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새 대표로 27일 선출됐다. 예상한 대로다. 신임 황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1년 2월까지 2년간이다.

당내 기반이 없던 그는 입당 43일 만에 당권을 틀어쥐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에 따라 별다른 변수가 없으면 황 대표는 1년여 남은 내년 21대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한국당 당원들의 당심과 국민들의 민심이 확연하게 갈렸다. 황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쳐 총 5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 오세훈 후보는 31.1%, 3위 김진태 후보는 18.9%를 득표했다.

그러나 일반국민 여론조사(선거결과에 30% 반영)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과반인 50.2%의 지지를 얻었다. 황 신임대표는 37.7%, 김진태 후보는 12.1%에 그쳤다.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크다는 이야기다.

침묵하던 ‘샤이 중도보수’의 표를 이끌어낸 오 후보가 당선된 황 대표보다 전체 국민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았다. 이는 새로운 ‘황교안 한국당호’의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친박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황 대표는 역설적이지만 자신과 당의 친박 이미지 탈피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그것만이 민심에 부합하는 길이고, 그가 공약한 대로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다.

친박 프레임에 갇혀 다수 국민의 생각과 다른 노선을 선택한 뒤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 “자당 후보를 당선시켜 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탄핵 부정, 5·18 폄훼, 당의 지나친 우경화 등 퇴행적인 주장이 당 내에서 더 이상 나오면 안된다.

이와 함께 한국당 전체에서 대구·경북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새로운 당지도부에 참여하는 지역 정치인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전대에서는 경북 안동출신 김광림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것이 유일하다.

한국당 지도부의 대구·경북 퇴조에는 문제가 있다. 그간 ‘보수의 본산’이라는 온실 속에 안주한 지역 정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필연적 결과다. 누누이 지적되는 이야기지만 지역출신 인재를 키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외받는 대구·경북이 한국당 내에서마저 소외되면 안된다. 대구·경북에 생기가 돌아야 개혁보수가 되살아난다. 그래야 대한민국에 진보와 보수의 두 바퀴로 굴러가는 건전한 정치 풍토가 만들어진다.

대구·경북은 ‘친박의 본산’이라는 이미지 대신 ‘개혁보수의 중심’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굳혀 나가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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