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가도에 핫 이슈가 등장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간의 ‘후보 단일화’문제가 그것이다.

이 이슈가 갑자기 불거진 것은 아니다. 두사람을 둘러싸고 ‘단일화를 해야한다’는 얘기가 시작된지는 꽤 됐다. 민주당 내부에선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까지 만들어 둘의 의기투합을 유도해 오던 중이었다.

양자는 그러나 그동안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다. 겉으론 ‘함께 할 만큼 비슷한 것이 없다’는 이유를 달았지만, ‘홀로서기’로도 충분히 해볼만한하다는 내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당사자인 정 의원이 얼마전 대전방문때 단일화에 응할 뜻을 비침으로써 비로소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그 직후 양자의 후보단일화 문제는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였다. 노 후보가 “정식 제안이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화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무드는 금방 흐트러졌다.

정 의원이 “후보 합의에 의한 단일화를 해야한다”고 ‘경선불가론’을 제기하고,이에 노 후보는 “단일화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맞받아 쳤다.

이에따라 노 후보와 정 의원의 의기투합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또 상황이 변했다.

국민통합 21측은 2일 “여러 갈래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결국 단일화 논의에 노무현 후보가 끌려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노 후보는 3일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자”고 정 의원측에 제의하고 나섰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두사람이 단일화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실 지금은 정 의원과 노 후보가 힘을 합칠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기에 충분하다.

대선일은 서서히 다가오는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만 상승세일뿐 두 사람은 지지가 하락하거나 미등(微騰)하는 형편이다.

그렇다 보니 양자는 이 후보의 집권을 어떤 방법으로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됐을 것이고, ‘반창(反昌)연대’라는 방법론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정 두사람은 후보단일화는 과연 합당한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의외로 부정적 반응이 많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단일화론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그다지 곱지 않다.

이유가 있다. 바로 두 사람은 유사점 보다는 오히려 대비되는 특성이 더 많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지지율이 높다는 공통점이 비록 있긴 하지만 ,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사회적 욕구의 정도를 나타낸 것에 가깝지 후보 개인에 대한 절대적지지로 보기는 힘들다는게 대체적 분석이다.

실제 양자는 사회적 출신도, 정책에 대한 시각도, 지지계층도 전혀 다르다.

색깔로 따져 본다면 둘이 합칠 경우 선명해지기 보다는 오히려 칙칙한 무채색이 될 가능성이 많은 관계이다.

물론 한나라당 이 후보가 독주하는 것을 두 후보가 가만히 앉아 지켜 볼 수 만은 없는 처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판이한 색깔을 가진 두 사람이 이것 저것 가리지 않은 채 ‘반창’의 명분만으로 혼합하려는 것은 문제다.

두사람의 단일화추진은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그리고 국민을 설들시킬 명분도 별로 없다.

요즘 한 방송사의 ‘야인시대’라는 드라마가 아주 인기를 끌고 있다. ‘왕발’이라는 건달이 나온다. 구마적의 심복이었던 그는 구마적이 김두한에게 패하자 마포의 보스인‘용식’이를 찾아가 “뭉쳐서 김두한을 응징하자”는 제의를 했다.

혼자서는 못당하겠으니 힘을 합쳐 몰매를 주자는 거였다.

노 후보와 정 의원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기본 발상은 바로 왕발이의 그것과 다름없다 하겠다.

개인적으론 두 사람이 비록 12월 19일 선거에서 패할지라도 자기 정치색을 살리며 나아가야 한다고 판단한다.

우리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한다. 노 후보와 정 의원이 자기의 노선과 특성을 더욱 분명히 하고 나갈 경우 대선 승패와 관계없이 정치와 사회의 다원화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양자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여 선거전략적 측면에서 단일화에 달콤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이 결코 정도(正道)가 아님을 알아야 겠다. 유권자들은 두사람이 현시점에서 후보단일화에 눈길을 돌리는 까닭을 너무 너무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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