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을 좋아한 세 명의 왕이 있었다.로마의 네로황제, 중국 진시황제, 조선의 영조대왕이다.탐식가였던 네로황제는 비만이 고민이었다.버섯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버섯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그 무게만큼 황금을 줬다.불로장생을 꿈꾼 진시황제는 서복에게 특명을 내려 불로초를 찾으라고 했다. 그 불로초가 영지버섯이다.조선의 최장수 왕인 영조대왕은 송이 애호가였다.지구에는 대략 2만여 종의 버섯이 있다. 그중에서 식용이 가능한 것은 1천800여 종에 불과하다.이중에서도 식재료로 보편화된 것은 30여 종 정도다. 버섯은 맛과 향, 약성으로 사랑을 받았지만 자연에서 채취하기 때문에 양이 그다지 많지 않다.기후에 따라 채취량이 들쑥날쑥했다. 양이 적은 만큼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귀한 식재료였다.하지만 1860년대 프랑스의 ‘파스퇴르’가 양조에 이용되는 미생물의 체계를 세웠고, 덴마크의 ‘에밀 한센’이 파스퇴르의 이론을 응용해 순수배양법을 개발했다.한 가지의 생물만을 순수하게 분리해 다른 생물이 섞이지 않도록 배양하는 순수배양법은 와인과 맥주 등 양조산업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버섯재배도 마찬가지다.원하는 버섯 종균만을 배양할 수 있게 되면서 대량재배의 길이 열렸다. 그리고 대중적인 식재료로 자리를 잡았다.청도에서 버섯 재배에 인생을 건 농부가 있다. 만가닥버섯을 재배하는 ‘에버그린버섯농장’의 박재석(44) 대표다. 1천452㎡의 종균배양소와 943㎡의 재배사를 갖추고, 육종에서부터 종균 배양, 재배, 수출까지 하는 버섯전문 농업마이스터다. ◆금융기관 퇴사 후 버섯 재배박 대표의 첫 직장은 금융기관이었다. 하지만 첫 직장생활은 1년 만에 끝났다.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타의에 의한 중단이었다. 평생직장으로 여겼던 회사가 파산한 것이다.스물여섯의 청년에게 첫 시련이 닥쳤다.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섰으나 여의치 않았다.그때 고향에 계신 할아버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2003년 할아버지의 권유로 버섯재배를 시작했다.할아버지는 평생 버섯농사를 지으신 버섯 전문가였다. 할아버지의 기술과 손자의 패기가 합쳐지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이듬해 생산한 새송이버섯의 70%를 해외로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새송이버섯 재배 농가가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의 쓴맛을 봤다. 위기는 그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한 계기가 됐다.다수확보다 고품질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재배와 공부를 병행했다. 대구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에 편입해 기초생물지식을 익혔다.또 경북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 특용작물 버섯학과 과정을 이수한 후,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농생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이후 버섯 재배에 따른 기초지식을 쌓고 2009년 만가닥버섯 재배로 전환했다. 2013년에는 1개월 동안 만가닥버섯의 주산지인 일본 나가노지역 농가에서 연수를 받기도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마이스터, 경북농업마이스터대학 강사, 경북대학교 현장초빙교수,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교수, 버섯품목조직 경북도연합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00일 정성의 만가닥 버섯만가닥버섯은 재배가 까다로운 버섯이다. 까다롭다기보다는 정성을 들여야 하는 버섯이라고 할 수 있다.흔히 100일 동안 정성을 들여야 나오는 버섯이라고 한다.이것이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 되기도 한다.활엽수 톱밥으로 만든 배지를 이용해 재배한다. 배지의 입병에서부터 살균, 냉각, 접종, 배양, 발이, 생육, 수확까지의 과정은 다른 버섯과 큰 차이가 없다.생육기간은 20일 정도지만 배양과정이 80일 정도로 길다.배양기간이 다른 버섯보다 2배나 길다.따라서 배양소의 면적도 2배가 필요하다. 그만큼 초기 투자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전국에서 만가닥버섯 재배농가가 20여 호에 불과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배양기간이 길고 초기 투자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지만 재배농가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는 장점이기도 하다.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육질이 단단해 잘 부서지지 않는다. 저장기간이 긴 것도 큰 장점이다.냉장보관 시 40일 이상 보관할 수 있다. 긴 저장기간은 수출에 유리하다. 선박을 이용한 수출에 30일 정도의 운송기간이 소요되지만 만가닥버섯은 저장기간이 길어 운송과 통관, 검역과정을 거쳐도 맛과 향이 그대로 유지된다.