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인상시기분산을 유도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시민들의 가계도 아랑곳 않고 하반기에 일제히 올리기로 한 대구시의 각종 공공요금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자체를 강제할 수없는 일이라고 하나 경기를 낙관만 해온 중앙정부가 이럴 정도면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지금은 공공요금을 올릴 때가 아니다.

대구시의 주장을 보면 그 나름의 인상요인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누적적자가 4546억원에 달하는 대구지하철은 근본적으로 승객이 부족하고 기본요금 600원도 교통카드 사용 등에 따른 할인율을 고려할 때 실제수익이 되는 평균요금은 수송원가 2500원의 19%인 480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인상폭을 200~300원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수돗물 역시 t당 공급가격 440원이어서 생산원가 480원에 못 미치므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구의 수돗물 값이 대전에 이어 전국 대도시 가운데 두 번째로 싸다는 것이고 버스요금 역시 지난 번 시내버스 파업 때 이미 예고된 것이다.

그러나 당국의 그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밑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시민들의 아픔을 헤아려 달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얼마나 힘겹게 사는지는 8년 동안에 두 배로 늘어난 세금으로도 짐작이 간다. 그러면서도 경제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2∙4분기 소비자 체감경기가 4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전국 가구의 30%가 세금 등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아 사실상 적자를 냈다는 보도도 나와 있다. 교육비, 식료품비, 세금, 유류 등의 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수지를 망가뜨린 결과다. 이런 절박한 실정인데도 인상요인이 생겼다고 해서 모른척하고 공공요금을 올릴 수 있겠는가. 더구나 대구경제는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한다. 시내를 돌아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엄청난 권리금을 포기한 점포가 수두룩한 것을 보면 지역경제의 속내를 짐작할 것 아닌가. 따라서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해서 인상폭을 대폭 낮추고 그 시기도 최대한 늦추는 용단이 필요하다. 주민의 아픔을 헤아리는 지방자치행정의 진수를 보여주려면 공공요금도 허리띠를 졸라맴으로서 시민들의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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