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부도/ 박권숙

수억 광년 전에 죽은 별이 아직 빛나듯이/다비를 끝낸 꽃이 마지막까지 붙든/찬란한 꽃의 일대기가 밤이슬로 멎어 있다//가장 몸을 낮추어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설산의 순례자가 불가해의 길을 내듯/저렇게 꽃은 나무를 관통한 빛이었다//목조의 붐 한 채를 축조해낸 꽃나무들/꽃 진 자리 봉안된 다라니경 베껴 쓰다/덜 마른 필묵 자국이 밤이슬로 멎어 있다「문학청춘」(2021, 봄호)박권숙 시인은 1962년 경남 양산 출생으로 1991년 중앙시조백일장 연말 장원으로 등단했다. 시조집 ‘겨울 묵시록’, ‘객토’, ‘시간의 꽃’, ‘홀씨들의 먼 길’, ‘모든 틈은 꽃 핀다’, ‘뜨거운 묘비명’ 등이 있다. 그는 지난달 11일 이 땅의 삶을 다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소천한 사실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신록이 초록빛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싱그러운 유월의 어느 한낮 금정산 자락에서 두 손으로 시집을 받쳐 든 채 햇살보다 더 환하고 싱그럽게 웃고 있는 눈부신 영정사진 속의 시인, 천사의 모습을 한 시인을 숙연히 그려본다. 그는 하늘이 허락한 천부적인 문학적 재능이 꽃봉오리는 맺었지만 흐드러진 만개함으로 그 절정을 다 누리지 못하고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실로 그에게 시조는 또 하나의 신앙이었고, 끝까지 그의 삶을 지탱케 하는 불굴의 힘이었다.‘꽃나무 부도’는 그가 마지막으로 지면에 발표한 작품이다. 수억 광년 전에 죽은 별이 아직 빛나듯이 다비를 끝낸 꽃이 마지막까지 붙든 찬란한 꽃의 일대기가 밤이슬로 멎어 있다, 라고 노래하고 있는 첫수에서 그가 무언가를 감지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부도는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한 묘탑인데 어쩌면 작품 제목을 ‘꽃나무 부도’라고 했을까? 첫수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나타나고 있어서 더욱 애절하게 읽힌다. 가장 몸을 낮춰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설산의 순례자가 불가해의 길을 내듯 저렇게 꽃은 나무를 관통한 빛이었다, 라는 둘째 수에서 받는 심리적 충격도 크다. 목조의 붐 한 채를 축조해낸 꽃나무들 꽃 진 자리 봉안된 다라니경 베껴 쓰다 덜 마른 필묵 자국이 밤이슬로 멎어 있다, 라면서 첫수 종장 후구가 셋째 수 종장 후구에 다시 쓰인 점이 눈길을 끈다. 시인은 의미망으로나 미학적으로도 잘 직조된 이 작품을 쓰면서 자신의 종언을 은연중 예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이채로운 이미지의 시어들이 서로 조밀하게 꿰맞춰져 있어 거듭해서 읽는 동안 마음이 울컥해진다.오래 전 그가 쓴 시조 ‘종말이 화사하다’를 찾아 읽는다.마지막 꽃을 참하고 완결한 적막처럼//날아가 버린 것이 새 뿐이 아니라면//유정한 마침표 하나 세상 밖으로 던져진다//대낮에도 눈 부릅뜬 별이 다 보고 있다//낭자한 빛의 여백 낙화가 여닫을 때//꽃보다 만발한 허공 종말이 화사하다마지막 꽃, 완결한 적막, 새, 유정한 마침표, 눈 부릅뜬 별, 낭자한 빛의 여백, 낙화라는 이미지가 연첩되다가 둘째 수 종장에서 꽃보다 만발한 허공 종말이 화사하다, 라고 끝맺고 있다. 참 아픈 구절이다.그는 신산의 세월을 꿰뚫고 혼신을 다해 시혼을 불태우며 창작의 길을 걸었다. 그리해 많은 명작을 남겼다. 그의 시조 세계는 남은 자들의 몫이 돼 연구 대상이 될 것이고 인구에 길이 회자할 것이다. 그가 보내온 다수의 육필 편지를 기억하며, 달포 전 직접 밝은 목소리로 통화했던 일을 떠올린다. 영영 추억이 돼버렸다. 이제 그는 스스로 노래한 것처럼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그를 마음 깊이 기린다.이정환(시조 시인)

