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세계 64개국 중 23위. 스위스에 있는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가 발표한 2021년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로 지난해와 같다. 사전적 의미의 국가경쟁력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의 총체적인 능력을 말하는데, 수년 전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더군다나 코로나19 하에서의 평가라는 점까지를 고려한다면 상당히 고무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특히, 국내 경제 및 고용 부문에 대한 평가가 세계 5위권으로 다른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나게 평가받은 점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의 평가처럼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데에는 뛰어난 방역 성과와 국가재정의 힘이 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동시에 맞이한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도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것 또한 국가경쟁력 유지 원인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전체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아마도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낮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쉽게 느껴지겠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늘 우리의 약점으로 지적받아 오던 고질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 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한다. 무엇보다 국가경쟁력 평가의 핵심을 이루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부문 중에 정부 효율성이 34위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사전적이고 교과서적인 국가경쟁력의 개념에 따르면 기업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기업이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려면 거시경제나 제도 등의 운영에 있어서 공공부문의 효율성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정부 효율성이 주요 평가 대상이 된다. 그래서 국가경쟁력을 평가할 때 기업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즉 공공부문의 경쟁력이 같이 평가되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상보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상호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그런데, 기업 효율성이 40위권에서 20위권으로 개선되는 동안 정부 효율성은 현상 유지 혹은 때에 따라서는 크게 후퇴한 것이다. 20위권으로 평가된 재정과 조세정책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기업 여건이 49위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에 가까운 일이다. 공공부문의 약한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 개선에 걸림돌이 돼 온 것이라는 시장의 비판이 여태껏 끊이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이뿐만 아니다. 비록 전반인 평가는 타 부문에 비해 높게 나타났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인프라 부문도 개선할 여지가 크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을 만큼 뛰어난 과학 인프라에 시장과 밀접한 기술 인프라의 경쟁력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이 발현되기 어렵고 관련 기업이 제대로 육성되지 않는 점, 혁신과 이의 시장화를 선도할 뛰어난 인적자본의 육성과 보급을 위한 교육 및 관련 시스템의 기능부전 등과 같은 경제 사회적 인프라의 약점들 말이다.당연히 기업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과제들도 산적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노동시장의 효율성이나 생산성, 경영활동 효율성이 바로 그것들인데, 잘잘못과 찬반을 떠나 기업들 스스로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할 부문이다. 특히, 환경이나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인 요소들이 중시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시대에서는 기업의 행태가치를 높여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한편, 이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인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국가경쟁력이 발표될 때마다 순위 변동에 매몰돼 좋고 나쁨의 구분에만 관심을 두지는 않았는지, 혹은 누가 잘하고 못했는지 따지기에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그러다 보니 서로 책임 전가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국가경쟁력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 경제 규모에 어울리는 더 높은 국가경쟁력을 갖춰나가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