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전동차에 불을 지른 방화 용의자 김대한(56∙무직∙대구시 서구 내당동)씨가 한 시민의 기지로 사고발생 40여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방화 현장을 목격한 것은 물론 2도 화상까지 입으며 용의자의 목숨을 구한 시민은 대구 서구 평리동에 사는 이영복(47)씨.

이 씨는 방화현장인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1079호 전동차 3번째 객차에서 용의자 김씨가 시너가 든 PET 병에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순간, 즉각 김씨를 제지했다.

그러나 불길은 순식간에 바닥을 번져나갔고 용의자 김씨의 몸에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 씨는 즉시 자신의 웃옷을 벗어 김씨를 감싸안은 뒤 김씨를 밀치며 전동차 밖으로 넘어졌다. 이 씨의 기지가 용의자의 목숨을 구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유독 가스로 인해 이 씨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오전 10시 28분 사고가 난지 40여분이 지난 시각, 대구시 북구 팔달동 조광병원 응급실(주사실)에서 정신을 차린 이씨는 같은 병원 엠불런스에 범인 김씨가 실려온 사실을 알아내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이 발생한 2시간 후 이영복씨는 곧바로 아내 민옥분(45)씨와 가야기독병원으로 향했다.

이 씨는 지난해 5월말부터 흉선암 판정을 받고 암이 늑막과 폐로 전이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 볼일을 보려고 시내로 나오던 길이었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 이 씨를 대신해 아내 민씨는“생목숨을 앗아간 현장에서 남편이 살아 돌아온 것이 기적만 같다”며 “사고를 당한 많은 분들과 가족들이 제발 건강하기를 바란다”며 목이 메었다.

홍동희기자 hdh@ida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