와 숙명의 라이벌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광팬으로도 유명하다. 양키스 감독도 “오늘은 양키스타디움 사상 가장 특별한 개막일”이라면서 “이곳에 사는 모든 주민, 백신을 맞는 모든 사람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란 복수초가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듯 우리에게도 어서 빨리 특별한 개막일이 찾아와서 행복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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