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냐…‘스마트 시스템’으로 피해 막는다

발행일 2019-01-22 17:59:4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4> 지진, 예측 가능의 시대로 접어드나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주와 포항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사진은 2017년 포항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외벽과 2016년 경주지진 때 손상된 기와집의 복구를 하는 모습. 경주지진(2016)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주와 포항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사진은 2017년 포항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외벽과 2016년 경주지진 때 손상된 기와집의 복구를 하는 모습. 포항지진(2017)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최근 딥러닝을 이용해 태풍 진로를 예측하는 심층 신경망을 구축했다. 태풍에 영향을 미치는 해수면과 온도, 풍속 등의 갖가지 변수를 인공지능(AI)에 심층 학습시켰다.
구글과 하버드대 연구팀은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대결을 한 알파고 기술을 재해대응 시스템에 접목했다. 알파고에 적용했던 딥러닝 기술에 과거 지진 이력을 입력해 100%에 가까운 정확도로 미소지진까지 감지해냈다.
미국항공우주국에서는 최근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정보를 분석하고 태풍의 위치와 풍속 등을 사전에 감지해 이동경로를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와 이동통신사업계도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술을 도입해 지진에 대비하고 있다. 개발 중인 기술들은 5.0 이상의 강진 발생 시 경보를 울리거나 엘리베이터와 가스, 집안 곳곳의 조명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등 다양하다.


지진은 더 이상 ‘특수함’이 아닌 ‘신변잡기’를 내포한다.

인간은 삶을 영위해가며 숱한 경험을 축적하지만 그 모두를 기억해 현실을 진단, 또는 미래 예측 시 의식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반면 인공지능(AI)은 이 모든 궤적 정보를 축적하고 그 정보를 빠짐없이 활용,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상황을 두고 최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최근 경북 경주와 포항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크고 작은 지진들로 인해 ‘지진 안전지대’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진 대한민국. 무사안일을 거둬야 할 때임을 범국민적 차원으로 인지할 때라는 것이다.

인터넷 기술이란 몸에 인적 데이터의 옷을 입힌 초고도화 연결망으로 지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수반돼야 할 때다.

지진은 지표 100㎞ 정도의 단단한 암석인 판(plate)의 이동으로 발생한다. 지진이 발생하면 매질을 따라 직선 이동하는 P파(초기진동)와 파고를 일으키며 움직이는 S파(주진동)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지진발생에 관한 대표적 학설은 크게 판 구조론과 탄성반발설로 나뉜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암석권의 종류는 유라시아판, 태평양판을 비롯해 대략 10여 개의 판으로 구별돼 있다.

이 판들은 점성이 있는 맨틀 상부에서 각기 다른 경로의 이동을 한다. 이 같은 이동 동력이 임계점을 넘어설 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지진이라는 것이다.

탄성반발설은 장시간에 걸친 지각의 변형으로 암석 강도의 한계점을 초과하게 될 때 지진이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지진으로 인한 진파는 소규모 면적에서 점차 팽창을 거듭해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랬다. 지진과 쓰나미 등 각종 자연재해에 대한 심각한 고찰을 수반해야 할 때다.

◆세계의 지진

세계 곳곳이 자연재해의 범람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선 규모 6.6의 지진이 발생했고, 필리핀에서도 규모 5.4 지진이 일어났다.

이란에서는 규모 5.5 지진으로 인해 80여명의 사상자를 낳았고 미국 알래스카 주에서 규모 7.0의 강진으로 인해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G20 정상들이 모여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에서도 3.8의 지진이 일어나 아찔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역대 최고의 지진은 무려 1천여 명의 사상자를 낳은 칠레 지진이다. 1960년에 발발한 이 지진은 리히터 규모 9.5 수준으로 진앙지 1천㎞ 밖에서도 지진파를 감지할 만큼의 강진이었다.

이 같은 9.0 이상의 초강도 지진은 칠레 이외에도 1964년 알레스카(9.2), 2004년 수마트라(9.1), 2011년 일본(9.0), 1952년 캄차카반도(9.0)가 기록으로 남아있다.

세계지진의 10% 이상은 일본열도에서 발발한다. 그렇다면 유독 일본에서 지진이 빈번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유수의 지질학자들은 본래 육지였던 일본은 화산폭발 등으로 인한 지각 변동으로 육지 가장자리가 떨어져 나오게 되고 이렇게 떨어진 땅이 지금의 일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일본은 지진에 의해 형성된 섬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지진이 잦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아이러니하게 일본은 여타 국가에 비해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현저히 낮다. 숱한 지진 발생으로 인한 확고한 지진 대비책 마련 덕이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에 대한 감지와 공지가 세계 어느 곳보다 신속,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기상청은 300여 개의 지진계와 국립방재과학기술연구소의 관측망 800여 곳을 이용해 지진을 예측한다. 진도계급은 경험치로 축적된 국내 자체개발용을 도입했다. 그럼에도 어렵지 않고 일반인들의 접근이 용이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반도의 지진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것은 1978년이다. 관측 이래 북한과 인근 해역을 포함, 최근 40년간 한반도서 발생한 5.0 이상의 강진은 총 10차례다. 통상 5.0 이상의 지진 발생 시 직립이 불가하고, 건물 내·외장재에 균열이 간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큰 지진은 지난 2016년 경주에서 일어난 리히터 규모 5.8 지진이었다.

두 번째는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 포항지진은 경주지진에 비해 규모 면에선 작았지만 경주에 비해 지표 인근에서 발생함에 따라 120여 명의 사상자와 약 900억 원의 재산 손실을 낳았다.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강진 외에도 크고 작은 여진은 한반도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국내서 발생한 2.0 이상의 지진은 200여 회에 이른다.

