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의료계 파업과 지역의 의대 유치전

발행일 2020-08-27 15:09: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26일부터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정부와 의료계 양측 모두 물러섬 없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료 정상화 시점은 현재로선 예측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집단휴진을 하고 있는 전공의에 이어 비록 시한을 정해놓긴 했지만 동네 개원 의사들까지 가세함에 따라 진료 차질은 물론이고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잘잘못을 떠나 의료계와 정부 양측 모두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의사들은 왜 하필이면 이런 위급한 시기에 진료 중단이라는 집단행동에 들어가는가?’ 그리고 ‘정부는 이런 사태가 생길지 뻔히 알면서 민감한 정책을 왜 이 시기에 발표했는가?’

7월 말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4천 명 늘리고, 이 가운데 3천 명은 지역 의료인력으로 양성하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구체적 계획도 내놨다.

추진 배경으로는 국내의 의사 수 부족과 지역 간 의료격차 확대를 들었고, 서둘러 추진하게 된 이유로는 의사 한 명을 배출하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발표 내용을 즉각 반박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 측은 의사 수 부족 문제에 대해, 매년 낮아지는 출산율과 OECD 평균보다 높은 의사 증가율을 볼 때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특히 국내 의료 접근성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역 간 의료 격차와 특정과 기피 현상은 의료인력 재배치와 의료수가 조정 등 의료정책으로 해결해 갈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당장 어느 쪽 주장이 더 옳은지 잘 알 수 없는 국민들로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벌어지고 있는 대립 상황이 답답하고, 또 코로나 사태 속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이 의료 공백으로 이어져 억울하게 피해보는 환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역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맞춰 안동시 포항시 구미시가 잇따라 의대 유치 입장을 공식화했고 경북도는 이들 지자체를 지원하고 나섰다.

이철우 도지사는 8월 초 포항의료원을 방문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경북은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가 1.4명으로 전국 16위, 인구 10만 명당 의대 정원이 1.85명으로 전국 14위일 정도로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해 발생하는 치료가능 사망률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실정’이라며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경북지역에 의대 신설이나 의대 정원 확대를 우선으로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 정부의 구체적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2018년 의대가 폐교된 전북에 공공의대가 우선 신설될 것이란 얘기가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전국 권역별로 공공의대를 1개교씩 설치하자는 주장도 있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해가 갈수록 지방의 의료 환경이 나빠지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데는 누구도 별 이견이 없다. 게다가 대구, 경북에서는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확산할 당시 의료 시설, 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타지역으로 보내야 했던 아픈 경험도 있다.

그렇기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를 줄이고 지방에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여러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의 양극화 해소 못지않게 정부가 서둘러야 할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2020년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현황’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경북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만이 정원을 채웠으며, 그 외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은 지원자가 적어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또 2020년에도 예년처럼 전국적으로 서울의 소위 ‘빅5 병원’에는 지원자가 넘치고 지방의 국립대병원 9곳 가운데 7곳은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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