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지난주에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년도 살림살이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로 활력을 잃은 민간 부문의 재정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기에 지역에서도 시·도의 2021년도 예산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도의회에 제출된 2021년도 예산안을 보면 대구시가 9조3천897억 원, 경북도가 10조6천548억 원으로, 두 광역지자체 모두 올해보다 예산안 규모가 늘어났다. 특히 경북도는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

대구시는 2021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방역대책과 일상회복, 경제도약에 방점을 둔 편성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세출예산으로 일상회복에 3조4천340억 원, 경제방역에 3천127억 원을 편성했으며, 또 저소득취약계층 지원 등에 1조1천318억 원, 지역산업구조 전환에 1조4천930억 원을 투입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내년 예산은 1년 예산이 아니라 6개월 예산으로 생각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 상황이 예산 집행의 원칙을 따질 겨를이 없을 만큼 다급하다는 것이고, 재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앞장서 줄 것을 독려한 것이다.

그리고 세입예산(일반회계 기준)을 보면 부동산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취득세는 많이 증가했지만 내수 침체로 지방소비세는 줄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지방세 수입을 전년보다 5.1%(1천466억 원) 증가한 2조9천926억 원으로 편성했다.

내년에는 국고보조금 수입을 크게 늘려 잡았다. 국고보조금은 11.8% 증가한 2조5천472억 원, 지방교부세는 1조263억 원을 편성했다. 반면 지방채는 전년 대비 11%(422억 원) 줄였다. 의존 재원을 늘리면서 채무를 줄인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코로나 사태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임을 생각할 때 내년에도 지방정부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곳에 지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북도 역시 2021년도 예산안은 방역과 경제활력 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복지·보건 분야에 4조663억 원, 농업·농촌 관련 예산으로 1조3천45억 원을 반영했다. 또 지역산업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기반이 될 경북형뉴딜사업에 5천397억 원,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등 그린뉴딜에 3천315억 원을 투자한다. 일자리창출과 민생안정, 기업지원에도 3천481억 원을 배정했다.

도는 또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내외부 차입금으로 1천630억 원을 편성했다.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 등에도 자체 세입 감소가 많은 탓이다. 도는 이미 올해 6월 비상재정상황점검TF를 운영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세입 여건 악화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어려운 여건에도 이처럼 내년에 팽창예산을 편성한 것은 다 알다시피 장기침체에다 코로나까지 겹쳐 안팎 사정이 더 나빠진 지역경제 상황 때문이다. 또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절박함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도가 의도대로 내년 살림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늘 그렇듯이 국비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고 방역 대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끌어다 쓸 돈이 넉넉해야 하는데 그 돈이 나올 데라곤 지금 현실로서는 중앙정부밖에 없으니 말이다.

시·도에 따르면 2021년도 정부 예산안 555조8천억 원 가운데, 현재 확보 가능할 것으로 파악된 국비 예산은 대구시가 3조1천302억 원, 경북도가 4조8천561억 원 정도라고 한다.

단순 비교로는 모두 지난해보다 증액된 규모지만, 대구의 감염병전문병원이나 경북의 SOC광역교통망 등과 같이, 꼭 들어가야 하는데도 빠졌거나 예산이 불충분하게 확보된 사업도 여럿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부터는 지역정치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한 푼이 아쉬운 지역민들의 사정을 헤아려 국회 논의나 심의 과정에서 예산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달 초 열린 시·도예산정책협의회에서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역의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거나 반영됐더라도 증액이 필요한 규모를 파악해서 반드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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