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하기에도 끔직한 지난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이후 국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수사기관에 의한 고문이 사라진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수사기관에 의한 고문이라는 만행이 자행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아무런 방어수단이 없는 한 시민이 밀폐된 공간에서 불가항력적인 권력의 고문으로 죽어가고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그동안 검찰의 주변에서는 이번 조천훈씨 사망 사건에서 드러난 무차별 구타와 ‘잠 안 재우기’ 등의 가혹행위가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것이 사실이다. 형사사건을 취급하며 검찰을 출입하는 변호사들과 일부 검사들은 이번 사건은 수사관행으로 볼 때 ‘예고된 사고’라는 입장이라는 보도도 있다.
검찰로 볼 때는 가혹행위가 매우 유혹적인 수사방법이다. 명백한 물증은 없지만 정황을 따져봤을 때 심증을 굳힐 수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혐의를 확정짓기 위한 가장 손쉬운 수단이 가혹행위로 자백을 얻어내는 방법이다. 그래서 수사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쉽사리 가혹행위의 유혹에 빠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피의자가 검찰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다. 피의자가 가혹행위를 당했다 하더라도 기소 및 재판 과정에서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사실을 밝힐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를 고소해도 검찰로부터 피해사실을 인정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형법이나 형사소송법도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선언적인 의미뿐이다. 가혹행위를 방지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법률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변호인 접견을 허용하지 않는 등 법에 정해진 절차를 지키지 않은 수사기관의 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물 고문’의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검찰은 이번 사건을 엄정히 조사해 진실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아울러 조사기관의 가혹행위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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