장마철 대형 교통사고 예방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박명식상주경찰서 교통관리계장곧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된다. 가물었던 대지에 물을 공급해주고, 미세먼지 가득한 대기에는 정화자 역할을 해인간에게 이로운 장마지만 동시에 사람을 큰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홍수,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나 빗길 교통사고와 같은 끔찍한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자연재해는 인간의 예상과 예측 범위를 벗어나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충분한 대처나 예방이 어렵다. 그러나 빗길운전 같은 경우는 왜 위험할 수밖에 없는지 그 원인을 알고 미리 대처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빗길 운전이 위험한 이유는 맑은 날에 비해 시야 확보가 어렵고,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제동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비가 내리는 날 제동거리가 늘어나는 원인은 타이어가 도로에 고인 물에 떠서 구르는 ‘수막현상’ 때문이다. 이러한 수막현상은 물이 고인 도로 위를 고속으로 주행하는 경우나 마모된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은 채 주행하는 경우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따라서 빗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타이어의 마모상태를 잘 확인한 후 노후된 타이어는 제때 교체하는 것이 좋다.최근 5년간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이 사고 100건당 2.25명으로, 맑은 날보다 30% 이상 높았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소 빗길 사고 예방법에 관해 운전자들의 관심과 학습은 반드시 필요하며, 실천 또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가장 완벽한 빗길 교통사고 예방법은 안전 운전 뿐이며, 빗길 안전 운전을 위해서는 운전자가 지켜야 할 몇 가지 수칙이 있다.장마철 빗길에서는 평소보다 20% 이상 감속하고, 앞차와의 거리도 평소보다 2배 이상 확보해야 하며, 제동할 때는 브레이크를 여러 번 나눠 밟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이 밖에도 타이어 공기압이 낮으면 배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10%가량 공기압을 높여주고, 시야 확보를 위해 차량 유리창에 빗물이 잘 흘러내리도록 발수코팅제를 바르고, 브레이크 패드와 와이퍼 등도 장마철 전에 미리 점검해야 한다.또 다른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차량의 움직임을 알릴 수 있도록 전조등을 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천재(天災)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 예방이 어렵다고 하지만 인재(人災)는 평소 작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매년 반복되는 장마철 빗길 대형 교통사고예방을 위해 올해부터는 달라진 마음가짐과 준비상태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길 바란다.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 지금 당장 차량 타이어 마모상태부터 점검하는 작은 실천으로 대형 교통사고 예방에 다 같이 동참하자.

감동호르몬 다이돌핀 가득할 날은?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직업상(?) 맥주를 자주 마시는 편이다. 국내 소규모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수제맥주 뿐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되는 맥주도 종류별로 마셔본다. 때로는 맥주 수입회사에서 시음후기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으니 꽤나 자주, 스타일별로 다양한 맥주를 마신다고 할 수 있겠다.수입되는 맥주 중에서 가끔 한 번씩 캔 맥주 본래의 이름을 흰 종이로 붙여 보지 못하게 가려서 국내에 출시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수입된 ‘유 캔트 핸들 더 주스(YOU CAN’T HANDLE THE JUICE)’라는 캔 맥주가 그랬다. 캔의 라벨에서 ‘주스(JUICE)’라는 단어를 흰 종이로 가리고 나서 유통시켰다. 아마도 내용물은 맥주인데 주스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미성년자들이 헷갈릴 우려가 있어서일 것이다.미국에서 ‘도파민(Dopamine)’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맥주가 수입될 때도 그랬다. 유성 매직펜으로 도파민 글자를 덧칠하고도 모자라 그 위에 흰 종이를 붙여 완전히 가리고 나서야 통관이 됐다. 도파민은 행복감과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중독성 강한 호르몬 중의 하나이다보니 식약청에서 부적당한 이름이라고 본 모양이다.그런데 따지고 보면 맥주를 찾게 되는 이유도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 미국 인디애나의과대학 연구팀이 성인 남성 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두 차례의 실험결과가 흥미롭다. 이온음료 15㎖와 맥주 15㎖를 각각 마시고 15분 뒤 뇌 활동을 촬영한 결과 이온음료를 마셨을 때보다 맥주를 마셨을 때 뇌 속 도파민 생성이 더 늘어난 것을 확인한 것이다. 15㎖라는 매우 적은 양의 맥주 속 알콜에도 도파민이 생성된다는 것은 알콜이 아닌 맥주 자체의 맛만으로도 도파민 분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달리 표현하면 맥주의 알콜 성분 때문이 아니라 맥주 자체의 맛이나 향만으로도 도파민이 생성돼 맥주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도파민 외에 엔도르핀은 재미와 즐거움을, 세로토닌은 흥분시키는 기능을, 옥시토신은 신뢰감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의학계에서는 행복과 관련된 이들 호르몬이 부족하면 우울감과 불안감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반면, 뇌에서 충분한 양의 이들 호르몬이 분비되면 암을 치료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말한다.몇 년 전, 의학계는 엔도르핀보다 4천 배의 치료효과가 있는 ‘다이돌핀(Didorphin)’이라는 호르몬을 발견해냈다. 다이돌핀은 주로 무엇인가에 감동 받았을 때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도파민이 쾌감 호르몬이고, 엔도르핀이 행복 호르몬이라면 다이돌핀은 감동 호르몬인 셈이다.다이돌핀은 큰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받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감동에서 분비된다. 최근 SNS에 많이 올라오는 황홀한 일몰 풍경을 볼 때라든지,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사랑에 빠진 상대에게서 작은 선물을 받을 때도 다이돌핀은 생긴다.그렇다면 온 국민이 다이돌핀을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지난 4월 국제 구호개발 NGO(비정부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에 위촉된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나에 대해 좋은 일을 하면 도파민이, 타인에게 좋은 일을 하면 도파민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세라토닌이 함께 분비되는데, 홍보대사로 참여하니 도파민과 세라토닌, 옥시토신이 폭발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남을 위한 나눔과 희생이 가장 큰 감동 아닐까 싶다.하지만 요즘처럼 뉴스만 들으면 “욱!”하고 치받치는 상황에서는 감동받을 만한 일이 그리 흔치않다는 게 문제다. 들리는 소식이라고는 어둡고, 우울하고, 답답한 뉴스뿐이다. 감동을 받을 만한 잔잔한 미담조차 드물다.젊은층의 일자리걱정은 여전하고, 희망없는 이들의 주식투자, 가상화폐 투기의 부작용만 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 문제에 교육문제, 부동산 문제까지 첩첩산중이다. 그렇다고 정치판이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희망은 일상 속 작은 감동의 물결이다. 작은 물결이더라도 자주 일렁이다 보면 언젠가는 도파민 뿐 아니라 다이돌핀까지 듬뿍 분비시켜주는 날이 오지 않겠나.

