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경기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물가 오름새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거기다가 서민가계의 대출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지가 오래 전이다. 경기는 나빠지는데 빚은 늘고 물가는 오르는 3중고에 서민들은 울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나 임기 말을 맞은 정부는 대책마련을 외면하고 있다. 서민들만 죽을 맛이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나쁠 정도를 넘어 이미 얼어붙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일 발표한 11월의 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98.6으로 12개월만에 처음으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같은 날 발표한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도 100을 밑돌았다.

미국의 경제 불안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 및 북한의 핵문제 등의 외부충격에 따른 국내 경기의 동반 침체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수출용 원자재 수입이 감소하고 교역조건도 크게 나빠지고 있다. 각종 기업이 내년의 사업규모를 줄이고 긴축예산을 짜는 등 불경기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경기는 이렇게 얼어붙고 있는데 서민들의 빚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가계의 빚을 갚을 능력인 DSC도 위험수위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이다. 올 상반기 국민 총저축률은 26.9%로 지난 82년의 24.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저축률은 99년 -4.9%, 2000년 -2%, 2001년 -2.3%. 올 상반기 -3.4% 등으로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다 설상가상으로 연말들어 물가가 천장부지로 오르고 있다. 각종 유류 가격이 몇 차례나 올랐는가 하면 도시가스, 난방용 심야전력 난방료 등의 요금도 큰 폭으로 올랐다. 라면 소금 밀가루 등 식품의 가격도 크게 올랐거나 오를 전망이다. 대구지역의 버스요금도 일반버스가 16.7%, 죄석버스가 8.3% 오를 전망이다. 여기다가 각종 서비스요금과 주요 공산품 가격도 들먹이고 있다.

거기다가 대통령 선거와 정권 이양기를 맞아 돈이 풀리고 선심행정이 펼쳐진다면 물가는 더욱 오를 것이다. 이것이 최근 예상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맞물리면 스테그플레이션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럴 경우 그러잖아도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이며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서민들의 가계가 줄줄이 도산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물가가 이렇게 오르는 데는 합당한 인상요인도 있겠지만 정권 교체기를 맞아 기습적으로 인상한 품목도 없지 않을 것이다. 비록 정부가 임기 말을 맞고 있지만 조금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물가상승을 자극할 공공요금의 인상 등을 자제해야 하고 이미 물가가 오른 품목에 대해서도 가격인하를 위한 적극적인 지도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정부와 정치권은 서민 지원책을 강구하는 한편 경기회복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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