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노점상

발행일 2002-11-05 20:38:2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최근 대구 중구청이 11월부터 올연말까지 대구시 중구 동성로 일대 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노점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가 주춤하고 있다고 한다.

중구청은 당초 지난 1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에서 대우빌딩사이 구간에 밀집해 있는 노점상 100여개를 규격화하는 등 올 연말까지 대대적인 노점상 정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시내 중심가인 동성로에 들쑥날쑥 즐비한 노점상들을 일정한 규격에 따라 리어카나 좌판의 형태를 통일해 양성화하고,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음식물 판매 노점상은 강제로 철거한다는 것이 접을 집행하는 관할구청으로서는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점상 철거문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신중히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특히 동성로 노점상은 대구의 상징적인 노점상 거리다. 보행자 전용도로가 된 이후 줄곧 노점상들의 천국이 돼 왔다. 워낙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다 보니 엄청난 황금어장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래선지 동성로 노점상을 단속하겠다는 방침이 관할구청에서 발표돼도 동성로의 풍경은 어제도 오늘도 별반 다르지가 않다. 실제 단속에 들어가면 격렬한 저지행동과 반대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강하게 일어나 실행에 들어가기도 쉽지않다.

어디 이것이 동성로에서만의 문제이랴. 대구의 재래시장이란 시장에는 모두 노점상이 갖가지 형태로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뛰고 있다. 그런 노점상 할머니들의 생활과 삶을 직접 대하면 때때로 경건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 해도 노점상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의 치열한 삶의 자세를 보고는 새로운 삶의 의욕을 느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노점상이 모두 불법이고, 그래서 나쁘다고 한다면 마지막 삶의 터전으로 시장 한복판 맨바닥에 좌판을 펴고, 고추, 깻잎, 상치, 고구마, 사과 몇개를 놓고 하루의 생계를 이어가는 우리들의 어머니, 할머니들이 살 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이유로 노점상 단속은 적법, 불법의 잣대 하나로 단속하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다.

다만 동성로 노점상 가운데 생계형 노점상이 아니라 기업형 노점상이 있다는 것은 문제다. 노점상이 동성로 상가의 상권을 일부 잠식하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노점상 자리에 얽힌 권리금도 이 문제를 쉽게 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어떤 경로를 통해 노점상자리를 확보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노점상들이 상당한 액수의 보증금을 주고 받으며, 자리를 인수인계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예를 들면 대구시내 모 대학의 후문 떡볶기 노점상 자리는 1천만원정도지만, 동성로 음반판매나 음식판매 노점상 자리는 그 권리금이 3천만원을 호가한다니 평범한 시민들로선 입을 다물지 못할 판이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면 중구청의 단속은 다른 무엇보다 이런 권리금을 노려 폭력조직이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없도록 철저히 조사해 정비하고, 단속해야 뒷말이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노점상을 단속해냐 하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적법 불법만으로 결정해선 안된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정서에 비춰 적절한 기준에 따라 노점상들의 좌판 등을 규격화하고, 일정부분 양성화해주는 대신 도심의 상거래 질서를 흐리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노점상이 땅에 대한 어떤 권리주장도 할 수 없는 입장이긴 하지만 엄연히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기위해 권리금을 내고, 들어온 선량한 상인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고, 관할 구청 등 단속기관도 이제껏 몰라서 단속을 안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덧붙인다면 노점상 단속은 지난 2000년 대구 수성구청이 수성못에 난립한 포장마차촌을 정비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참고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 때도 포장마차 주인들은 필사적이고 격렬하게 단속에 저항했다. 그러나 이런 단속이 구청의 확고한 기준아래 쾌적한 시민휴식공간을 확보한다는 명분아래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 지금처럼 깨끗하게(?) 정비된 포장마차촌으로 바뀌었고, 이것이 어느덧 수성못의 정취를 더해주는 밤풍경으로 자리잡았다.

대구시 동성로의 노점상단속도 어떤 형태로 진행되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아품을 주는 단속이 되어서는 안되며, 대구도심을 따사롭게 밝혀주는 새 명물로 탈바꿈시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진호<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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