토론배틀 성공을 위한 제언

오철환객원논설위원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키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연일 고정관념을 깨고 정곡을 찌르는 직설화법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민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 대변인을 서바이벌 형식의 ‘토론배틀’로 발탁하는 정치실험도 관행을 깬 참신한 ‘이준석표 정치혁신’에 다름 아니다. 배틀 응모자가 벌써 200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흥행성공은 따 논 당상이다. 모처럼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이 분다. 튼실한 콘텐츠로 알찬 수확을 바라며 힘을 보태고자 한다.이준석표 혁신에 대해 염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칼자루를 쥔 사람에겐 고춧가루를 뿌린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귀담아 듣는 것이 장래를 위해 나쁘지 않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은 법이다. 능력만능주의나 실력제일주의, 엘리트주의를 확산시키고 무한경쟁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경쟁이 공정하고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방임상태를 방치할 순 없다.밥을 같이 먹으러 다니거나 지역 연고가 같은 사람끼리 꽃보직을 나눠 갖는 것보다 당해 분야의 실력 있는 고수를 찾아 쓰는 방식이 훨씬 더 합리적이다. 선거에 도움을 줬거나 같은 학교에 다녔던 ‘내 사람’이라고 무조건 챙겨주는 관행보다 공정한 테스트 결과를 가지고 능력과 실력 위주로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이 좀 더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스트를 통한 선발과 배치만이 완벽한 건 아니다. 관용과 배려, 설득과 포용, 인내와 양보, 소통과 감수성 등 시험으로 정량화하기 힘든 품성을 감안해야 한다.직무분석을 통해 직책별로 요구되는 자격요건을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인재를 배치시키는 인사원칙을 대외적으로 공표해 둘 필요가 있다. 모든 직책을 시험으로 선발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자는 것이다.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안심하고 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미리 단디 챙기는 게 장땡이다. 거대한 제방도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은 틈에서 구멍이 생기고 결국 무너진다.정당 대변인 직책은 토론과 소통 능력이 탁월해야 하는 만큼 ‘토론배틀’을 거쳐 발탁하고자 하는 취지를 천명하는 선행절차가 필요하다. 토론배틀이 실질적으로 성공하려면 갈 길이 멀고 험하다. 구조설계를 잘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심사기준을 합목적적으로 세심하게 설정해야 한다. 노련한 진행자와 유능한 심사위원도 성패를 가르는 변수다. ‘미스터 트로트’, ‘나는 가수다’ 등 성공한 프로그램의 포맷을 벤치마킹한다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심사기준엔 다양한 시각이 투영돼야 한다. 토론배틀이 말만 번지러 하고 영양가 없는 말재주꾼을 뽑는 싸움터가 아님을 미리 밝혀두는 의미다. 알맹이 없는 말을 술술 풀어내고 개념 없이 아무데나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사람, 사소한 말실수를 트집 잡아 물고 늘어지느라 정작 토론의 큰 줄기를 놓치는 사람, 닭싸움 하듯이 볼썽사납게 파닥거리는 사람, 무례한 태도로 근거 없는 말을 무책임하게 한다거나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사람,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뻑하면 흥분하는 사람 등을 스크린할 안전장치가 심사기준이다.간판은 배틀이지만 싸움판이 돼서는 안 된다. 의견을 서로 나누고 합의를 도출하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정치혁신이 성공하고 또 지속가능해진다. 남의 말을 잘 듣고 설득하는 부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토론에서 진정 이기는 방법은 상대방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잘 듣고 그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어떤 주장의 취약점이나 논리적 비약을 찾아내는 능력 그리고 자기주장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하고 관철시키는 능력 등도 중요하지만 자기주장이 틀렸을 경우 이를 솔직히 시인하고 상대방의 주장도 채택할 줄 아는 품성,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태도 등도 간과할 수 없다.어떤 제도든 양날의 칼, 잘 운용되면 약이지만 잘못 운영되는 순간 독으로 작용한다. 토론배틀도 마찬가지다. 명석한 두뇌와 후천적 노력 그리고 방송출연으로 획득된 소통능력과 감수성 등은 이준석 대표의 최대 강점이다. 이러한 강점을 잘 살려 ‘이준석표 정치혁신’이 건강하게 뿌리내리고 국운이 융성하게 되기를 고대한다.

