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율 경원고 교장 “중위권 신입생도 3년 뒤엔 상위권”

발행일 2015-02-16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진율 경원고 교장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경원고등학교가 최근 대입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경원고 이진율 교장은 “좋은 성적을 내는 건 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입 수시모집에서 우리 학교 학생이 연세대 의대에 차석으로 합격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더라고요. 표준점수는 만점자들보다 높았는데 말이죠. 한 문제 틀렸다고 그런 거에요. 대입은 원점수가 아니라 표준점수를 따지는데…”

지난 12일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경원고등학교에서 만난 이진율 교장은 “대입에서는 표준점수(자신의 원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나타내는 점수)가 원점수보다 중요한데, 수능 결과가 나오면 항상 원점수 만점자에만 관심이 쏠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능에서 만점을 맞았다면 어느 대학이든 당연히 합격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뜻에서다. 지난달 언론에 보도된 ‘수능 만점자 3명이 연세대 의대 정시모집에서 탈락했다’는 기사가 관심을 끈 이유도 바로 이 ‘표준점수’ 때문이다.

서울대 합격자 5명(수시 2명, 정시 3명), 고려대와 연세대 등 수도권 대학 합격자 68명, 경북대와 영남대 등 지역의 4년제 대학 합격자는 445명이다. 201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대구 경원고가 낸 성적이다. 수성학군의 여느 학교에 비교해선 눈에 띄는 결과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번 졸업생들의 고교 입학 때 성적을 보면, 대입 결과는 다르게 보인다. 경원고에 입학할 때 중학교 내신성적 평균은 상위 34% 정도다. 상위권 신입생들은 17%다. 내신성적 상위 10% 이내 우수한 입학생들이 몰리는 학교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고입 출발점에서 나던 차이는 3년 뒤 대입에서는 크게 좁혀졌다. 졸업생 537명 중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 합격자 68명, 의대와 카이스트, 포스텍 등 합격자 24명, 지역 4년제 대학 합격자 445명(중복 합격 포함)을 냈다. 이같은 성적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14학년도 대입에서도 연세대와 고려대 등 수도권 대학 합격자를 71명 배출했다. 다만, 서울대 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고교 3년 동안 학생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된 데에는 30년 동안 진학담당교사로 일해온 이 교장의 노력이 컸다. 그는 1980년 청도 이서고에서 교편을 잡은 뒤 82년부터 30년 가까이 경원고에서 일해왔다. 2013년 9월 이 학교에 교장으로 취임한 뒤로는 오랜 진학 경험을 살려 전교생 적성검사, 학교 자체 AAT 논술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끼리 머리를 맞대고 수업 방식을 논의하는 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이 교장은 이를 적극 지원하기도 한다. 과학중점학교라고 자연계열에만 치중하진 않는다. 학생다운 감성을 기르도록 음악, 미술 등의 수업을 이과 수업에 병행한다.

또 이 교장은 성적을 올리는 것에 앞서 인성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가르친다. 학교에서 근본적으로 개인의 성공과 출세만 강조할 게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모자동행 도산서원 탐방, 교사와 학생간, 부모와 자녀간 ‘세족식’이 대표적인 인성교육이다. 이 교장은 이러한 인성교육을 통해 따뜻하고 좋은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학생들을 서울대에 많이 보낸다고 반드시 ‘명문고’라고 할 순 없어요. 기초생활질서를 잘 지키는 학생들을 배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선우 기자 s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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