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연도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1년간 발생하는 범죄 건수는 대략 180만 건 정도 된다. 여기에는 살인, 강간, 강도, 방화와 같은 강력범죄도 있고 사기, 횡령 같은 경제범죄, 그리고 보이스피싱 같은 민생침해 신종범죄도 있다.

국가는 이와 같은 각종 범죄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발생한 범죄를 잘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국가의 형사사법 시스템이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거나 범죄자로 판명이 나면 국가의 형사사법기관과 접촉하게 된다.

보통 형사사법기관은 경찰, 검찰, 법원, 교정기관(교도소 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이 기관들은 범죄,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형사사법기관의 협력 및 연계 시스템이 중요하기 때문에 형사사법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일수록 어느 특정 기관이 권한을 독점하지 않고, 기관 상호 간에 견제와 균형에 의해 형사사법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다.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질러서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되었다고 가정하자. 단순하게 그 사실만 가지고 곧바로 교도소로 직행해서 형벌을 받는 것이 아니다.

한 국가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매우 다양한 범죄자 처리 과정을 갖고 있다. 범죄 사안이 경미할 때는 경찰이나 검찰 단계에서 풀려나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사안이 중대하여 정식재판에 회부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법원이나 교정단계를 거치게 된다. 즉 민주법치 국가에서는 반드시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권한 있는 국가기관에 의해서 범죄사실이 밝혀지고,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만 그 범죄자는 교도소 등 교정기관에서 형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즉 형사사법 시스템은 수사단계, 기소단계, 재판단계, 형 집행 단계로 나누어지며 단계마다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억울한 국민을 만들어서는 안 되고,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우리나라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국민을 위한 인권 친화적 시스템으로 고치기 위해 논의 중이다.

그동안 국민권익과 인권을 강조하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들자는 국민적, 시대적 요구가 있었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완결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권의 의지가 강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검찰은 세계에서 가장 권한이 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사권, 기소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형 집행권 등 형사 절차상 모든 권한을 검찰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러니 권한 남용, 부패 비리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고, 실제로 검찰의 권력을 통제하기도 어렵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기능 배분이 잘 정착되어 있으며, 경찰의 독자적인 영장청구도 가능하다.

독일과 일본도 수사상 꼭 필요한 체포, 압수수색 영장은 경찰이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영장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발부하는 기관은 법관이다.

이와 같이 주요 선진국에서는 검찰과 경찰, 법원이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균형의 원리에 의해서 합리적인 수사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업무를 존중하는 협업 시스템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우리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검사는 기소, 경찰은 수사라는 방향으로 분권화해야 한다.

경찰은 꼼꼼하고 책임성 있는 인권존중 수사를,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서로의 역할과 기능을 존중하면서도, 때로는 견제할 수 있는 민주적인 시스템이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민의 인권과 권익을 고려하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요구이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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