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에 종사하면서 틈틈이 글을 써 내려간 비전업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신간이 겨울 서점가에 하나둘씩 등장한다. 전업작가들이 쓴 글에 비해 다소 투박하지만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이야기는 독자들을 작가의 삶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 꿈을 이루는 독서의 힘
▲ 꿈을 이루는 독서의 힘
◇꿈을 이루는 독서의 힘/김영이 지음/한국경제신문/284쪽/1만5천 원

독서로 꿈을 이룰 수 있다. 저자는 독서로 평생 꿈꿔온 간호사의 꿈을 나이 오십이라는 적지 않는 나이에 이뤘다. 늦은 나이에 간호대학에 입학하면서 꼭 간호사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그는 학교생활도 학과 공부도 잘 해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나이라 스스로 여겼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 시작한 독서가 간호사의 꿈을 이뤄줬다. 독서로 학교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게 됐고, 독서를 하다 보니 전공서적도 힘들이지 않고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52세에 신입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간호대학 시절을 뒤돌아보며 쓴 글이다.

독서로 인해 저자에게 찾아온 더 큰 변화는 ‘간호사의 꿈’을 이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꿈을 계속해서 꾸게 됐다는 점이다. 책 속에 펼쳐지는 무궁무진한 세계가 희망과 꿈을 갖게 했을 뿐 아니라 부정적인 마음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변화했다고 한다. 이렇게 마음이 바뀌자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됐다는 작가는 이 모든 것이 ‘독서의 힘’ 덕분이라고 믿는다.

이 책의 본문은 모두 5개 부분으로 나눠진다. 독서를 시작하게 된 이유, 독서방법들, 독서를 하면서 느낀 점, 독서하면서 성장한 모습들이 솔직하게 담겼다.

특히 독서방법에는 나만의 기준으로 독서할 것, 메모하고 실천할 것, 도서관을 이용할 것, 서평을 읽고 쓰는 습관을 들일 것, 독서토론 모임에 참여할 것, 폭넓게 수평독서할 것, 세 번 반복해서 읽을 것 등 현실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은 늘 꾸준히 읽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꾸준하게 읽는 책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나를 찾아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올해 간호대학을 졸업한 신규간호사인 저자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나 실컷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간호대학에 진학했다. 이렇게 들어간 간호대학은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 됐다. 입학하고 난 후 공부를 위해 시작한 독서가 새 인생을 열어줬다. 올해 간호사면허를 취득해 현재 대구의 모병원에서 신규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작가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한다.

▲ 마라토너와 사형수
▲ 마라토너와 사형수
◇마라토너와 사형수/남창우 지음/해드림/440쪽/1만5천 원

현직 교도관이 장장 10년간 대하드라마처럼 써 내려간 마라톤 이야기다. 저자는 2005년 마라톤에 입문해 지금까지 풀코스 32회, 하프코스 185회, 10㎞ 10회를 완주했다. 이 책에는 단순히 마라톤 완주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백제 의자왕 이야기, 클래식 음악 이야기, 봉준호 감독이 들으면 귀가 솔깃해질 이야기, 마라토너 이봉주 이야기, 법정 스님 이야기, 그리고 1997년 사형수 사형집행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곁들여 독서감을 높였다.

운동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오던 저자는 나이 마흔 셋에 마라톤이라는 신천지에 입문하게 됐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마라톤의 고통과 즐거움 그리고 마라톤의 놀라운 효능을 꼭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과 마라톤에 대한 일부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한편 저자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수없이 들은 질문이 “무릎이 망가지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요즘 사람들의 무릎은 오히려 너무 안 써서 상하는 것이다. 무릎을 보호하겠다고 가만히 있으면 그게 무릎을 상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적당히 쓰고 달리는 정도의 충격을 줘야 더 튼튼해지는 게 무릎이다. 물론 너무 무리하면 무릎도 상하겠지만, 천천히 달리기 정도의 운동으로 상하는 건 아니니 걱정 말고 달려도 된다”는 안철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는 마라톤에 도전해 인생이 바뀐 주인공 2명의 이야기도 자세히 소개했다.

저자는 마라톤을 한다고 해서 꼭 풀코스를 뛰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한 시간 달리기만 꾸준히 해도 건강은 좋아지게 돼 있단다. 한 시간 달리기를 1주일에 5일만 꾸준히 하면 건강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특히 술이나 담배 혹은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사람, 배 나온 사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건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데, 한 달만 꾸준히 달리기를 해도 자신의 체력과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기도 하다.

▲ 교복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 교복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교복위에 작업복을 입었다/허태준 지음/호밀밭/272쪽/1만4천 원

올해는 전태일 열사의 50주기가 되는 해다. 우리의 현실은 그때보다 얼마나 나아졌을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고작 열여덟, 열아홉 살 청년들을 위험한 일터로 내몰고 사람이 죽는 사고가 나도 나 몰라라 하는 기성세대들의 모습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노동 담론 안에서도 더 잘게 계급화 되고 있는 오늘날의 노동 문제 속에서도 가장 열악한 처지에서 삶을 버텨야 하는 이들은 어쩌면 10대의 고졸 노동자들일지 모른다. 집안 형편을 비롯해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마이스터 고등학교 진학을 거쳐 곧바로 사회로 나오는 청년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 개개인의 사연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는다. 취업률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지는 국가 정책과 그 속에서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아이들. 이들이 맞닥뜨리는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첫 사회생활은 사회에 대한 신뢰를 여지없이 깨뜨린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꿈과 적성을 고민할 틈도 없이 공장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맞이해야 하는 반복되는 일상. 늘 누군가가 죽을 때라야 주목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 보면,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여러 환경과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는 살아남은 이들에게도 커다란 아픔이 있음을, 더 나아가 평생의 트라우마로 존재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노동 현장의 안전문제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현장실습생과 청년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 당사자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은 최초의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죽음 너머에 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자신과 주위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현장실습생·청년노동자가 겪는 다양한 일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정갈한 문장으로, 어떤 면에서는 역설적인 담담함으로 전해준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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