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규제가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경제 규제의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대중 정부가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각종 규제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말뿐인 ‘규제 완화’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는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처 ‘2001년부터 규제총량을 제한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규제위가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규제총량이 늘어나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말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기업의 불만도 높다.

정부의 총 규제건수는 등록제가 처음 시행된 1998년 8월 1만717건에서 2000년 말에는 7043건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는 다시 7182건으로 늘어났으며 11월 4일 현재는 738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경제관련 규제는 2001년 이후 지금까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올해 들어 규제건수를 줄인 경제관련 부처는 한 곳도 없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98년 폐지된 대기업집단 출자총액제한제도와 99년 폐지된 신문고시를 지난 해 부활시키는 등 규제를 75건에서 82건으로 늘렸다. 규제가 완화된 경우에도 완화 정도가 기업의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수준에서 총 규제건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는 실례이다.

실제로도 현 정부의 규제 개혁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미흡하다”고 답변했다. “매우 잘했다”는 응답은 4%, “잘했다”는 9%에 불과했다. 심지어 정부 안에서도 현 정부의 규제의 효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 경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출자총액을 규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이것이 대기업으로 하여금 많은 현금을 갖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대한 채무보증 및 상호출자 제한 방침도 규제 기준이 기업순위에서 규모로 변한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겠다.

이렇게 경제 규제가 좀처럼 완화되지 않은 이유는 정부의 행정편의주의 때문일 것이다. 무조건 법으로 막고 보자는 식이다. 정부 각 부처의 부처간 이기주의나 대기업을 포함한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의 뿌리 깊은 불신도 규제완화를 가로막는 또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헌법 개정을 통한 과감한 규제완화에 나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헌법 19조 2항을 포함해 과도한 경제 규제 조항이 들어 있는 헌법의 개정을 통해 효율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한편 작은 정부를 구현하고 동시에 경제발전의 걸림돌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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