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한 끼서희재봉사 어머니는 새벽부터 후다닥,//덩그러니 우리 남매 떼어두고 나가셨다//소풍날?/예외 없었지//몇 천 원 쥐어주고//가방에 볼록하게 크림빵을 넣었어도//참 많이 허전했던 어린 날의 그 소풍 길//어쩌다/김밥 먹을 때/괜스레 찡한 눈 끝//무럭무럭 나는 크고 어머니는 늘 제자리//어느 하루 주방에서 김밥을 고이 말아//첫 번째,/가장 따스한/한 끼 식사 대접했다「무슨 말을 덧붙일까요」(2023, 시인동네) 서희 시인은 비근한 일상을 소재로 시를 쓴다. 특별한 곳에서 출현하는 어떤 신비한 존재가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시인이다. 평범한 일상사가 주는 여러 가지 문제를 시종 낮은 톤으로 읊조린다.서재의 근황, 신발의 역사, 우물, 갈피, 사거리 풍경, 부품, 신발병원, 쓰레기통, 티눈, 권고사직, 설거지, 김밥 속이 보인다, 등이다. 시조집 첫 장부터 연이어 살폈는데 이처럼 일상의 육화가 도드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해진다.‘첫 번째, 한 끼’를 보자. 재봉사 어머니는 “새벽부터 후다닥, 덩그러니 우리 남매 떼어두고 나가셨다”라는 진술에서 특정 직업을 가진 바쁜 어머니의 삶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니 소풍날도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몇 천 원 쥐어주고 가방에 볼록하게 크림빵을 넣었어도 어린 시절 소풍 길은 어머니의 일로 말미암아 몹시 허전했던 것이다. 어쩌다 김밥 먹을 때 찡한 눈 끝에 눈물을 삼켰을 법하다.그 많은 세월 동안 어머니는 제자리였지만, 시의 화자는 무럭무럭 자라나 충분히 자립할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어느 하루 날을 잡아 주방에서 김밥을 정성스레 만든다. 자식으로서 첫 번째 가장 따스한 한 끼 식사를 마련하여 대접하게 된 것이다. 비록 어머니는 소홀한 부분이 있었으나, 자식은 그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소박한 상을 차렸으니, 이러한 소소한 일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따스한 가족애다.서희 시인은 단시조 ‘물’이라는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사유를 펼친다. 그릇에 담길 때면 서로를 껴안지만 어쩌다 엎질러서 바닥에 쏟아지면 잽싸게 등을 돌린다 돌아갈 수 없도록, 이라고 노래하면서 처한 정황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물질의 속성을 일깨우고 있다, 서로를 껴안을 때는 언제고, 환경이 달라지자 곧 등을 돌리는 일은 무엇인가, 하고 묻고 있는 듯하다.신상조 문학평론가가 해설 ‘실감과 실정의 형식’ 끝머리에서 세속의 하찮은 일상이 삶을 성장시키는 한걸음임을 확인시킨다고 본 것은 서희 시인 시조세계를 잘 꿰뚫은 해석이다. 젊은 시인의 미래를 뜨겁게 응원할 일이다.이정환(시조 시인)김창원 기자 kc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