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을 하다가 보면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도, 햇살 들어오는 창가에서도 문고판 작은 책을 읽고 있는 외국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또 아름다운 바닷가 해변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면서도 선글라스를 낀 채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인상적인 장면들도 많이 본다. 이 뿐 아니라 동네 공원 벤치에는 산책 나온 인근 주민인 듯한 아저씨도 책을 읽고 있고, 심지어 배낭여행을 하는 젊은이가 배낭에 책을 꽂아서 다니는 모습도 흔하게 목격한다. 어쩌면 저렇게 책을 좋아할까?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9년에 우리나라 성인 연간 독서율이 55.7%이고, 연간 독서량은 7.5권이라고 한다. 스웨덴, 영국, 미국 같은 나라들의 독서율이 평균 80%가 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낮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그래도 일반인에 비해 조금 높은 편인데, 그나마 학생들이 읽는 책의 대부분은 수업이나 시험과 연관된 책들이다.책은 인류의 지혜들이 담겨있는 보물 창고와 같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이 경험한 삶의 지혜들이 녹아있고 인간 사고의 결정체인 사상과 철학이 흐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우리에게 지식을 깨닫게 하고, 삶의 지혜를 주고, 마음에 깊은 위안과 감동을 준다. 더구나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는 읽고 쓰는 능력을 키워주고, 몰랐던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내 생각과 의견을 정립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의 세상을 이해하게 해 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독서는 모든 학습의 가장 기초적이고 무한한 교육활동이자 훌륭한 선생님이다.과거에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위한 기초 조사를 해 보면 취미란에 대부분이 독서를 적었다, 원어민 교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이렇게 독서를 취미로 삼는 학생이 많은 걸 보고 놀랐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당시는 아이들에게 다른 취미 활동꺼리가 적었을 뿐더러 학교에서도 독서교육을 많이 강조했던 시기였다.우리나라도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또 지방자치를 실시하면서 지역 곳곳에 공공도서관이 많이 생겼다. 학교에는 예전부터 도서실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설도 현대화 되고, 책도 많아지고, 사서 선생님들도 학교마다 거의 다 배치돼어 있다. 학교에서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서 여러 프로그램도 실시되고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독서동아리를 구성하고 선생님의 지도도 받고, 교사들의 독서지도 역량 강화를 위해 연수도 하고 있다. 학교도서관과 지역 공공도서관과 교차서비스도 하고 있고 대출도서 택배 서비스도 도입됐다.특히 도서관에 오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무료 택배도 하고 있다. 독후감 쓰기, 독서화 그리기, 작가와의 만남, 독서캠프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 학기 한 책 읽기’ 프로그램이나 더 나아가 학생들이 직접 책을 쓰고 출판하는 ‘저자 만들기’도 한다. IT의 발전에 따라 디지털 전자도서관을 운영하고, 오디오북도 주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도서 대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쉽고 편하게, 언제든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이제 찌는 듯한 무더위도 물러가고 본격적으로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 쯤 곁에 두고 다가 오는 가을을 마음의 양식을 쌓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들여놓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서 책 읽기를 장려하고 책과 친구되는 경험을 하도록 하면 자연스레 독서인구가 늘어난다. 그래서 독서는 별도 교과가 아니므로 선생님들의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어떤 목적을 갖고 무슨 해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기보다는 책이 좋아서 책을 가까이 하도록 해야 한다. 책을 읽음으로써 그 자체가 힐링이 돼야 한다. 독서를 왜 하냐고 물으면 ‘재미있잖아!(just fun)’가 돼야 한다. 일부에서 하는 다독상 같은 이벤트는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또 책을 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이 지역사회 곳곳에 있어야 한다. 골목마다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 도서관의 문턱도 낮춰야 한다. 책을 접하는 매체도 시대에 따라 다양해져야 한다. 책 읽기는 더 발전해 친구들과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으로 향상돼야 하고, 나아가 책 쓰기로 까지 발전한다면 문화가 꽃피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임준희 (전 대구시교육청 부교육감)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