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운석
▲ 박운석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지난 일주일 동안 축하 인사를 많이도 받았다. 아마 살아오는 동안 이만큼의 축하인사를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옛적 대학 합격 때도, 대학 졸업 후 취업이 확정됐을 때도, 직장 내에서 진급을 했을 때도 지난 일주일만큼의 축하인사는 받지 못했다.

12월 초에 몇 년 간 공들여 운영해왔던 일반음식점을 폐업했다. 그런데 주변에선 걱정보단 축하한다는 말이 쏟아졌다. “어떡하나? 손해 보지는 않았나?”하는 걱정이 섞인 반응을 기대했다가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보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하긴, 이 어려운 시기에 그나마 적은 권리금이라도 받고 넘겼으니 축하할 일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서글픈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서민경제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반증이어서다. 폐업 소식에 누구나 아주 자연스럽게 축하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어렵게 끌고 가봤자 힘이 들게 뻔하지 않겠느냐며 속시원하게 정리 잘 했다는 표현일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실상이다.

각종 경제관련 지표들도 자영업자들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증가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빚을 내서 연명하고,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자영업자가 그만큼 늘어난 결과다. 물론 구조적 불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이미 코너로 몰려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충격파가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대출 의존도는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이미 코로나19 3차 유행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영업 제한 등의 후속 조치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와 경북도 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에겐 그나마 1년 중 가장 큰 대목이었던 연말연시 특수, 크리스마스 특수가 사라졌다. 영업 제한 등의 조치로 이젠 불 꺼진 12월을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도 기다리고 있다. 빚을 내서 빚을 갚아 나가다가 이마저도 감당하기 어렵자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주변에선 폐업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는데 정작 제때에 정확한 폐업률을 내놓는 기관조차 없다는 것도 씁쓸하다. 대신 다른 자료를 인용해 폐업의 심각성을 유추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자영업을 폐업하고 고용보험을 받은 사람은 4천277명이었다. 이 숫자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의 합계인 3천404명보다 훨씬 많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올해 상반기 폐업지원금 신청자는 4천526명이었다. 상반기 중에 이미 지난해 1년 동안의 신청자 6천503명의 70%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코로나19 3차유행 중인 12월이 지나면 이 숫자는 훨씬 더 심각한 수준으로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폐업한 소상공인에게 지급되는 노란우산공제의 공제금 지급건수를 알아보면 자영업자의 폐업의 심각성은 더 드러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기관에서는 왜 정확한 폐업 통계조차 내지 않는 건지. 수천수만의 자영업자들이 가슴을 움켜쥐며 문을 닫아도 중소벤처기업부에선 ‘창업기업 동향’이란 이름으로 창업률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오히려 문제의 심각성은 다른 곳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으로 업소용 집기, 비품들이 헐값에 쏟아져 나오는 중고시장에서 심각성을 찾아볼 수 있다. 예년에 비해 2~3배 늘어난 철거 의뢰로 철거전문 업체들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철거 중고물품을 쌓아둘 곳이 없을 정도라 하지 않은가. 지역 기반의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도 업소용 물품 매물 등록이 쏟아지고 있다.

자영업자가 폐업을 한다는 건 막다른 길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 상황에서 축하인사를 받을 정도로 지금 자영업자들을 둘러싼 경제상황은 회복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어렵다. 더 가슴이 아픈 것은 폐업을 진심으로 축하받고 있는 동안에도 이것의 심각성을 알아주는 사람(혹은 정부기관)은 같은 자영업자들 외엔 없다는 사실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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