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혹독한 ‘동장군’에 무릎 꿇은 ‘나폴레옹’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겨울이 다가오면, ‘동장군’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동장군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의인화한 단어로 특히, 최근 매서운 강추위로 인해 ‘동장군’이 더욱 자주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 단어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놀랍게도 동장군이라는 단어는 ‘영국’과 ‘프랑스 나폴레옹’에게서 유래했다. 1812년 나폴레옹 1세가 러시아 원정 당시, 혹한으로 인해 결국 전쟁에서 패하게 되자, 영국 언론에서 러시아의 추위를 ‘GENERAL(장군) FROST(추위)’이라고 표현했다. 이것을 일본에서 동장군으로 번역해서 쓰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1948년 처음 ‘동장군’이란 표현이 등장하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물론, 장군이 될 정도로 아찔했던 혹한 때문에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패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여름철(6월)에 떠난 원정을 겨울철(12월)에 마치면서 한파에 대한 대비가 없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월 초 영하 39℃의 혹한이 닥쳐오면서 병력의 상당수를 동사로 잃은 점, 예년보다 포근한 11월 기후로 인해 길이 얼지 않아 보급마차가 제대로 이동할 수 없었고, 식량 등의 보급에 차질이 심해졌던 점 등을 볼 때 날씨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폴레옹이 날씨 정보를 전략적으로 이용했다면, 아마 세계사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파란 무엇일까? 글자 그대로 보면, ‘차갑다 한(寒)+물결이 일다, 흐름 파(波)’를 써서 겨울철에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서 추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한파가 주로 발생하는 원인은 우리나라보다 고위도인 북서쪽 지역에서 매우 발달한 차고 건조한 기단(시베리아 기단)이 남쪽으로 확장해 올 때 나타나는데, 하룻밤 사이 기온이 10℃이상 뚝 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한파가 발생하게 되면 보건, 산업, 농·축·수산업 등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먼저 한파를 대응하는 요령을 알고 있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먼저 우리 몸은 갑작스러운 추위에 반응해 체내의 소모열을 올리기 위해 심장 박동수가 높아지게 되는데, 이때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계 질환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지고, 피부가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 될 경우 붉게 변하고 붓기가 생기는 등 동창이나 신체 조직이 얼어 차고 딱딱해지는 동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노출부위의 보온에 신경 쓰고 노약자는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는 수도 계량기 파손이나 보일러가 어는 등 동파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영하 5℃이하의 날씨가 2일 이상 지속되면 동파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데, 외부에 노출돼 있는 수도계량기, 사용하지 않는 보일러 배관이 영하의 찬 공기와 계속 접촉되면서 물이 얼어 부피가 커지면서 배관이 터지게 된다. 또한, 자동차 부동액 및 오일의 동결과 배터리 성능 저하 등으로 자동차 고장이 발생할 수 있으니 사전에 차량 점검이 필요하다.

농가에서는 채소, 과수의 최저 한계온도 이하로 기온이 낮아져 동해 및 냉해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특히 초봄에 과수의 개화기에 발생하는 급격한 저온현상은 동결로 인한 생장장애, 과실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 미세살수장치나 방상팬 등을 이용해 과수주변의 기온이 심하게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기상청에서는 추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피해예방을 위해서 10월부터 4월까지 급격한 기온 하강을 비롯한 아래 조건에 따라 한파특보(주의보/경보)를 발표한다.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경보는 15℃) 이상 하강해 3℃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아침 최저기온이 –12℃(경보는 -1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 △급격한 저온현상으로 중대한 피해(경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표하고 있다.

올겨울 한파는 지난해 11월8일 경북내륙지역부터 시작돼 12월13일부터 18일 사이에 올 들어 가장 추운 한파가 이어졌다. 봉화읍은 영하 18.5℃, 대구 영하 7.4℃까지 내려갔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봉화읍 영하 25.4℃, 대구 영하 15.4℃까지 내려갔다.

지금은 과거 나폴레옹의 정복 전쟁기 때보다 날씨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예측능력도 진일보했다. 날씨에 대해 간과하지 않고 사전에 제공되는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해 날씨에 맞는 옷차림에서부터 적극적인 한파대응요령까지 습득한다면, 이번 겨울도 건강하고 무탈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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