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의 업적이다 유산이다 교훈이다/채홍사는 동서남북 분홍 찾아 들이고/폭군은 흥청에 싸여 정사를 다 버렸다//장녹수의 업보다 교만이다 교활이다/수청 들어 얻은 권력 청탁에 쏟고 쏟아/엄청난 욕심의 키가 망청 높이 찔렀다.//흥청 연산 망청 녹수 또 있어 될 일인가/언제고 잊지 말라 잊어선 안 된다고/흥청에 망청을 붙여 흥청망청 새겼다「뜻밖의 낱말」(2023, 뜻밖에) 시인의 한글 관련 소재로는 ‘낱말’, ‘홑’, ‘가나다라마바사’에 이은 네 번째 시조집이 ‘뜻밖의 낱말’이다. 주소 시편이 5편, 뜻밖의 낱말이 45편, 문장부호 시로 읽기가 11편, 시인이 넘은 코로나 열아홉 고개가 19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 시조집을 두고 문학평론가 김태경은 말한다. 문무학 시인의 시조는 이제, 그만의 영토를 구축한 하나의 학(學)이 되었다. 시인 스스로 시조에 대한 배움과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좀 더 새로운 것, 좀 더 나은 것을 향한 도전과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실로 그렇다. 남다른 도전과 천착은 초기부터 시작하여 반세기에 가까운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그는 실험을 즐겼다. 새로운 실험이 시조의 활로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뜻밖의 낱말․6’은 낱말에 대한 집요한 탐구에서 생산된 시조다. 흥청망청에 주목하면서 역사적인 배경을 깔고 있다. 하나의 낱말이 역사를 소환하고 인물을 불러내어 오늘의 우리에게 새로운 깨우침을 안겨준다. 그것은 지금의 삶에 대한 자각이므로 가치가 있다. 새겨 읽을 시편이다. 흥청망청은 연산군의 업적, 유산, 교훈이다, 라고 단언하면서 채홍사는 동서남북 분홍 찾아 들이고 폭군은 흥청에 싸여 정사를 다 버린 것을 상기시킨다. 또한 그것은 장녹수의 업보, 교만, 교활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수청 들어 얻은 권력 청탁에 쏟고 쏟아 엄청난 욕심의 키가 망청 높이 찔렀다, 라는 신랄한 대목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화자는 흥청 연산 망청 녹수 또 있어 될 일인가, 라고 묻는다. 대답은 자명하다. 언제고 잊지 말아야 하고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까닭에 흥청에 망청을 붙여 흥청망청 새겼던 것이다.‘새로운 생각―도전과 실험정신으로, 자유―비판적 안목과 저항으로, 노동―내적 모럴’로 김태경은 문무학 시인의 시조 세계를 살피고 있다. 참신한 시각이다. 1983년 첫 시조집 ‘가을 거문고’를 펴낸 이후 그의 시조 세계는 면면히 이어져 와서 하나의 시조산맥을 이루어 온 누리에 빛을 발하고 있다. 언어와의 끊임없는 충돌과 전복적 시각과 성찰로 빚은 문무학 시조시학은 이처럼 우뚝하다. 묵직한 문학적 성과물은 시조문단의 귀한 자산이다.이정환(시조 시인)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