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에서 출발 교정청장까지 오른 사람이 오희창씨다. 말이 그렇지 맨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정상까지 올라간다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에 노력을 해도 될지 말지 한 것이다. 그는 후진들을 위해 옷을 벗은 다음 불자교정인 연합회회장이 되어 수형자들을 위하여 봉사와 헌신 깨달음을 전하는 한편 시인과 수필가로 등단을 해 활동하지만 아내의 눈에는 평범한 남편일 뿐이다.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는 있어도 존경하는 아내가 없어 밖에서는 거인이라 해도 집에 오면 갑자기 작아지는 것이 남편들이다.
나이가 들면 남자들은 고집도 생기고 작은 일에도 성질을 내게 되는데 이럴 때 공손히 받아 들이기는 커녕 남편들은 되로 주고 말로 받게 마련이다. 남들처럼 아내를 호강시킨 것도 아니고 속상하게 만들었던 일들을 떠올려 공격하는 바람에 남자들은 본전도 못 찾는다.
말이 화를 만들기도 하고 복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아는 오희창씨가 아내에게 조용히 말했다.
본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까 속지 않겠다고 입속으로 암송하라는 얘기다. 진심도 아닌 것을 가지고 다툰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그후 남편이 언성을 높여도 아내는 화를 내거나 맞붙지 않고 `속지 않는다`를 외우는 것이다. 참으려면 힘들지만 속지 않으려는 데는 고통이 있을 리 없다. 그 후부터는 다툼이 없어지고 뒤늦게 꽃피는 가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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