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시장이 예상한 바와 같이 민주당의 바이든(Joe Biden)후보가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물론, 내년 1월6일에 있을 선거인단 투표 집계 및 의회 승인이 있은 후 20일에 있을 대통령 취임식 절차를 마쳐야 대통령으로서 공식 일정을 소화하게 되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형식적인 절차만 남아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국내외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시장 불확실성은 거의 대부분 해소된 것 같아 참 다행스럽기도 하다. 물론, 현직 트럼프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으로 인해 시장이 기대한만큼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발생하기까지 짧게나마 시간이 소요되는 등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악재가 발생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대선 이전에 시장이 예측했던 바와 크게 빗나가지 않은 것이어서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돼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좋겠다.

그렇다고 바이든시대의 미국이 우리에게 무조건 유리하거나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대선 전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에 기대했던 만큼의 수혜를 누리려면 우리도 그만큼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아직 그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먼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공약으로 내세운 경기부양책을 살펴보자. 대선을 치르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2024년까지 총 4년간 3조9천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들 중 2조 달러 정도가 친환경 인프라 구축에 투자될 예정이어서 신재생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 부문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배터리, 차세대 자동차 일부 등을 제외하면 우리 기업들이 과연 얼마만큼 미국의 산업정책 변화로 큰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처럼 대량의 달러화가 시중에 풀리게 되면 달러화 평가절하로 인해 비용측면에서의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수출 기업들의 원화 환산 수익성도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여기에 더해 금리나 물가 상승 등 가격 지표들의 불안정 우려도 상존하기는 마찬가지로 걱정이 앞선다.

국제통상정책 측면에서도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상대적으로 예측가능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향후 국제통상환경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강경기조는 여전히 유지될 전망일 뿐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협상 의지가 강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지금까지의 상황을 어쩌면 우리는 지속해야 할 수도 있다.

이정도면 오히려 다행이다. 비교적 온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무역협정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패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산 인정범위 강화라는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할 계획인데, 이는 미국 정부로부터 미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의 범위를 줄이려는 정책이다. 만약, 이 정책이 실현된다면 우리 수출 기업들에 대해서는 미국 내 소재와 부품 조달 확대 및 미국 내 생산기지 이전 또는 구축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기업들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도 좋을 게 없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경영활동을 영위하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사전에 대비해야 할 리스크는 존재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경기부양책에 쓰일 재원은 정부재정과 법인과 개인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해서 충당될 예정인데, 법인세는 현행보다 7%p나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자 권리 강화를 위한 정책 등이 더해질 예정인 등 전방위적으로 기업 경영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바이든시대를 맞은 미국에 대해 우려보다는 기대가 큰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수혜를 누리고자 한다면 오히려 기대 뒤에 숨겨진 리스크를 찾아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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