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거지가 있게 마련이지만 꼭 먹고살기가 힘들어 거지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구속된 생활이 싫어 거지노릇을 하는 사람도 있다. 초등학교시절 친구 아버지가 거지 노릇을 했다. 집도 있고 부인도 있는데 집안에 있기가 답답해서 거지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그 아버지는 거지생활로 돈을 벌어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냈다.

거지의 애환과 풍류를 다룬 연극 `품바`가 공연사상 전무후무한 최장기공연을 하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거지는 그냥 동냥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바탕 굿을 하며 신명을 돋구어 주고 덕담까지 해주어 나이가 든 세대에는 향수로 남아있고 젊은이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거지를 보기가 힘들다. 먹고 살만하니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보이는 대로 수용시설로 보내주기 때문이다. 육교나 지하도 계단에, 시장통에 구걸하는 장애인의 모습이 눈에 띌 정도지만 음식점이나 가게에 들어와 막무가내로 돈 내라고 떼를 쓰는 거지도 아직은 건재한다.

서양에도 거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혐오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준다. 악기를 들고 연주를 하거나 노래 마임 마술 등으로 관광객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기분이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노숙자들도 거지나 다름이 없는데 그들을 수용시설에 가두어두면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온다. 먹고 자는 것보다 자유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거지도 사람이어서 인권이 있다. 그렇다면 많은 비용을 들여 가두어둘 것이 아니라 예능 교육을 시켜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떳떳한 직업인으로 긍지도 느끼게 하며 공연하는 즐거움을 스스로 느끼고 외화획득도 하며 정부에서도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그 뿐이 아니다. 이들에게 세금까지 거두어들이면 1석 5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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