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의 방위적 개념을 담은 기존의 읍면 이름을 지역의 역사성이나 특성을 살려 변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청송군은 지난 1일 일제가 붙인 ‘부동면’의 이름을 ‘주왕산면’으로 105년 만에 새롭게 개칭했다. 종전 부동면 명칭은 일제 치하인 1914년 조선총독부령에 따른 지방 행정구역 조정으로 생긴 이름이다. 부동(府東)은 청송도호부의 동쪽에 있다고 지어진 이름이었다.

이에 앞서 포항시는 2010년 대보면을 ‘호랑이 꼬리’라는 의미를 담은 ‘호미곶면’으로 변경했다. 울진군은 2015년 서면을 금강송면으로, 원남면을 매화면으로 각각 바꾸었다. 금강송면은 금강송 군락지가, 매화면은 매화와 매실단지가 유명하다.

고령군은 2015년 기존의 고령읍 이름을 옛 대가야국의 역사를 이어받아 ‘대가야읍’으로 변경했다. 예천군은 2016년 효자 도시복으로 유명한 상리면을 ‘효자면’으로, 임금님에게 진상할 정도로 품질이 좋았던 은풍준시(곶감)의 고장 하리면을 ‘은풍면’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김천시 일각에서는 직지사가 있는 대항면을 ‘직지면’으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개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직지사가 김천을 대표하는 명소일 뿐 아니라 면사무소를 제외한 초등학교, 파출소, 우체국, 농협 등 대부분 기관이 ‘직지’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시·도에서도 지명에 역사성을 담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읍면의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은 대관령이 있는 도암면을 대관령면으로 바꾸었다. 영월군은 서면과 하동면의 이름을 지형의 특성과 김삿갓 연고 등을 내세워 각각 ‘한반도면’과 ‘김삿갓면’으로 개칭했다.

그러나 시·도 간에는 역사성이나 특정 자연자원의 이름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 읍면 명칭 변경이 첨예한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 간의 소백산면 분쟁, 경남 함양군과 인근 산청군, 전남 구례군 간의 지리산면 분쟁, 강원도 양양군과 인제군, 속초시 간의 대청봉면 분쟁 등이 그것이다.

주민들의 합의만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지역의 역사성을 확실히 하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읍면 명칭 변경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그 과정에서 너무 성급하게 트렌드에 휩쓸려 기존의 지역 이름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이나 지역의 대표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특히 지역 이름 변경이 주민 간 갈등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된다. 추진의 으뜸가는 전제는 당연히 주민 합의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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