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화/ 신도청권 취재팀장



경북도청이 안동시 풍천면으로 옮겨온 지 1년쯤 됐을 때 경북도청을 출입하게 됐다.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안부 인사는 이랬다. “매일 대구에서 출퇴근을 하느냐”, “숙소는 구했느냐”, “고생하겠다” , “퇴근 후 갈(놀) 곳도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 등등.

출입한 지 두어 달쯤 됐을 때 한 간부 공무원은 “기사는 쓰지 말라”며 걱정스러운 점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사실 도청이 옮겨오면서 우리 도청 공무원끼리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대구에 있을 때는 점심때나 퇴근 후 밖에서 대학, 연구소, 기업체, 정치권 등 여러 분야 사람들을 만나 정보도 듣고 했는데 여기로 오니 쉽지 않다. 이러다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되는 건 아닌지 정말 우려스럽다”고 말이다.

많이 공감됐다. 하루 종일 같이 근무하고 아침, 점심, 저녁 식사도 같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퇴근 후 별로 갈 곳도 없다 보니 각종 동아리 활동도 같이 하고 술잔도 같이 기울였다. 인적 네트워크도 약화하고 그로 인해 정보력도 취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기자도 비교적 맑은 공기와 도청신도시 주변 풍경에 빠지다 대구에 갈 때면 약간 낯섦을 느낄 때도 있었다. 선배들은 “힘들어도 주말마다 대구에 와서 사람들도 만나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민선 7기는 앞의 간부공무원의 걱정이 조금씩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다행스럽다. ‘새바람 행복 경북’을 모토로 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환골탈태를 강조하면서 공무원들을 시스템적으로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지사는 취임 후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문가 초청 조찬 특강을 추진해온 데 이어 새해에는 전체 공무원의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눈높이기’ 교육을 시작했다. 도청 공무원들이 정보를 찾아 나갈 수 없다면 역발상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을 도청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이 도지사는 취임하자마자 이의 실행을 계획한 것 같다.

지난 1월 미국 출장 중 이 도지사는 “취임 초 전체 직원들을 매달 동락관에 모아 특강을 하려 했는데 ‘다 모이지 않는다. 싫어한다’는 얘기가 나와 못했다. 올해는 매달 특강과 매주 공부 모임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2월 정례조회에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을 초청해 청렴 특강을 하도록 했다. 이달에는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금요일마다 해온 간부 대상 조찬 특강은 이보다 앞선 지난 1월 마지막 주에 대상을 팀장급 이상으로 확대, 강화했다. 매주 화요일 7시 30분 팀장급 이상 공무원들은 도지사와 부지사, 실·국장, 특보단 등과 경북도의 현안인 투자, 일자리, 관광, 공항 문제의 진단과 전망을 관련 전문가로부터 듣고 공유한다.

팀장, 과장이면 도정 업무를 기획하고 도정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위치다. 각기 맡은 업무는 다르지만 도정 현안을 도지사와 매주 같은 시간에 얼굴을 보며 공유하고 꿰뚫는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실국별로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관련 분야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한다고 한다.

민선 7기 경북도가 처한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척박하다. 밖으로는 남북관계가 급변하고 안으로는 다른 곳보다 지방소멸 위기가 심각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이전에는 대내외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여당과 도지사의 정당이 같아서 대내외 정책을 같이 주도할 수도 있었다. 소속 정당이 달랐던 DJ, 노무현 정부 때는 그래도 도민 다수가 지지를 보낸 보수 야당이라도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국비 한 푼이라도, 국책사업 하나가 아쉬운 지금, 정부·여당은 경북의 한표가 아쉬웠던 예전 상황이 아닌 것 같고, 야당은 지리멸렬이다. 그야말로 봄날은 갔다. 민선 7기 경북 도정은 냉철해져야 한다.

초유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선정 결과가 왜 기대에 못 미쳤는지, SK하이닉스는 왜 구미가 아니었는지. 이달 정부의 원전해체산업육성방안 발표에서 경북은 무엇을 얼마나 따낼 수 있는지, 그리고 국비 확보와 각종 국책 사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진짜 실력은 위기 때 빛을 발한다고 했다. 막연하게 아는 것은 아는 게 아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속담처럼 경북도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교육이 위기 극복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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