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스완’만이라도 대비해야

발행일 2021-01-12 14:23:3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박운석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고니라고도 하는 백조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겨울 철새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희귀종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백조는 당연히 흰색이라고 생각한다. 검은 백조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그랬다. 하지만 이같은 인식은 17세기 말 서양인들이 호주 대륙에 발을 디디며 실제로 검은 백조를 발견함으로써 바뀌게 됐다.

요즘은 블랙 스완 외에도 갖가지 백조가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불확실성 시대 속에서 경제현상이나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시사용어들 속에서다. 백신이 개발되고 세계적으로 접종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의 위기는 여전하다. 두려움을 느끼는 건 위험이 지속되면서 내재된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한 두려움은 검은 코뿔소라든지, 하얀 코끼리처럼 종종 동물들의 특성에 빗댄 용어를 탄생시킨다. 그 중에서도 유독 색색의 백조와 관련된 용어들이 많은 것도 한 특징이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말한 ‘블랙 스완(Black Swan)’이다. 원래는 일어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실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의미가 바뀌었다. 관찰과 경험에 의존한 예측을 벗어나 예기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일어나는 경우를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블랙 스완은 발생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이며 한번 발생하면 큰 충격이 가해진다.

반면 상식적으로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위험상황은 ‘네온 스완(Neon swan)’이라고 한다. 스스로 빛은 내는 백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어날 것이라는 예견도 어렵지만 발생하면 사실상 대응도 어렵다. 상상 이상의 위협이나 리스크가 될 수 있어 블랙 스완보다 충격이 훨씬 더 크다. 요즘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위기가 네온 스완이다. 충격도,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녹색 백조인 그린 스완(Green Swan)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기를 말한다. 급격하게 변하는 자연재해로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홍수나 폭염, 혹한으로 노동생산성이 급락하는 등의 충격을 지칭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20년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킨 코로나19가 바로 그린 스완이라고 지목했다. 바이러스 감염은 생태계변화와 관련이 있으며 사람의 생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대규모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화이트 스완(White swan)은 과거 경험에 비춰 충분히 예측 가능한 위기인데도 불구하고 제때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생기는 위기상황을 말한다. 블랙 스완이 예상하지 못하는 위기상황이라면 화이트 스완은 반복되는 위기라서 예방할 수 있는데도 게을러서 위기를 맞는 상황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레이 스완(Grey swan)도 있다. 어느 정도 알려진 악재이지만 해결책이 없거나 대처방안이 모호해서 위험요인이 계속 존재하는 상태이다. 미국의 한 경제전문지는 국제 유가의 급등 가능성, 세계적인 바이러스 확산, 테러 공포 등을 2015년도의 그레이 스완으로 지목했다.

이들 색색의 백조는 공통점이 있다. 한결같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다 같이 현재 우리나라 하늘을 덮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상식적으로 거의 일어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때론 예측이 가능하고 더군다나 이미 나와 있는 리스크 모델로 관리가 가능함에도 대책마련에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볼 때다.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블랙 스완 상태이며, 네온 스완을 넘어 그린 스완 상태이기도 하다. 우아한 겉모습의 백조와는 달리 이들 색색의 백조는 극심한 충격과 파급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금융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차관도 지난해에 이미 우리나라의 위기 상황에 대해 블랙 스완을 넘어선 네온 스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문제는 화이트 스완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위기인 블랙 스완과는 달리 화이트 스완은 반복되는 위기이기에 예상할 수 있는 위기이다. 그럼에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않아 맞게 되는 위기상황은 직무유기이다. 저 멀리서 날갯짓을 하고 있는 화이트 스완에 대해서 만이라도 제대로 대책을 세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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