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들이나 지성인들은 풍류를 즐길 줄 알아 여유와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비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여유와 틈이 없다.

이러한 여유가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몇 일전 후배화가의 소개로 畵友들과 함께 찾아간 비슬산 자락.

정감 어린 전원카페 앞마당에는 가을밤 산 속 야외 무대에 조명불빛, 그사이로 노랗게 단풍이든 낙엽이 딩굴고, 밤 하늘 속에서는 촉촉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70년대 학창시절 들었던 노래들을 들려주는 라이브 콘서트를 접했을때, 그것이 나에게는 젊은 날의 추억이 떠올라 상큼한 충격이었다

그 언젠가, 새벽 FM방송에서 울려 나오는 낭낭한 DJ의 목소리에 잠 못 이루고, 성탄절 전야 교회에서 마추친 여학생의 맑은 눈동자, 겨울 수성못 가의 스케이트 타던 시절, 수성못 그 얼음 사이로 스스로 몸을 던져 죽은 연인의 아픈 애절한 사연, 한때 겉 멋들어 시내음악다방에서 DJ하던 시절에 지겹도록 틀어주던 캐럴송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그때는 통행금지가 있었고 장발단속이 있었지만 방황과 낭만이 있었다.

과거의 아늑한 회상들이 빗소리와 함께 물먹은 스피커의 굉음으로 울릴 땐 우리들은 과거의 추억에 젖었고 아름다운 것들이 생각났다.

불꽃놀이에 전율하며 그날 밤 통기타와 분위기 있는 라이브가수의 애절한 노래 가락에 도취되었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 산 넘어 구비 돌아 어둠 밤하늘의 구름을 넘어 하늘에서는 촉촉한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이러한 화가의 삶의 향기와 젊은 날의 향수와 오늘의 감성들이 화가의 화폭에 투영된다면 그림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보여주는 모티브로 통하지 않을까? 그림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고 즐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하균(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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