긴 저장기간 덕분에 수출 유망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박 대표는 생산량의 30%를 베트남과 홍콩에 수출한다. ◆품종개발에서 생산까지 일관 재배박 대표는 품종개발에서부터 배양, 생산까지 일관 재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화된 품종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품질 버섯을 생산하기 위한 결정이다. 원가와 노동력 절감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일관 재배를 통해 인력을 분산 배치해 노동 생산성도 높였다.새로운 품종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농장에 자체 실험실을 마련하고 ‘주경야독’의 자세로 고품질 버섯을 개발한다.낮에는 재배에 주력하고 밤에는 실험실에서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8년 ‘갈색만가닥버섯’, 2021년에 ‘흰색만가닥버섯’을 개발했다. 국립종자원에 품종등록을 마쳐 품종보호권도 확보했다.품종보호권은 신품종 육성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지적소유권이다.서류심사와 2년 동안의 재배심사를 거쳐서 일정 자격을 갖출 경우 품종등록을 할 수 있다.갈색과 흰색만가닥버섯의 개발에는 3년간의 시간이 걸렸다. 우량 균주의 선발과 포자를 분리, 교잡하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 이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육종한 품종으로 시험재배를 한 결과 안정성을 확인하고 증식을 통해 상품화했다.끈기와 기술, 도전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버섯재배의 기본은 청결버섯재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순수배양을 통해 단일 품종의 균주를 확보하는 것이다.아무리 우수한 품종이라도 다른 품종이 섞이거나 잡균에 오염되면 실패한 농사가 된다. 생산성은 물론 품질까지 영향을 받고, 상품성도 크게 떨어진다.흰쌀에 뉘(쌀 속에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채로 섞인 벼 알갱이)가 섞인 것과 같다.상품에 하품이 섞이면 모든 것이 하품 취급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따라서 청결은 필수 과제다.농장의 모든 시설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견학 등 꼭 필요한 경우 반드시 소독을 마쳐야 출입할 수 있다.냉각장과 접종실은 UV소독(자외선소독)으로 무균상태를 유지한다. 배양소에는 0.3마이크로미터(㎛)까지 걸러주는 필터가 부착된 공조기를 이용해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한다.공조기를 24시간 가동해 이물질이나 잡균 등이 완전히 걸러진 공기만이 유입되도록 한다.박 대표는 “만가닥버섯은 배양기간이 일반 버섯보다 2배로 길다”며 “배양기간이 긴 만큼 오염물질에 노출될 확률도 높기 때문에 청결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강조했다.고품질을 위해 재배사 내부를 항상 온도 15℃와 습도를 95%로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균일한 생장을 위해 푸른빛의 LED전등을 설치했다. 형광등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빛의 사각지대가 없애기 위한 조치다. ◆후계농을 위한 인큐베이터형 체험농장 조성박 대표는 버섯분야 농업마이스터다. 농업마이스터는 해당 작목에 대한 전문기술과 지식, 경영능력과 다른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컨설팅 능력을 갖춘 전문농업경영인이다. 필기시험과 역량평가, 현장심사를 거쳐야 지정된다.박 대표는 2015년에 버섯분야 농업마이스터가 됐다.영농경력 15년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지만 최고의 능력과 자질을 갖춘 농업인만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다. 그는 버섯 재배를 희망하는 후계농을 대상으로 한 체험농장을 계획하고 있다. 농업마이스터로 활동하면서 체험농장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일회성 견학과 단순 교육만으로는 후계농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가 없다”며 “직접 버섯재배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농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박 대표는 확신했다.후계농들이 일정 면적의 체험공간을 분양받아 종균의 접종에서부터 재배, 수확, 판매까지 체험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형 체험농장을 만드는 것이다.작은 규모지만 자신이 희망하는 작물의 전체 재배공정을 직접 체험하고 운영함으로써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고, 기술 전수를 통해 실패 확률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버섯재배를 희망하는 후계농들을 위한 실용형 체험농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장명: 에버그린버섯농장▲대 표: 박재석▲구입문의: 054-372-7234▲쇼핑몰 : https://www.cyso.co.kr/shop/ (만가닥버섯 검색)▲소재지: 경북 청도군 각남면 구곡길 12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