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인기 있을 땐 단체약정 말아야

발행일 2019-01-27 17:32:5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온누리상품권이 설 대목에 앞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전국의 가맹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데다 구매 할인율이 지난 2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기존 5%에서 10%로 높아진 때문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지난 2009년 7월 전통시장의 수요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첫 발행 됐다. 그 후 활성화를 위해 매년 할인율을 적용해 왔지만 전통시장 상가의 가맹점 가입 저조와 함께 마트나 백화점을 선호하는 시민들의 쇼핑 패턴 탓에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설이나 추석 대목을 앞두고 매년 상품권 판매 분위기 조성을 위해 기관단체장들이 모여 구매촉진 행사를 가져왔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상품권 10% 할인판매는 오는 31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지역은행 한 지점에서는 한 달 판매 물량인 3억 원의 상품권이 불과 이틀 만에 소진됐다. 2시간 이상 기다리거나 은행 점포 5~6곳을 다녀도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온라인상에는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려면 사람들이 몰리는 큰 지점은 피하라’는 구매 팁까지 올라오는 상황이다.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인기가 이같이 폭발적인데도 발매 시작 5일째인 지난 25일 대구시는 지역 내 기관 및 단체 등과 함께 상품권 판매촉진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17개 기관·단체에서는 43억4천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키로 약정했다.

지역 기관·단체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이들 기관은 지역이 어려울 때마다 앞장서 돕거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소매를 걷고 나섰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됐다.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을 구하지 못해 동분서주하는 상황이 빚어지는데도 기관·단체들은 연례행사처럼 똑같은 행사를 치렀다.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생각하는 이들 기관의 충정은 시민 모두가 안다. 그러나 이들이 온누리상품권을 단체 구매하는 통에 일반 시민들이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행사의 결과는 의도하지 않은 쪽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수 시민이 온누리상품권을 구하지 못해 안달을 내는 동안 판매촉진 캠페인 참여기관에 물량을 우선 배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행사도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 판매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구매에 참여해줘야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올해 대구지역 전체 상품권 판매 목표금액 2천억 원에 비하면 단체 구매 물량은 2%에 불과하다. 그러나 금액의 다과와 상관없이 되풀이돼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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