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정부나 국회는 국민에게 책임져야 하는 것인데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 국민을 무슨 봉처럼 생각한다. 자기들 몫만 챙기는데 급급한 인상이다.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정부와 국회가 자기들 앞가림에만 여념이 없다면 국민은 주인이 아니라 하인처럼 주객전도가 되는 셈이다.

정부가 3대공적 연금인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교원의 연금수령액을 대폭 올리려고 하는 것이 안하무인격인 오만한 처사다. 이들 연금의 수혜자들이 자신들이 낸 돈만으로 운영된다면 적게 받건 많이 받건 상관할 바 아니다. 재정에서 보조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동의가 필수적인 것이다. 만일 3대공적 연금의 재정이 고갈된다면 국민의 혈세로서 이를 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도 공적연금은 해마다 수백억원씩 국고의 지원을 받고 있다. 수령액이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올라가면 이것이 수천억 원대로 늘어나게 되어있다. 국민의 세금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말과 같다.

더구나 불과 2년전에 연금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수혜기준을 임금상률에서 물가인상률로 바꾼 것인데 이를 다시 보수인상률로 회귀하려는 것은 일종의 개악이며 정책의 난맥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연금의 가장 큰 기둥이며 1600만명이상이 가입된 국민연금은 물가인상률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역차별을 받게되는 것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었던 사람들만 최고이고 국민은 무시되어도 좋다는 말인가.

시중에는 퇴직후의 생활이 귀족과 상민들의 계층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말도 나돈다. 공무원 군인 교사퇴직자들은 제대로 연금을 받아 퇴직생활이 안정된 반면에 기업퇴직자등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쥐꼬리만한 연금밖에 못 받아 허덕이는 노후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이런 현상을 더 심화시키는 것은 형평성의 파괴이며 사회적 위와감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세금으로 봉급받던 공직자출신들은 우대받고 막상 세금의 대부분을 부담하던 일반인들은 차별 받는다면 언어도단인 것이다.

국회의 꼴불견은 상임위차원의 내년예산심의에서 4조원이 넘게 예산을 증액한 사실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처럼 국민들은 가당찮은 일을 당한 격이다. 물론 예결위에서 다시 조정되리라 믿지만 국회의 기본기능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올 정도다. 의회 없이는 세금 없다는 말처럼 국회는 국민들이 내야하는 세금을 엄격히 견제하는 것이 기본기능중의 하나이다. 조세로 충당되는 예산을 마구 늘리는 것은 이런 기본기능을 거꾸로 행사한 셈이다. 국민들 앞에서 낯부끄럽지도 않은가.

집권여당격인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다수당격인 엄연한 야당인 한나라당도 예산증액에 맞장구를 쳤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언론에서 한나라당이 마치 집권당이 괸 것처럼 김치국부터 마신다고 한 표현은 참으로 적절하다. 이래가지고는 한나라당이 납세자인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을까 걱정이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과 노조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의원입법안도 발의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단체행동권은 프랑스이외엔 어느 나라도 없는 것인데 일부 의원들이 총대를 메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대해 단체협약체결의 효력이 법률과 예산에 우선한다는 조항까지 신설했다고 한다. 이처럼 해괴한 일은 없다. 아마도 일시적 해프닝이었을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급여를 법률과 예산을 초월하여 올리려고 한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예들은 선거철의 인심끌기에서 비롯됐다. 각종 이익집단들이 이를 이용한다. 이런 엉터리세상에 살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

<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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