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 막는 길, 비수도권 구미 유치에 힘 보태야

신승남/ 중부본부 부장



수출 258억 달러. 어떻게 보면 큰 금액이다. 하지만 구미시의 2018년 수출액이라면 찜찜하다. 한 해 전인 2017년 수출액인 282억7천여만 달러보다 8.4% 준 실적이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도 2017년 166억3천여만 달러보다 11% 감소한 103억6천여만 달러를 기록했다.

구미가 자꾸 쪼그라들고 있다.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의 국내·외 이전과 휴·폐업 등으로 근로자들이 떠나면서 근로자들의 소비에 의존하던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 5G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이유로 구미를 떠나 수원으로 옮겨야 한다던 삼성네트워크 사업부도 곧 구미를 떠난다. 일부 인력이 남아 있다곤 하지만 대부분 직원은 이번 명절이 구미에서 보내는 마지막 명절이 되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대기업들이 구미를 떠나면서 덩달아 중소기업들도 떠나거나 문을 닫고 있다. 구미시 인동동이나, 구미국가산단 제3단지 인근의 칠곡군 석적읍 주민들은 밤이 지나면 ‘어느 중소기업이 부도가 나고, 어떤 기업은 폐업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가동률이 36% 정도라는 통계가 실감 나는 대목이다.

구미고용안정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휴업을 하고도 고용을 유지하려는 중소기업에 지원한 고용유지 지원금이 전년도에 비교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IMF와 외환위기 때에도 끄떡없었던 구미국가산단이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두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사실상 정부가 국토균형발전 책무를 소홀히 한 탓이라는 이야기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국토균형발전을 공약으로 삼고 임기 중 작으나마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완화하면서 사실상 국토균형발전은 멀어졌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국토균형발전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때다 싶었는지 전국 국가산단에 있던 대기업과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수도권으로 공장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고삐 풀린 수도권 이전은 수도권 팽창을 가져오고 대전 이북과 춘천 서쪽이 모두 수도권이라는 우스개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유일한 일자리를 제공하던 제조공장마저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국가산단을 끼고 있던 구미와 군산, 광주, 울산, 포항 등의 도시들은 말 그대로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기업이야 투자 후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 곳에 투자하기를 원한다. 물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고 정주 여건 등 각종 인프라와 인재가 많은 수도권에 공장을 짓고자 하는 것만으로 기업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마저 국토균형발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환경정의 공동대표인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한 칼럼에서 OECD 국가 중 소득이 높은 나라들은 인구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의 인구 비중이 10% 내외라며, 서울의 전체 인구 대비 비중 22%는 한국의 국토구조가 건강하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수도권이 과밀화되면서 수도권을 수도권답게 발전시키지 못하고 비수도권의 발전 잠재력마저 빼앗는 이중적 폐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통령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50개 기업이 동반 입주하는 12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즉시 경기도 용인과 이천, 충청북도 청주시, 경북 구미시가 유치에 나섰다.

기업은 여전히 수도권 규제를 풀고 공장 총량제의 예외를 인정해 수도권에 신규 투자를 허용하도록 바라는 눈치다. 그래야 투자로 인한 불로소득인 땅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국토균형발전과 지방 분권을 강조해왔다. 이번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계획은 SK하이닉스의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국책사업이다. 그런 만큼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또다시 국토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공장총량제 예외규정을 적용해 수도권에 대규모 공장을 허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이는 수도권 과밀을 초래해 수도권 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지방을 소멸시키는 공멸의 길이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국민과 정치인, 지자체도 한목소리로 구미 유치에 힘을 보태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