도시철도 차량기지 이전, 주민 피해 고려해야

대구 도시철도 차량기지 이전과 관련, 이전 예정지 주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소음 분진 공해와 전자파 및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이전 반대 목청을 높이고 있다. 도시철도 차량기지는 혐오 시설이 된지 오래다. 노선 통과 지역 주민들은 편의성이 높아져 반기는 반면 차량기지 주변 주민들은 이전을 요구하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인다. 대구시는 통합 이전을 선호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상 지역 주민 반대가 만만찮아 이전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주민 이해 조정과 설득이 과제다.대구시는 대구도시철도 차량기지의 이전과 관련, 이달 말 용역 결과를 발표한다. 대상지 주민들은 발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배차량기지 이전'은 달서구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통합 이전이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면서 대상지인 동구 안심차량기지 주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타지역의 경우 트램 및 역사 신설 등 호재를 기대하는 반면 ‘기피 시설’만 두 곳이나 떠안게 된 동구 주민들은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안심차량기지가 위치한 동구 안심3동 일대는 ‘주민 동의 없는 차량기지 이전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소음 및 분진, 재산권 피해 등 월배 주민들의 편의만 고려하고 정작 이전지 주민의 피해는 고려치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신설될 엑스코선의 종점인 이시아폴리스 주민들도 차량기지 건설 소식에 설치 반대 및 이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경제성 등을 종합 고려해 차량기지 이전 여부를 결정하고 주민 공청회를 통해 이전 불가피성을 설득할 예정이다.쉽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대구시는 기피 시설인 차량기지에 대한 주민 피해 회복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차량기지를 주민 밀집 지역을 피해 설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과 접근성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해 어려움이 적지 않다. 차량기지 지하화 방안은 비용 대비 효과가 문제다.달성군의 문양차량기지와 북구 동호동 칠곡차량기지의 경우 개소 당시 큰 문제가 없었다. 도심 외곽에 위치, 민원 소지가 거의 없었다. 엑스코선 차량기지도 동구 불로동으로 정해졌을 당시 주거지와 거리가 떨어져 민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점을 잘 살펴야 한다.주민 밀집 지역은 피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도시 확대 등 아예 먼 장래를 내다보고 시설을 배치, 민원을 근원 차단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피해 최소화 및 인센티브 제공도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우려 불식할 대책 필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이 7월1일부터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기존 5단계를 4단계로 간소화해 규제를 줄이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일상과 방역의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성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새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에 1단계가 적용된다. 1단계는 전국의 확진자 발생이 주간 평균 하루 500명 이하일 때 적용되며 사적 모임 및 다중이용시설 영업에 제한이 없다.대구시는 이에 앞서 21일부터 기존 거리두기 2단계를 1.5단계로 낮췄다. 사실상 정부보다 열흘 앞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됐던 식당·카페, 목욕장업, 실내 체육시설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됐다. 유흥시설 5종과 노래연습장 등도 제한없이 영업이 가능하다.정부와 대구시의 이번 조치는 최근 감소세를 보이는 확진자 발생과 장기 규제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 등을 감안한 것이다. 또 접객업소 영업제한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철저한 방역이 전제조건이다. 방역이 겉돌면 또 다른 고통의 시발점이 될 뿐이다. 백신 1차 접종자는 21일 기준 1천501만 명을 넘어섰다. 접종 완료자는 404만여 명이다. 접종률은 30%에 육박한다. 그러나 집단면역 형성 기준인 전 국민 70% 접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이 완화되면 확진자 증가라는 부작용이 따른다. 이번 조치가 방역 지침을 느슨하게 지켜도 괜찮다는 신호가 돼서는 안된다. 집단면역 형성 때까지는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마스크 착용해제와 관련해서도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다음달부터는 백신을 1차 접종만 해도 공원, 등산로 등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마스크 필착용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 있다. 누가 접종을 받았는지 구분할 수 있는 방안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절한 대책이 요구된다. 미국은 접종률이 50%를 넘어섰을 때 노마스크를 결정했다.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는 일이 없도록 개인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 방역당국도 코로나 재유행을 부추킬 수 있는 일탈행위 등을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이번 조치의 핵심은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거리두기 체계 구축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새 시스템의 성패가 걸렸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대구 공기업 임원 자리, 공무원 전용되나

