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대하드라마 ‘야인시대’의 시청률이 50%까지 치솟으며 ‘긴또깡 신드롬’을 보여주고 있다.

안방극장의 폭발적인 인기를 반영하듯 ‘야인시대’는 현재 직장인들의 귀갓길을 앞당기는 ‘귀가시계’ 역할을 하며, 90년대 중반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의 붐을 재현할 태세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방송이 있는 날이면 초저녁 집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방영시간인 10시가 가까워오면 택시손님은 물론이고 식당 등에서도 손님이 크게 줄어 들고 있다.

이같이 드라마 ‘야인시대’가 연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몰고 다니자 이를 시청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화에 끼지 못하는 웃지 못할 헤프닝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드라마에서 김두한이 쓰고 다니는 중절모까지도 인기를 끄는 등 김두한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드라마 자체가 화제가 되다보니 해당인물에 대한 배경이나 스토리를 모르면 이야기에 끼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최근 인터넷에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주먹은 누구이며 국내 조폭의 역사와 한국의 주먹 계보, 조폭의 근대사 등 문건이 인기를 모으고 열띤 토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종로 패권을 둘러싸고 김두한(안재모)과 구마적(이원종)이 한판 승부를 펼치는 내용을 방영한 지난 15일. 이 드라마 방송이래 최고 시청률인 51.5%를 기록하기도 했다.

초반 구마적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수세에 몰리던 김두한이 막판에 분투, 구마적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장면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발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택시기사 들도‘야인시대’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차를 잠시 세워두고 식당에 들어가 TV를 보고 있는가 하면 이시간에 퇴근하지 못한 회사원들도 인근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 함께 시청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드라마가 화제로 떠오르자 이와 관련한 갖가지 이야기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에서 종로경찰서가 일제 강점기 민족투사를 잡아들인 악명 높은 경찰서로 묘사되고 있는데다, 김두한이 종로경찰서 고등계 미와 경부(이재용 役)으로 부터 탄압을 당하자 일부 초등학생들이 지금의 종로경찰서와 착각,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한 ‘야인시대’ 방송이후 전국의 교도소.구치소와 초∙중∙고등학교에서도 서로 ‘구마적’ ‘쌍칼’ 등으로 부르거나 극중 폭력묘사를 흉내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들려온다.

작가 이환경씨가 쓴 동명원작 소설도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시내 서점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하루 2~3권씩 팔리던 소설 ‘야인시대’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판매량이 급증했다”면서 “중고생 뿐 아니라 40.50대 중장년까지 독자층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병원 입원실에서도 환자들이 소설‘야인시대’를 보고는가 하면 학생들도 이 책을 학교에까지 가져와서 돌려보는 등 소설까지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90년과 91년 1,2편이 개봉된 영화 ‘장군의 아들’도 최근 인터넷 영화관을 통해 재개봉되어 네티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관람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무엇보다 한국 근현대사 격변기를 파란만장하게 살다간 ‘인간 김두한’이 갖는 소재적 매력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김두한 일대기를 다룬 영화 ‘장군의 아들’이나 ‘김두한 시대’를 그린 드라마 ‘무풍지대’‘왕초’등이 하나같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두한이 암울한 시대상황이라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는것 같다는 분석이다.

그러나「야인시대」가 ‘김두한’을 지나치게 ‘영웅’으로 미화하고 있다는 점과 역사를 왜곡하고,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현실사회에 대한 불복과 신뢰의 부족, 현실사회에 대한 불만 등이 이러한 현상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유난히 눈길이 간다.

정승환(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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