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을 넘어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를 높여||혼자서는 힘든 농산물 가공 협동조합으로 극||가

▲ 손제순 칠칠곡곡협동조합장이 무인판매대에 진열된 햅살떡국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손제순 칠칠곡곡협동조합장이 무인판매대에 진열된 햅살떡국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일이라도 여럿이 힘을 모으면 쉽고 많이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크고 힘든 일이라며 더더욱 그렇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초인(超人)이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협력을 한다.

협력을 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추구하는 목표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같아도 추진하는 방식의 차이도 있다.

협업의 대표적인 사회조직으로 협동조합이 꼽힌다.

조율과 타협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조직체다.

전국에 2만여 개의 협동조합이 있다.

업종에 상관없이 모든 분야에서 설립이 가능하다.

‘FC 바르셀로나’와 ‘AP통신’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2012년은 ‘세계협동조합의 해’였고,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됐다.

농업 분야에도 조합이 속속 설립되고 있다.

칠곡군에서 농산물의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설립된 협동조합이 있다.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 햅쌀떡국과 참외국수, 과일칩, 과일잼, 버섯분말, 조청 등을 가공하는 ‘칠칠곡곡협동조합(조합장 손제순)을 만나본다.

▲ 칠칠곡곡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동결건조 딸기칩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딸기의 맛과 향기,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다.
▲ 칠칠곡곡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동결건조 딸기칩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딸기의 맛과 향기,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다.
◆칠칠곡곡협동조합

칠칠곡곡은 칠곡지역의 강소농들이 농산물 가공을 위해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2017년 26명으로 설립됐다.

생산 위주의 농업을 가공과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뭉친 것.

이들은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모였다.

칠곡군에서 살면서 농업 경영체를 등록하고 농산물가공 교육을 이수한 농가는 참여할 수 있다.

농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으로 운영방식도 조합원 위주로 짜여졌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매해서 가공하고 판매한다.

홍수 출하기의 가격 폭락과 잉여 농산물을 적정 가격으로 판매 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장점이 많다.

공판장까지의 운송비용과 각종 수수료도 들지 않는다.

포장비용도 없다.

통상적으로 공판장 출하 때 포장과 유통비용, 각종 수수료 등으로 15%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절약한 비용은 농가 소득이 된다.

참여 농가에는 공판장 수매가와 비교해 10%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큰 매력이다. 가공작업에 참여하는 농가에는 작업배당금(수당)을 지급한다.

가공에 필요한 농산물은 전량 조합원들이 생산한 것을 우선한다.

부족할 때는 칠곡군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구입한다.

지난해에는 가공을 통해 1억7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익금은 시설확충 등에 재투자하고 있다.

5년 이내에 배당금을 지급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손제순 조합장이 가공작업에 참여한 조합원과 함께 동결건조한 딸기칩의 건조 상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손제순 조합장이 가공작업에 참여한 조합원과 함께 동결건조한 딸기칩의 건조 상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과일 맛 고스란히 담은 과일잼과 과일칩

손 조합장은 가공품을 홍보 할 때는 언제나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속담을 자주 인용한다.

좋은 원료에서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그의 철학을 설명하는 것이다.

특히 먹거리에 있어서는 좋은 원료, 신선한 원료가 그 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좋은 원료를 가장 빠른 시간에 가공해 고유의 맛과 향, 색상을 유지하고 영양분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딸기잼 생산은 한 나절이면 모든 작업을 마치는 ‘원데이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새벽에 수확한 딸기를 오전 9시까지 납품하면 선별과 세척, 꼭지 제거 등 전처리 작업을 마치고 바로 잼 가공에 들어간다.

오후 2시가 되면 완성된 잼이 나온다.

초스피드 공정이지만 선별과 전 처리 과정에서 정밀 작업으로 미숙과나 짓무른 딸기는 완전히 골라낸다.

이 과정에 불량품이 발견된 조합원에 대해서는 다음 차례에 납품을 받지 않는 패널티를 적용한다.

불량품 납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초창기에는 너무 까다롭다는 불만도 있었으나 전체 가공품의 신뢰도와 직결된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이제는 완전히 정착됐다. 잼 제품으로는 딸기와 아로니아가 있다.

참외와 사과, 딸기를 이용한 과일 칩은 동결건조방식으로 가공한다.

조합원들이 작업 일정에 맞춰 납품하면 최단 시간에 선별과 세척, 박피, 절단작업을 거친 후에 동결건조를 시작한다.

