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여름 초연 때 관객 4만 명을 동원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화제의 주인공 조승우와 함께 다시 돌아온다. 팬들의 폭발적 호응에 힙입어 24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앙코르 무대를 갖는 것.

이미 연기파 배우로 소문난 그였지만 이번 작품에서의 ‘지킬’ 역은 새로운 뮤지컬 스타로서 조승우를 다시 보게 하는 기회였다.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까다로운 역할을 탄탄한 연기와 빼어난 노래,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로 훌륭히 소화해 낸 그는 이 작품으로 올 해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솔직히 관객은 어느 정도 있겠지 싶었지만 반응이 이 정도일지는 전혀 예상 못했어요. 연습기간도 너무 짧았고, 연기에 자신감도 부족해 불안한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갔거든요. 첫 공연을 끝내고 커튼콜 무대에 섰는데 관객들이 그렇게 열광하는건 처음 봤습니다. 눈물이 핑 돌더군요.”

조승우의 뮤지컬 출연은 사실 ‘지하철 1호선’, ‘의형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에 이어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 전작들이 대부분 작은 규모의 창작 번안극들이었던데 비해 이번 작품은 규모도, 유명세도 남다르거니와, 그에게 갖는 의미도 컸다.

“고등학교 때부터 뮤지컬 마니아였어요. 특히 ‘지킬 앤 하이드’는 당시 CD로 듣고 굉장히 빠졌던 작품이죠. 극중 ‘This Is the Moment’라는 곡은 제가 다른 작품의 오디션을 볼 때도 꼭 부르곤 하는 18번이었구요.”

7월 24일부터 8월 21일까지 한 달 간 주 6회씩 30회 가까이 무대에 서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컸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연기 그 자체였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배우로서 혼란도, 희열도 맛보게 해 준 작품이었어요. 무대 뒤에서 덜덜 떨곤했어요. 때문에 슬럼프도 많이 겪었죠.”

슬럼프까지 겪을 만큼 큰 도전이 됐던 배역, 자신의 연기에 대해 그는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지킬’이 가진 선과 악의 이중성을 내면화해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겉으로 드러내는 건 쉬워요. 하지만 제가 원했던 건 목소리 같은 외적인 게 아니었거든요. 공연 초반엔 관객들이 이를 몰라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관도 많이 흔들렸었는데, 결국 주관대로 밀고 나가니 되더라구요.”

이번 앙코르 무대에 쏠린 관객들의 관심은 초연 때 이상이다. 지난 공연의 감동을 다시 맛보길 원하는 관객뿐 아니라 ‘도대체 조승우가 얼마나 잘하길래’라는 호기심으로 눈과 귀를 세운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출연하는 날의 입장권은 판매 개시를 시작한 지 단 이틀 만에 모두 매진됐을 정도다(내년 1월 9일까지. 그 이후 공연의 날짜별 캐스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는 “초연 때 옥션 같은 사이트에서 암표까지 나돈다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면서 “팬들의 관심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굉장한 부담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영화 ‘말아톤’의 막바지 촬영작업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조승우는 영화일정이 끝나는 대로 바로 뮤지컬 연습에 합류할 예정.

“이번엔 좀 더 진실하게 작품에 임하고 싶어요. 지난 공연에서 놓쳤던 부분을 찾고 연기나 노래 등에서도 좀 더 디테일을 살려가면서…. 잘 하겠습니다(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는 그는 이어 “영화 덕분에 뮤지컬도 할 수 있게 됐으니 앞으로는 두 장르에서 모두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역을 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번 앙코르 무대엔 조승우와 함께 뮤지컬배우 서범석, 민영기가 ‘지킬’ 역으로번갈아가며 출연한다.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