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어떤 형태의 가르침이건 간에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올바른 태교가 평생을 좌우한다고 해서 태아 때부터 어머니를 통해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되고 초·중·고를 거치면서 그야말로 강도 높은 점수 따기 교육에 길들여진다.

얼마전 학부모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학부모가 요구하는 교육분야 10대 대선 공약을 발표하고 각 당 대선 후보들이 이를 받아들여줄 것을 촉구했다.

교육재정 GDP대비 7% 확보, 평준화 전면 확대와 자립형 사립고 폐지, 학교발전기금 폐지와 사교육비 경감방안 마련 등 현 교육제도의 문제점이 모두 망라돼 있다.

대선 후보는 물론 교육정책에 관여하는 정부당국자가 귀담아 들을 만한 현안들로서 당장 교육정책에 반영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나 여기에 한가지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인성과 감성을 위한 교육제도의 강화다.

이는 일생을 살아가며 대인관계나 사회조직체의 일원으로서 많은 난관을 접할 때 알파벳이나 미적분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성과 감성은 한 인간의 장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서, 우리 조상들은 태교에서부터 이를 중요시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네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거창한 사업체를 운영해 돈이 많거나, 아니면 좋은 직장이나 권력을 가져야 대접을 받을 수 있고 출세한 사람으로 여긴다.

또 이에 대한 평가나 성취가 대부분 시험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너도나도 점수따기 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때문에 타인을 배려하거나 아낄 줄 아는 전인적인 사람들보다 자기만을 고집하는 일방적 사고를 지닌 정형화된 인간들이 점차 늘고 있다.

전체적인 사회구조가 그렇게 얽혀 있어 이를 바꾸기 전에는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지만 이 같은 성적위주의 구조적 모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어릴 때부터 인성, 감성을 키워나갈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학교 사랑으로 똘똘 뭉친 도시 학부모들이 학생 수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시골 초등학교 분교에 자녀를 대거 전학시키며 제법 큰 규모의 시골학교로 키운 사례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폐교 저지 운동으로 의기 투합된 도시와 시골 학부모들은 지난해 5월 ‘전원형 작은 학교를 추구하는 학부모 모임’을 결성한데 이어 새학기가 시작되는 지난 3월 천안·아산에서 96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전·입학을 대거 결행했다.

대부분 농촌지역의 이농현상이 자녀교육을 위한 도시로의 이주 때문인 현실에선 도무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대반란이다.

도시학교를 마다하고 시골학교로 아이들을 보낸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도시의 대규모 학교, 과밀학급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는 발견하기를 기대하고 어려운 결심을 감행했을 것이다.

숲과 냇가가 있는 시골의 자연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상실됐던 부모와 자녀, 교사간의 신뢰성과 존경심이 되살아나고 이는 좋은 교육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겨 운동장은 물론, 학교 주변의 산과 들에서 뛰놀면서 지내다보니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던 습관이 사라지고 선생님 자랑을 곧잘 늘어놓는다고 한다.

이들은 여느 학부모들과 자녀교육에 대한 철학이 조금 다르다는 것 뿐 평범한 중산층으로 지식보다는 사람됨됨이가, 성적보다는 친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생각인가.

임산부는 오직 아름다운 생각만으로 태교에 임한다고 한다. 이 같은 아름다운 생각이 수능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교육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나 물질적 투자도 중요하다. 그러나 장차 험난한 세파를 헤쳐나가야 할 청소년들에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성과 감성을 바르고 풍부하게 길러주는 것으로 이보다 분명한 투자는 없을 것이다.

<김승일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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