기상청은 일련의 지진사태를 분석, 향후 한반도에 불어 닥칠 맥시멈의 지진 규모를 6.0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7.0 이상의 초 강진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 근거로 지난 2011년 발발한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꼽는다. 한반도가 일본 열도에 끌려가는 바람에 지진 에너지의 양이 현격히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존 유라시아 판 내부에 위치한 한반도는 적층 에너지가 일본에 비해 소량 분출됨에 따라 지진 빈도가 낮으며 그 규모도 현저히 적다는 기존 분석을 뒤집은 결과다.

이 같은 결과에 기인, 경주와 포항을 지나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의 강진 역시도 간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는 ‘1546년 한양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갔으며 한참 뒤에 그쳤다. 처음에는 소리가 약한 천둥 같았고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집채가 모두 흔들리고 담과 벽이 흔들려 무너졌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진과 IT의 융합관계

구글은 최근 발생한 동일본 지진 발생 시점으로부터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재해 대응’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구글은 이를 토대로 지진 발발 한달 여 동안 TV와 인터넷 라이브 매체, 동일본 지원 사이트 등 30건이 넘는 파생 서비스를 구축해냈다. 구글의 재해 관련 시스템 구축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팀에서는 인공지능(AI)을 통한 지진데이터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발생한 지진을 빅데이터화 함으로써 지진에 대한 선제적 감지를 가능케 하는 예측지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뇌를 차용한 신경망과 AI를 융합, 지진 발생 시 진파를 음향으로 변환해 시스템에 입력 후 분석해내는 기술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 시스템 도입 시 지진 분석 간, 기존의 슈퍼컴퓨터에 비해 수백 배에 이르는 정확도를 보인다.

구글과 하버드대 연구팀 역시,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바둑대결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알파고 기술을 재해 대응시스템에 접목, 무소불위의 지진에 대한 공포를 일정 부분 희석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알파고에 적용했던 딥러닝 기술을 도입, 지진에 관한 과거 이력 등을 여기에 입력하자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보이며 미소지진까지도 감지해냈다.

황사의 진원지로 악명이 높은 중국에서는 미세먼지 분석을 통한 예측, 감소 등 대책마련에 AI 기술을 도입했다.

특히 중국 텐진시와 같은 공업지역의 연료 분출량과 이를 통해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인과관계를 파악, 이를 AI 기술로 분석해 30% 이상의 미세먼지 절감효과를 거두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우리나라 역시도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지진에 관한 각종 대비책에 몰두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진조기경보 대상 영역을 전 방위적으로 확대했다. 더불어 지진 경보 시간 단축을 위한 기반 구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 시발점으로 일본 기상청 등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한반도를 넘어 일본 규슈지방까지 경보 대상 범위를 확대,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대상 영역은 북쪽으로는 평양 인근과 남동쪽으로는 일본 규슈 북쪽 대마도 일대를 아우른다.

각 지자체 역시 지진 대비 간 스마트 시스템 도입에 주력하고 있다. 원시적 지진경보를 넘어 빅데이터 축적을 통한 경험치를 바탕으로 한층 더 체계적이고 정확한 IT기술을 접목한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지진 대비 상황은

현재 대구시를 비롯한 여러 자치단체서 추진 중인 ‘스마트 재난상황정보전파시스템’. 이 시스템은 지진 발발 시 가장 신속하게 고지할 수 있는 방송과 휴대폰 메시지, 전광판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재난소식을 전송한다. 재해발생 시 주민대피 간 골든타임 확보를 위함이다.

각 건설사와 이동통신사업계도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술을 도입, 지진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지 내 스마트 지진계를 설치, 약진 발생 시 입주민에게 지진대응 행동요령을 집안 내 설치된 월패드로 경보하는 스마트 지진감지 경보시스템 개발에 주력하는 가하면, 5.0 이상의 강진 발발 시에는 경보와 동시 엘리베이터와 가스, 집안 곳곳의 조명을 알아서 제어한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종합관제소에 지진계를 추가 설치, 지진대응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영위했고, 부산도시철도는 재난조기전파체계 구축을 통해 기상청 지진조기경보시스템과의 유기적 연계를 꾀함으로써 전파매체별 자동으로 전파시나리오가 작성, 단 한 번 클릭으로 신속한 재난상황 전파를 가능케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주와 포항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포항시민 52만 명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재해피해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피해액을 인구수로 환산하면 5조 원에 이른다. 내가 사는 집의 지진 대응책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진이란 지진 발발 시 구조체와 비구조체간의 충돌로 인한 충격 완화를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내진을 차용하고 일본은 면진, 대만은 제진 방식을 이용한다. 여기에도 과학은 숨겨져 있다.

내진의 원리는 작용 지진력을 상대로 버팀대를 이용, 이를 구조 부재에 견고히 연결시켜 지지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면진은 지진력이 애초 배관에 전달치 못하도록 특수한 장치를 이용하는 것이며 제진은 지진력을 감소시키는 장치를 설치함으로써 지진력을 자연스레 소진하는 방식이다.

대한민국 유수의 건설사들은 내진설계의 기준을 새롭게 잡고 있다. 지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물 진동이 건물 내 ICT 장비에 스며들지 않도록 하는 면진 테이블을 도입하는 한편, 내진 방지 성능을 제고하는 진동 에너지 흡수 장치 도입을 통해 건물 손상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글·사진=군월드 IT 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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