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담쟁이/ 이룸

~아들이 된 동생~

…남편을 소개받고 그 첫인상에 끌렸다. 헤어짐과 재회를 오가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백 일만에 몸을 섞고 말았다. 하룻밤에 만리장성 쌓는다고 그날 이후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결혼하기로 마음을 굳힌 탓인지 웬만한 장애는 뛰어넘었다. 그 틈을 노리고 그는 숨겨온 가족사를 고백했다. 시아버지가 요양원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시어머니는 무당을 따라다니는 선무당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결혼은 당사자가 중요하다며 그의 머리통을 살짝 쥐어박곤 그냥 넘어갔다. 그 다음부턴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여자는 못이기는 척 따라가 결혼에 골인했다. 시어머니는 선무당의 선입견과 달리 극히 평범했다. 돈을 듬뿍 안겨준 까닭에 모든 허물이 다 덮였다. 다만, 손자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 시아버지가 위독하게 되자 시어머니의 손자 독촉은 극에 달했다. 결혼 후 몇 달이 지나도 태기가 없었다. 시어머니가 정화수를 떠놓고 열심히 기도하고 남편도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전혀 효험이 없었다. 문제는 남편한테 있었다. 눈치를 먹었는지 남편은 지름신이 내린 양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질러댔다. 늘 술이었고 우울해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시어머니는 여자에게 최후의 선택을 압박했다. 시험관아기였다. 시어머니의 삼촌뻘인 산부인과 의사에게 시술을 맡기면 출생의 비밀이 영원히 지켜질 거라고 말했다. 위독한 시아버지가 독촉요인으로 동원되었다. 부득이한 상황에 내몰리자 여자도 결국 시험관아기 시술에 동의하였다. 보약과 영양제를 복용하여 몸을 불리고 따뜻하게 한 후 그 시술을 받았다. 몇 달 후 여자의 몸에 태기가 나타났다. 시아버지는 손자를 못 보고 세상을 떴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의 정자가 여자의 자궁에 자리를 잡았다. 태아는 무럭무럭 자라 무사히 태어났다. 아들이었다. 아들은 자랄수록 남편을 빼닮아갔다. 남편은 자기를 닮은 아들을 보고 좋아했다. 문득 아들의 생부가 궁금해졌다. 아들이 남편을 빼닮아갈수록 생부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져갔다. 여자는 마침내 유전자검사를 해보기를 결심했다. 병원을 가던 여자는 백화점에 들렀다. 한 치수 작은 비싼 신발을 샀다. 발가락을 움직일수록 더 아팠지만 참았다. 절뚝거리며 병원으로 들어갔다. 아들의 유전자검사를 신청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들의 유전자배열이 남편 가족과 일치했다. 대뜸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그 경과를 따져 물었다. 시어머니는 울부짖더니 전화를 끊었다. 시어머니가 자살을 기도하여 구급차에 실려 갔다. 일이 꼬이자 다급해진 남편이 죄를 이실직고했다. 시험관아기를 제안한 건 자신이었다고. 하지만 착상된 정자의 주인이 자기 아버지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뀌었지만 남편은 출발하지 않았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종족보존의 본능이기도 하지만 뿌리 깊은 유교적 전통이다. 하지만 아들이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그냥 사회시스템에서 유래한 관습일 뿐이다. 유교의 조상숭배와 남자 성을 취하는 전통이 어우러진 편견일 수 있다. 전통과 고정관념에 터 잡은 신념은 무섭도록 집요하다. 때로는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맹목적이 되기도 한다. 시어머니와 남편의 전통에 대한 집착은 도덕적 금기마저 범하고 만다. 이젠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과 반드시 아들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족을 신은 씨받이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오철환(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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