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경력의 와인 전문가의 정성…머루와인의 참맛||프랑스 와인의 맛을 넘어서는 국산 와인

▲ 강창석 대표와 아내인 최영희씨가 저온 숙성실에서 숙성중인 머루와인을 들어 보이고 있다.
▲ 강창석 대표와 아내인 최영희씨가 저온 숙성실에서 숙성중인 머루와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와인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품종의 포도로 만들어도 그렇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만들었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좋은 와인은 기후와 토양, 전문가의 정성과 기술이 어우러져야 한다.

포도의 고장으로 불리는 상주에서 머루를 재배해 와인을 만드는 와인 전문가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와인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의 인생에서 와인을 빼면 남는 것이 없다.

와인을 즐기는 마니아가 아니라 만드는데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좋은 와인은 그가 인생을 걸고서라도 이루고 지켜야 할 과제처럼 보였다.

주변에선 와인전문가로 부르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스스로 말하는 젤코바 와이너리의 강창석(64) 대표를 만나본다.

▲ 강창석 대표가 오크통 속에서 숙성중인 머루와인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강창석 대표가 오크통 속에서 숙성중인 머루와인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40년 와인의 길

강 대표와 와인의 인연은 길다.

대학에서는 농화학과에 진학해 농화학(발효학)을 전공하면서 술(와인)과 인연은 시작됐다.

석사 과정에서도 역시 사과주 발효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식품공학 박사 과정에서도 발효미생물을 전공하고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학창시절의 모든 공부는 와인과 이어져 있었다.

직장도 마찬가지였다.

학창시절에 친구 몇몇이 친구 삼촌이 근무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애플와인을 만들었던 ‘파라다이스’를 견학하면서 와인과 인연을 맺었다.

현장에서 만나는 와인과의 첫 만남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 가진 첫 직장은 대구에 있는 소주회사 금복주였다.

여기서도 강 대표는 와인과 사과주를 만들었다.

15년 동안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지면서 퇴사를 했지만 와인과의 인연은 계속됐다.

와인제조가 아니라 강사로 나선 것이다.

첫 시작은 경북농업기술원과 함께 한 와인교실이었다.

2006년부터 5년간 경북지역 농민들을 대상으로 와인에 대한 이론과 제조, 숙성, 보관방법에 대한 이론과 실전기술을 가르쳤다.

이후 와인 전문가라는 소문이 나면서 교육요청이 이어졌다.

영천, 상주, 김천, 경주, 청도의 5개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와인교실 강사로 활동 했다. 경북대학과 대구보건대학에서도 학생들을 상대로 와인을 가르쳤다.

1990년 1급 주조사 면허를 취득한 술 전문가다.

▲ 젤코바와이너리에서 만든 2015년산 프리미엄 와인.
▲ 젤코바와이너리에서 만든 2015년산 프리미엄 와인.
◆나만의 와인

어느 날 자신의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

와인을 만드는 데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2010년에 젤코바와이너리를 설립하고 2012 년에 전통주인 과실주와 2019년에 일반증류주 면허를 받았다.

젤코바는 느티나무라는 뜻이다.

고향마을 어귀에 서 있는 큰 느티나무처럼 흔들림 없이 좋은 와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포도였다.

와인에 있어서 원료인 포도는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2006년에 화이트와인에 적합한 ‘샤르도네’ 품종과 레드와인용으로 머루포도로 불리는 ‘MBA’를 심었다.

추위에 강하다고 하던 샤르도네는 우리의 혹독한 겨울을 넘기지 못했다.

영하 15℃ 밑으로 내려간 기온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모두 동사했다.

기후 적응 실험을 하지 않고 선택한 섣부른 판단의 결과였다.

고민과 숙고 끝에 산머루를 심었다.

추위에도 강하지만 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워서 와인 양조용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선택했으나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한 단점이 있었다.

생과용과 와인 제조용으로 많이 쓰이는 캠벨과 비교하면 수확량이 1/4정도에 불과하다.

수확량이 적다는 것은 경영적 측면에서 보면 결정적인 흠이다.

결국 수량과 품질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품질을 선택했다.