또 때가 됐다. 매년 이맘때면 연례 행사다. 대구시 산하 공사·공단의 임기가 만료된 임원 자리가 여러 곳 빈다. 후임자를 두고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특정인 낙점 소문도 돈다. 명예퇴직 신청을 한 대구시 고위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대구시 산하기관의 임원 자리는 그동안 퇴직 공무원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다. 물론 일부 외부 전문가들이 기용되기는 했지만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그 외 대부분은 공무원 일색이다. 이젠 대구시도 공기업 임원 자리의 문호를 대폭 개방할 때가 됐다. 외부 수혈을 통해 공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조직에 윤기를 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고위 공무원의 대구시 산하기관 임원 임용의 경우 수 십 년 동안 쌓은 행정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년을 1년 앞둔 명퇴 신청은 고위직 인사의 숨통을 틔워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또한 대구시장으로 봐서도 경륜과 전문성을 살려 3년 정도 현업과 관련된 부서에서 일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조직 관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동안 공사·공단의 임원 자리엔 퇴직 고위 공무원이 주로 진출했고 대구시장 선거를 도운 대구시 의원과 선거 캠프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의원과 캠프 관계자의 임용은 논공행상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공기업 임원 자리를 이렇게 떡 나눠먹듯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야 할 것이다.올 하반기 대구시 산하 공사·공단의 임원 자리가 줄줄이 빌 예정이다. 퇴직을 앞둔 고위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대구교통연수원장, 엑스코 경영본부장, 대구환경공단 사업본부장이 공모를 앞두고 있다. 내년 2월엔 대구도시공사 사장 임기가 만료된다. 이 자리의 향배도 관심사다. 이달 말 명예퇴직을 신청한 대구시 국장급 공무원들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대구시는 공모를 통해 대구교통연수원장 등을 선발할 계획이다.대구시의 국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 4명이 퇴직을 앞두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로 연수가 아닌 명예퇴직을 신청, 자리가 비는 공사·공단의 임원에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대구시는 공무원의 경륜과 전문성을 살리는 한편 외부 수혈을 통해 공기업 운영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공기업 임원 자리가 퇴직 공무원들의 전유물이 되도록 할 텐가. ‘그 나물에 그 밥’ 임원 인사라는 소리는 듣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낙하산 인사는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공공도서관의 생태 프로그램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생태(生態)’란 단어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조성된 생태공원과 생태체험장을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인간이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 속에서 잘 살던 야생동물들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과학자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생태의 사전적 의미는 ‘생물이 자연계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 또는 ‘생명체 간, 생명체와 환경 간의 상호관계와 상호의존성’이다. 생태 개념은 모든 생명체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환경과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특정한 생물체의 멸종이나 그 생물체에게서 나타나는 심각한 변화는 그것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공생관계나 먹이사슬 관계에 있는 다른 생물체나 주변 환경,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영향을 미친다.이 대목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한 인류는 긴장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보복을 받게 된다는 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삶의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 지금에서야 지속 가능한 삶을 누리기 위해 자연생태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됐으며, 생태적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됐다.공공도서관에서 생태를 주제로 삼은 강연과 체험 등 다양한 기획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도서관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 중에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정보서비스 기능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에서는 자연환경이 비교적 덜 훼손된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용학도서관도 생태 관련 기획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올들어 용학도서관이 추진하고 있는 생태 프로그램은 체험과 특별강연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체험은 진밭골과 무학산공원에서, 특별강연은 용학도서관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다. 진밭골야영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가족생태체험은 지난 3~5월 시범운영을 거쳐, 여름방학을 맞아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주말에 진행된 시범운영기간에는 숲을 거닐면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생각의 숲을 거닐다’, 생태공예를 체험하는 ‘자연물에 생명을 더하다’, 천체를 관측하는 ‘별별이야기를 나누다’가 시민들에게 제공됐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달치씩 참가 신청을 받은 결과, 불과 한두 시간만에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여름방학 중에는 진밭골 가족생태체험이 평일에도 운영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도심 가까이에서 자연을 즐기면서 학습효과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은 시범운영 과정에서 확인된 미비점을 보완해 숲지도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지도 아래 숲속걷기, 생태공예, 밤길걷기, 명상, 천체관측 등을 복합적으로 체험하도록 기획됐다. 특히 토요일에는 가족들이 텐트를 친 뒤 다양한 프로그램을 묶은 패키지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가족생태체험은 오는 24일부터 엑스코에서 열리는 ‘2021 대한민국 캠핑대전’에 진밭골야영장과 함께 소개된다.무학산공원에서는 용학도서관의 분관인 무학숲도서관이 숲의 변화를 관찰하는 ‘무학산 숲속산책’, 자연물로 책 속 주인공을 공예품으로 만들어보는 ‘자연과 책이 만나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곤충사육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를 선착순 모집하는 모든 프로그램에는 언제나 경쟁이 치열하다. 이와 함께 텃밭에서 다양한 작물을 키우는 ‘가족텃밭체험’, 친환경 벼농사를 경험하는 ‘가족텃논체험’도 운영하고 있다. 도시농업을 체험하는 이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가족들은 신청을 받은 뒤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신청자가 많기 때문에 전년도에 참가한 가족은 제한하고 있다.특별강연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도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용학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이뤄졌다. 지난 3월12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후위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란 주제로 김해동 계명대 교수(환경학부), 사공준 영남대 교수(직업의학과), 심정미 녹색연합 대구경북지부 사무처장, 최원형 환경작가가 강연을 이어갔다. 이어 5월에는 시인인 채형복 경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와 윤강미 그림책작가를 초청한 생태작가 초청강연이 두 차례 마련됐다.물론, 생태체험과 특별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용학도서관 종합자료실과 어린이자료실, 무학숲도서관에서는 생태를 주제로 한 북큐레이션이 함께 마련됐다. 독서운동 확산과 함께, 이용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공공도서관의 핵심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인간이 만든 재앙’이란 주제의 북큐레이션에서는 지구온난화, 미세플라스틱, 코로나19 등과 관련된 책, DVD, 뉴스기사, 학술논문 등이 전시됐다.

