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가덕도 지지…지역 의원들은 뭐 했나

발행일 2021-02-01 18:22:5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신공항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부산시당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조장한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지역 대결구도에 굴복한 결과다.

제1야당이라는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을 우습게 보지 않았으면 할 수 없는 결정이다. 자신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대구·경북에 이런 대접을 하는 것은 명분과 신의를 앞세우는 보수 정통야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에서 비롯된 부산시장 보선이 대구·경북에 ‘김해신공항 백지화-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라는 결과로 뒤통수를 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부산 표심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앞서고 국민의힘이 뒤처질세라 따라가는 모양새에 다름 아니다.

대구·경북 정치권은 대응자세를 분명히 해야 한다.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목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고 가덕도신공항에 끌려가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지역의 ‘백년 미래’가 걸려 있다며 그토록 강조해온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이제 앞길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가덕도신공항 위세에 눌린 조그만 동네공항 신세가 눈에 아른거린다.

지역민들은 그간 국민의힘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무엇을 했는지 묻는다. 재보선을 앞둔 당 지도부 눈치를 보며, 반대도 아니고 찬성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하다 결국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민주당의 가덕도신공항 추진은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를 뒤엎은데다 공정성과 객관성마저 잃은 폭거다. 국민의힘도 같은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동남권 관문공항 사업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정치논리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번 사태가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귀결된다면 향후 국가 정책에 심각한 불신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난달 12일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은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우리는 김해신공항 확장방안 22개 분야 중 18개가 적정하고, 4개 분야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검증위 결론이 근본적 재검토로 이어질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치권의 터무니없는 행보에 감사원이 빠른 시일 내 올바른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 시급히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의 에너지를 한데 모아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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