경영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만 고품질의 와인을 위해서는 어절 수 없는 일이었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품질에 우선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산머루는 생산량이 적다는 단점이 분명히 있지만 좋은 점이 더 많다”며 “와인 제조용으로 적합한 소과종인 점과 높은 당도, 풍부한 레드색소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산머루만의 장점이다”고 강 대표는 강조했다.

▲ 와인의 원료가 되는 머루과수원에서 강창석 대표 부부가 자신들이 만든 와인을 들어보이고 있다.
▲ 와인의 원료가 되는 머루과수원에서 강창석 대표 부부가 자신들이 만든 와인을 들어보이고 있다.
◆기다림의 미학

와인은 정성과 기다림의 미학이다.

“특별하게 만드는 와인은 아니지만 특별한 맛을 내는 와인이다”며 “그 특별한 맛은 시간이다”라고 강 대표는 말한다.

40년 양조장인의 느린 손길과 기다림 끝에 가장 자연스러운 와인이 완성된다.

만드는 과정이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꼭지가 마를 정도로 완전히 익은 머루를 수확해 으깨고 여기에 효모를 넣어서 발효를 시킨다.

7~10일 정도의 발효 기간을 거친 다음에 착즙을 해 지하에 있는 13~14℃ 정도의 저온 숙성실 오크통에서 2~3년간 숙성시킨다.

오크통 속에서 장기간 숙성해야 부드러운 맛과 향이 나오기 때문이다.

병입 후 또다시 3개월 이상 병 숙성을 한다.

한 잔의 와인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는 3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10년 이상 숙성시키려는 와인도 있다.

첫 제품으로 2011산 머루와인을 출시하고 2013산과 2015산 머루와인도 선보였다.

아이스와인과 유기농와인도 있다.

올해는 감·홍시와인을 내놓았다.

내년에는 일반 증류주도 출시 할 예정이다.

머루와인으로 2019년 ‘코리아 와인 어워즈’에서 은상을 받았고, 조선비즈가 주최한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는 ‘우리 술 한국와인’ 부문에서 대상을 받는 등 그의 수상 경력은 손으로 꼽을 수 없는 정도다.

▲ 잘 익어가는 머루 모습.
▲ 잘 익어가는 머루 모습.
◆내추럴 와인

젤코바 와인에는 다른 사람이 따라 하기 어려운 특징들도 있다.

바로 전문가의 기술과 정성, 그리고 철학이다.

농약과 제초제 없이 가장 자연스럽게 가꾼 산머루로 와인을 만든다.

당도가 높은 머루 생산을 위해 4천600㎡의 과수원에서 1.5~2t의 머루만을 수확한다.

더 많이 수확할 수도 있지만 고품질을 위해 과감한 적과작업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기술과 경험이 많은 양조 전문가가 과정별로 정성을 들여 관리하는 것도 비법이다.

알코올과 산도 당도 아황산 등을 자가 분석하면서 품질관리에 중점을 둔다.

알코올 함량을 맞추기 위해 설탕을 넣지 않고 순수한 과즙만을 발효시키는 것도 그의 노하우다.

첨가물을 최소화해 가장 내추럴 한 와인을 만든다는 와인을 만드는 철학도 가미됐다.

젤코바 와인이 명품이라는 명성을 얻기까지는 이 같은 노력과 기다림이 합쳐진 결과로 보인다.

▲ 와인 직판행사장에 설치된 젤코바와이너리 간판.
▲ 와인 직판행사장에 설치된 젤코바와이너리 간판.
◆ 끝없는 와인 공부

지구온난화로 아열대기후로 변해감에 따라 포도 재배지역도 북상 중이다.

이것은 와인에 있어서도 풀기 어려운 숙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 와인을 능가하는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강 대표는 쉬지 않는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처럼 끊임없이 와인을 연구한다.

밤을 세워가면서 와인에 대한 논문을 읽고, 우리의 환경에 맞는 와인 만들기에 도전한다. 끈기와 열정이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 어려움은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다.

와인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보다 더 큰 과제는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와인을 만들어 와인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 대표는 다짐한다.

와인에 대한 강 대표의 열정과 애정을 볼 때 조만간 그 꿈은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 젤코바와이너리에서 만든 홍시와인.
▲ 젤코바와이너리에서 만든 홍시와인.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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