옛날 애인/ 유안진

봤을까?/ 날 알아봤을까?「둥근 세모꼴」 (서정시학, 2011)‘둥근 세모꼴’이란 시집 제목이 범상치 않다. 둥근꼴은 원만하고 완벽한 이상적 세계를 상징한다면 세모꼴은 모나고 불완전한 현실세계를 상징한다. ‘둥근 세모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합이다. 상호 모순적인 세상사를 표현하고자 의도했다면 ‘둥근 세모꼴’은 부조리를 비트는 시를 실은 시집 이름으로 썩 잘 어울린다.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는 노가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마따나 살아오면서 ‘말하지 못한 걸 시로 말하고 싶은’ 시인의 진의를 읽을 수 있다.난해하고 난삽한데다 장황하기까지 한 것을 거부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짧고 간명한 서정시를 극서정시(極抒情詩)라 일컫는다. 극서정시는 그냥 짧은 글이어서는 안 되고 해학과 기지만으로도 부족하다. 촌철살인 시어로 삶과 인생의 진리를 담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명언이나 금언 또는 증명이 불필요한 철학적 명제가 극서정시인 건 아니다. 은유와 상징이라는 시의 기본을 갖추고, 짧지만 강한 감동을 주는 시적 장치가 불가결하다. 극서정시를 디지털시대의 시대정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옛날 애인’은 극서정시로서 손색이 없다.남녀가 만나서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때론 사랑하다가 헤어지기도 한다. 과학적 연구 성과를 보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겨우 5년 남짓. 그 전에 인연의 줄로 두 남녀를 묶어두고 자식을 생산하지 않으면 헤어질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이 오히려 보편적이다. 남녀 간 이별이 일상사라지만 실제 이별이 두리뭉실 넘어가는 건 아니다. 상대를 해코지하는 끔찍한 사태까지 벌어진다. 감정상태가 격앙된 탓일 수 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훈련이 부족한 것일까.한때 서로 사귀다가 갈라선 애인을 우연히 마주 친다면 머쓱하고 어색한 일이다. 서로 알아보고 목례 정도만 나누고 지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우아하고 예의바른 모습이다. 앙금이 깨끗이 정리됐거나 서로 존중하는 마음일 것이다. 옛정을 생각해서 커피 한 잔 정도 같이 하며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나누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심의 눈이 도처에 있고 감정의 응어리가 남아 있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터다.뜻하지 않은 곳에서 우연히 만나 지나친 경우 생각이 복잡하게 전개된다. 자신이 못 봤거나 못 알아봤다면 안 만난 것이다. 자신이 그 사람을 봤다면 여러 가지 생각이 고차방정식으로 설정된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증폭된다. 그 사람은 봤을까? 못 봤다면 생각은 거기에서 끝난다. 그 사람이 봤다면 과연 알아봤을까? 삭아버린 모습을 보고 실망했던 걸까? 세월이 흐르고 변했으면 몰라볼 수 있다. 또 모른 척 하는 일도 있을 법하다.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그동안 만사가 잘 풀리지 못해서 창피해서였을 수 있다. 잘 풀렸다면 과시나 보복심리에서 아는 척하며 자랑스레 명함이라도 건네고 갔을 터다. 아는 척 해야 할 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우유부단해 타이밍을 놓쳤거나 그냥 어영부영 지나쳤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아는 척 해봐야 서로 곤란할 뿐 모른 척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했을 확률이 크다. 사랑의 감정은 비록 사라졌지만 관심은 여전히 살아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단 두 마디로 정리했다. 시인의 섬세한 감성에 미소로 답한다.오철환(문인)

