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은 흔히 ‘나라는 부자지만 개인은 가난하다’고 한다. 일본은 세계 제1위의 채권국이며 미국 다음 가는 경제 규모와 국민소득 3만4천313달러로 세계 최상위권을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일본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은 개인이 분수를 지키고 소비 보다 저축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높은 물가, 비싼 땅값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공원, 공공시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아낌없이 하고 소비는 절제하는데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소비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수에 넘치는 소비는 가정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자본 축적에 역작용을 함으로써 투자 활동을 위축시킨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가계의 소비지출 동향과 특징’에 따르면 빚을 내서 대형 소비재를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득 1만달러 미만의 국민이 소비는 선진국을 바짝 뒤쫓고 있는 것이다. 이래도 ‘나라는 가난해도 개인은 부자’라 할 것인가?

우리는 한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은 적이 있었으나 외채와는 상관없이 단순 소득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오늘의 과소비 풍조는 이러한 정부의 외형위주 발표가 국민경제 심리에도 영향을 끼친 결과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깊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국민 경제는 어느날 갑자기 무너질 수도 있다.

IMF 외환위기 때 빌린 돈을 갚았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지방 경제는 어렵다. 소비가 소득을 앞지를 때 가정경제는 비틀거리고 국민경제의 저력을 흔든다. 정부와 사회단체, 전 국민이 나서 과소비 풍조를 억제할 대책과 사회운동을 펼치고 힘을 축적해야 할 때다.

<박환두∙칠곡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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