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올해의 키워드는 ‘코로나 19’다. 코로나로 시작돼 코로나로 저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세계 방역 우수국이라 믿었고, 그렇게 평가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이 11월 하순 ‘코로나19 회복 순위’를 발표했다. 1위는 뉴질랜드다. 일본이 2위, 대만이 3위, 한국이 4위다. 인구당 확진자 및 사망자 수, 백신 공급 계약 건수, 검사 역량, 이동 제한 등 10개 지표로 53개국을 평가한 결과다.

그런데 백신 접종이 각국에서 시작되자 한국은 갑자기 선두권에서 멀어진 느낌이다. 영국은 지난 8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어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도 곧 백신 접종이 시작될 듯하다. 영국과 뉴질랜드는 5월부터 백신 확보를 추진했고, 일본도 6월에 백신 구입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4천400만 명분 백신이 내년 2~3월경에는 반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3차 확산이 11월 하순부터 시작되자 신규 확진자가 연일 600명 이상이다. 특히 수도권에는 5단계로 바뀐 사회적 거리두기의 2번째로 심각한 2.5단계가 8일부터 시작됐다. 병실 부족과 역학조사자들의 피로도 한계에 달했다. 밤 9시 이후에는 거의 문 닫는 곳이 많다. 식당, 카페 등 영세 자영업자들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관광업계는 거의 절명 직전이다. 국내여행과 호텔 할인이 9월부터 시작되자마자 2차 확산으로 멈춘 후, 재개됐다가 3차 확산으로 다시 중단됐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여행 제한 보고서’에 따르면, 11월1일 현재 전 세계 217개 여행 목적지 중에서 70%인 152곳이 국제관광에 대한 제한을 완화했고, 9월보다 115곳이 늘었다고 한다. 한편 4개 목적지 중 1곳이 관광객에게 국경을 폐쇄하고 있는데, 대부분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다. 특히 ‘여행 제한의 해제는 팬데믹(pandemic)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으로부터 우리가 폭 넓은 회복을 이끌어내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와 도쿄 올림픽 개최를 대비해 일본은 내년 초부터 대만과 중국의 소규모 단체관광객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공항에서부터 전용 버스로 방역을 철저히 하며 관광을 해도 주민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10월부터 시작된 ‘한일 기업인 특별입국절차’ 편의를 위해 김포-하네다 간의 항공노선 재개도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관광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백신 접종으로 극복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이동과 여행이 코로나 감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이동이 코로나 확산에 치명적이라면 출퇴근 시간의 만원 버스나 지하철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항공업과 면세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인 줄 알지만, 3~4시간 타야하는 무착륙 국제관광 비행기는 허용하며,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관광버스는 기피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실내 공간에서 온종일 근무하는 것보다, 자가용으로 이동해서 야외 관광지를 돌아보고 손님이 적은 시간에 맛집에서 밥 먹는 여행이 덜 위험하지 않을까. 실내 헬스장에서 창문을 열고 무증상 감염자와 함께 운동했는데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를 봤다. 이는 실내에서 창문을 열어두면 감염 가능성이 1/20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실천한 덕분이다.

그렇다면 여행이 위험할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보다 만원 지하철 내에 마스크를 착용해도 감염자와 함께 1시간 동안 있으면 감염 가능성이 몇%라든지, 빈자리 없이 다닥다닥 붙어 음식을 먹으면 몇 분 내로 감염될 수 있다든지,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예시로 설득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우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방역으로 버텨야 될 것 같다. 그럼 지금이라도 과학적 감염예측 수치를 발표해 적절하게 대응토록 하자. 이런 수치가 발표되면 국민 스스로 판단해 절제하거나 나설 것이다. 이미 우리는 대구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코로나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제 세계적 추세에 맞춰 여행 제한이 완화되길 기대한다. 새해에는 코로나를 이겨내고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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