친구에게/ 이해인

나무가 내게/ 걸어오지 않고서도/ 많은 말을 건네주듯이/ 보고 싶은 친구야/ 그토록 먼 곳에 있으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너// 겨울을 잘 견디었기에/ 새 봄을 맞는 나무처럼/ 슬기로운 눈빛으로/ 나를 지켜 주는 너에게/ 오늘은 나도/ 편지를 써야겠구나// 네가 잎이 무성한 나무일 때/ 나는 그 가슴에 둥지를 트는/ 한 마리 새가 되는 이야기를// 네가 하늘만큼/ 나를 보고 싶어 할 때/ 나는 바다만큼/ 너를 향해 출렁이는 그리움임을/ 한 편의 시로 엮어 보내면// 너는 너를 보듯이/ 나를 생각하고/ 나는 나를 보듯이/ 너를 생각하겠지?/ 보고 싶은 친구야「시간의 얼굴」 (분도출판사, 1991)친구는 흔하고도 귀하다. 젊을 땐 세상물정을 모르고 친구 따라서 강남 간다. 평생을 살면서 진정한 친구를 한 명이라도 사귀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허투루 들린다. 잘 나갈 땐 주위에 웃는 얼굴들이 그득하다. 다들 앞장서서 친구를 자처한다. 어려움이 닥치면 그런 얼굴들은 다 떨어져나간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다. 시인은 맑고 고운 마음을 가진 순수한 수녀다. 참다운 친구가 있어 편지를 쓰고 또 시를 짓는다.바람을 타고 숲의 향기를 전해주는 나무처럼 친구는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것같이 마음이 서로 통한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진정한 마음을 안다. 나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너를 나도 역시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부를 때마다 가슴에 별이 되는 이름’이다. 시련의 시기를 현명하게 극복한 네가 슬기로운 지혜를 가지고 형극과 유혹으로부터 지켜주었기에 지금 내가 의연히 존재하고 있는 터다. 나는 나를 향한 너의 발가벗은 마음을 본다. 나도 너를 향한 붉은 마음을 너에게 보낸다.광활한 공간 속으로 파란 산소를 뿜어내며 생명을 불어넣는 나무 같은 친구야, 넌 늘 주기만 하고 난 늘 받기만 한 듯하다. 네가 늘 받기만 해도 좋다. 난 늘 주고 싶을 뿐, 내 마음은 항상 그렇다. 네가 숲속의 한그루 나무라면 ‘나는 그 가슴에 둥지를 트는 한 마리 새가’ 되고 싶다. 네가 하늘만큼 나를 보고 싶다면 나는 끝없이 출렁이는 바다만큼 너를 향해 달려가고 싶다. 하늘만큼 땅만큼 어린애 마냥 널 그리워한다.아플 땐 몸을 사리지 않고 돌봐주고, 슬플 땐 함께 눈물을 흘리며, 기쁠 땐 오히려 더 기뻐해주는 너는 보석 같이 빛나는 벗이다. 진정한 만남으로 간직하고 싶다. 진실한 우정으로 기억하고 싶다. 한때의 동행이기보다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다. 너는 나, 나는 너. 너와 나는 둘이 아닌 하나다.나의 실책을 비난하지 않고 보듬어주며 나의 잘못을 배척하지 않고 이해해주는 너는 가슴이 한없이 넓디넓구나.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남이 하기 어려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서슴없이 하는 너는 보약 같은 존재다. 하여, ‘잎이 무성한 나무에 둥지를 트는 새처럼 네 가슴 속에 한 마리 새’가 되는 내 이야기와 간절한 그리움을 실은 한편의 시를 너에게 보낸다.시인의 속삭임이 귀를 적신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황폐한 정신을 힐링시켜주고 지친 몸을 순화시켜주는 산소 같은 시다.오철환(문인)

