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일상에 지쳐 알 수 없는 허무함과 허탈함에 빠졌던 경우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앞, 뒤 돌아볼 겨를도 없이 열심히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더욱 더 이런 순간적인 허탈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면서 살아야 할까? 누구나 이런 삶의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술과 유흥으로서 풀려고 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더욱 더 일에 몰두하며 풀려고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둘 다 조금은 위험한 방법인 듯 하다. 전자는 경제적, 육체적 손실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러 올 것이고, 후자는 더욱더 큰 허탈함이 뒤따라 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좋은 세상이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교통이 발달하여 우리나라 어디든, 무슨 일이든 쉽게 이동하고 접할 수 있다. 서울뿐 아니라 모든 지역의 생활인들이 문명을 이용하여 현대의 문화를 즐겼으면 한다. 음악이 좋으면 음악으로, 시각예술이 좋으면 시각예술로 삶을 좀더 풍요롭게 만들면 어떨까? 힘든데 예술은 무슨 예술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예술 속엔 삶이 있다. 때론 어려움을 해결할 힘을 주고, 때론 우리가 모르고 지나간 즐거움을 찾아 주기도 한다. 문화 강대국 러시아 국민들의 문화수준은 지금도 어느 선진국 못지않다. 그들은 당장 먹을 빵이 없어도 입석표를 구입하여 연주회에 가고 전시를 본다. 더 큰 양식을 그들의 마음속에 담아 오는 것이다. 전 세계가 러시아의 문화수준을 지금도 변함없이 높이 평가하는 것은 여기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그 때문에 많은 선진국유학생들이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숨가쁘게 달려오고 투쟁해 왔다. 풍요로운 삶은 투쟁으로 쟁취되는 것이 아니다. 내부에 숨어있는 잠재된 아름다움을 끄집어내어 쏟아 부을 때 진정한 삶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지금 진정한 예술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삶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그 덧없음을 보여준다면 지금 이 순간 꽉 차있는 분노와 잔인함이 사라질 수 있을까?... 언제 들어도 그 천재성에 탄복하는 모짜르트의 교향곡과 삶을 초월한 듯 도도하게 아름다운 김정희의 ‘세한도’가 그립다.

김소연(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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