영하 40℃로 5일간 진공상태에서 건조한다.

동결건조는 동결과 감압을 통해 수분을 10% 이하로 제거하는 건조법이다.

원형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맛과 향, 영양분의 손실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딸기와 참외, 사과 건조칩과 함께 딸기와 아로니아잼, 우리 쌀 조청, 표고버섯 분말, 산채나물 등 다양한 가공품을 생산한다.

▲ 손제순 조합장이 칠칠곡곡에서 생산판매하는 선물세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손제순 조합장이 칠칠곡곡에서 생산판매하는 선물세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쫄깃쫄깃한 햅쌀떡국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 중에 햅쌀떡국이 있다.

쫄깃한 맛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잘 퍼지지 않는다.

쫄깃한 맛이 오래 동안 간다는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용 1천700개의 상자가 판매됐다.

쌀로 환산하면 170가마에 달한다.

13만6천여 명이 먹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전문 식품회사가 아닌 농민들이 설립한 작은 협동조합에서 판매한 양으로 결코 적지 않다.

그 비결은 역시 좋은 원료에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떡 가공용 품종으로 개발한 ‘새누리쌀’을 조합원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공급 받는다.

수매한 벼는 저온창고에서 보관하고 도정 즉시 떡국으로 가공한다.

떡국 가공에 적합한 쌀을 신선한 상태로 가공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비결이다.

두 번째 비결은 가공 방식이다.

도정한 쌀은 색채선별기롤 통해 미숙미(未熟米)를 제거한다.

세척 후에 각각 2회에 걸친 증숙(쪄서 익힘)과 제병(떡을 뽑음)작업을 거친다.

굳힘 과정을 거치면 바로 절단해 진공 포장한다.

초기에는 명절상품을 많이 판매됐으나 이제는 연중 판매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번 맛을 본 소비자들의 재 구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햅쌀떡국은 햇섭인증을 받은 전문 업체에 OEM방식(주문자위탁생산)으로 생산한다.

▲ 칠칠곡곡에서 생산한 햅쌀떡국
▲ 칠칠곡곡에서 생산한 햅쌀떡국
◆ 참외 국수로 소비자 입맛공략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출발한 면 요리는 누들로드를 타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서쪽으로 가면서 파스타가 됐고, 동쪽에서는 국수가 된 것.

예전에 국수는 귀한 음식으로 통했다.

생일이나 결혼식과 같은 잔칫날에만 먹을 수 있었다.

잔치국수라는 이름이 그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누구나 맛있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서민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첨가하는 재료와 가공·조리법에 따라 무한 변신을 한다.

칠칠곡곡은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새로운 국수를 만들었다.

바로 ‘우리 밀 꿀참외국수’다.

주재료인 우리 밀에 참외와 꿀을 넣었다.

우리 밀은 지역 농가에서 수매한다.

참외 홍수출하기인 여름철에 완숙과를 수매해 분말로 만들어 첨가한다.

새벽에 수확한 참외가 아침에 입고되면 세척과 절단작업을 거친 후 바로 동결건조 한다.

참외 분말 2%와 양봉특구인 칠곡군의 특성을 살려 꿀 0.1%를 첨가한다.

▲ 칠칠곡곡에서 생산한 우리밀 꿀참외국수
▲ 칠칠곡곡에서 생산한 우리밀 꿀참외국수
◆ 정직한 제품으로 보답

“칠칠곡곡의 모토는 정직이다.”

“언제까지나 소비자가 신뢰하는 정직한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손 조합장은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하는 제품을 만들어 칠칠곡곡과 가공품의 신뢰도를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칠칠곡곡’이라는 이름은 칠곡과 칠곡을 의미한다.

고향의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가장 좋은 원료로 정직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다짐하고자 지은 이름이다.

직거래와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를 하면서 무인 판매점을 계속 늘려가는 것도 신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9개소의 무인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합원들의 농장과 농산물 가공을 융합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 6차 산업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최종적으로 농가의 소득증대와 협동조합의 공익적 기능을 함께 추구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표준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19년 농촌진흥청에서 개최한 ‘가공상품 비즈니스모델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 칠칠곡곡의 무인 판매대, 모두 9개소의 무인 판매대를 운영한다.
▲ 칠칠곡곡의 무인 판매대, 모두 9개소의 무인 판매대를 운영한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 전문위원)



이동률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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