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4일 무기한 개학 연기를 철회했다. 사실상 ‘백기 투항’이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과 여론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따라서 5일부터 모든 유치원이 정상 운영될 전망이다.

한유총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유총은 이번 개학 연기 사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사립유치원에 유아를 맡겨주신 학부모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유치원 3법’ 등에 반대하며 ‘개학연기 투쟁’에 들어갔지만 투쟁 참여 유치원도 생각보다 저조한 데다 냉랭한 여론이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서울시교육청이 한유총의 법인 취소라는 초강경 대응과 교육부의 연기 투쟁 참여 유치원에 대한 엄정처벌 등 전방위 압박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대구·경북에서는 4일 대구 43곳, 경북 35곳 등 78곳이 개학을 연기했다. 대구의 경우 ‘긴급 돌봄’ 신청은 한 곳도 없었으며 일부 유치원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아 불편 신고 전화가 잇따랐지만 보육 대란은 없었다.

학부모들은 사태 장기화와 악화를 우려하는 모습이었지만 한유총의 유치원생을 볼모로 한 사익 챙기기라며 분을 삭였다. 당국은 문을 닫은 유치원에는 즉시 시정명령을 내렸고 5일에도 개학하지 않으면 고발 조치키로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일단은 한유총의 백기 투항으로 유치원 사태가 해결국면을 맞았지만 당국의 강경책에 마지못해 굴복한 인상이 강하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다.

‘유치원 3법’은 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말한다. 법안은 정부의 학부모 지원금을 설립자가 유용할 수 없게 하고, 정부의 회계 관리 시스템 의무 사용, 강화된 각종 처벌 규정을 담았다.

이 법안은 여야 합의 실패로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최장 33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게 된다. 여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치원 3법'의 국회 통과를 서두르기로 했다.

강경 투쟁을 외치던 한유총은 정부 당국의 초강경 대응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이번 한유총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노총 등의 강경 시위와 각종 이익 단체의 불법 시위에도 정부는 이번 한유총 사태 때 보여 준 일사불란한 대응과 처리를 바란다. 원칙에 따라 법질서를 지켜주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봐주는 식의 편 가르기식 대처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