마음을 열어 보세요

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파란 하늘의 구름이 가을을 연상하게 한다. 하얗게 몽글몽글 양털처럼 모여 온 하늘을 장식하고 있다. 양 떼들이 모여 푸른 풀밭을 누비는 듯한 구름을 올려다보니 문득 가을걷이라도 나서야 할 것 같다. 잰걸음으로 다가드는 뜨거움이 절정으로 향해 달린다. 한눈 파는 사이 싹이 난 감자를 버리기 아까워 땅에 묻어뒀다. 그것이 자라나 밭 전체를 덮었다, 무성하게 잎을 내고 하얀 꽃을 주렁주렁 달더니 땅속에서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감자가 한창인 텃밭으로 향한다.목덜미에 닿는 햇볕이 따갑게 느껴진다. 하지다. 24절기 중에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높은 절기로 본격적인 여름을 알린다. 그것을 아는지 못자리 논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가득하다.일 년 중에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이라는 하지.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고 알려졌지만 북반구 얘기다. 남반구에서는 하지에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지 않은가. 북반구에 사는 우리에게는 하짓날 정오 때 태양 높이가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이 가장 많은 날이다. 하지 이후부터는 기온이 본격적으로 올라 매우 더울 것이리라. 하지 때 식탁에 오르는 감자를 하지 감자라 한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감자가 유명하므로 특히 하지 때 파삭파삭한 햇감자를 쪄서 먹거나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먹는다. 텃밭에 무성하게 자란 줄기를 뽑아보니 감자가 주렁주렁 열렸다. 땀 흘린 노동의 대가가 이런 것인가. 흐뭇한 마음으로 캐서 소쿠리에 담으니 지나던 이웃이 한마디씩 건넨다. 얼른 삶아 감자파티라도 열라고.빛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땅속에서 부피를 키운 감자가 뜨거운 물속에서 구수하게 익어간다. 투명한 뚜껑으로 보이는 부슬부슬한 겉모습도 입을 유혹한다. 하지에 맛보는 하지 감자, 초보의 땀이 깃들어 있기에 존재마저 고맙고 맛을 더한다.6월 말로 의료원 생활을 마무리한다. 1988년에 발을 들여놨으니 어느덧 33년이 순식간에 흘렀다. 그동안의 일들을 담담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되새긴다. 새로운 길로 다시 발을 내디디며 다짐한다.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예쁘게 마무리하기로. 파란 하늘 아래 선명한 능선을 드러내는 산의 모습처럼, 행복해지기 위해 갖춰야 할 것들이 분명하니까. 순간순간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한다.맑은 하늘 아래 바람이 일렁이는 마당 평상에 앉아 지인이 보내 준 영상을 봤다. 슬기로운 oo 생활이라는 프로였다. 의사로 살아왔지만, 사람들이 그렇게도 재미있다는 그것을 본 적이 없어 흥미로웠다. 선명한 화면구성에 이야기도 재미있다. 변덕스러운 요즘 날씨만큼 코로나19로 지쳐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참 다양하지 않겠는가. 서로에 대한 표현법과 표정도 무척이나 다채롭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고 하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남에게 유별스레 굴지 않고 조용히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을 진중하다고 표현하는 대신, 그를 음흉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어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각도를 달리해서 생각해보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같은 우리말이지만, 한 사람의 행동에 대해 또 180도 다르게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슬기로운 생활시리즈가 유행인가 보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도 시즌 2가 시작됐다. 양수가 터진 19주 산모가 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응급실 당직 전공의가 산부인과 전문의 교수를 찾았다. 그러다가 그 산모에게 “너무 일찍 양수가 터져 아이의 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산모도 감염 위험성이 있으니 임신중절 수술해야 한다”고 팩트를 전달한다.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산모는 절망에 빠져 울음을 터뜨린다. 정말 어렵게 가진 아이라고 제발 아이를 지키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산모는 블로그에서 본 다른 교수를 찾아간다. 그는 태아의 생존율은 낮지만 최소 주 수를 채우며 할 수 있는 조처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가능성은 아주 낮고 과정은 어렵고 산모도 감염 위험성이 있지만, 거기에 함께 대비하며 같이 치료해 나가보자고. 의아해하는 전공의에게 그가 가르친다.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고, 가능성이 낮기는 해도 제로가 아니기 때문에 도전해보는 것이고, 산모와 태아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제일 나은 선택이라고.시간에 쫓겨 친절하게 설명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일이지 않겠는가. 산모의 절실한 마음에 공감하기에 주치의 교수는 그런 처방을 했을 것이다. 저마다의 삶에 쫓겨 팩트만 얘기한다. 간단명료하게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세상일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경우가 많지 않던가.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멀리 한 발짝 떨어져서 다시 바라본다면 조금 새롭게 느끼게 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슬기로운 생활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니까.

대구지역 레미콘 파업, 서둘러 해법 찾아야

레미콘 대란이다. 레미콘 운송노조의 파업으로 대구지역 건설현장이 줄줄이 멈춰서고 있다. 건설공사에 필수인 레미콘 공급이 전면 중단되면서 후속 공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조속한 시일 내 정상화 되지 않으면 공기 연장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신축 아파트 공사의 경우 입주 지연과 이에 따른 건설사 손실 등이 우려된다.그러나 협상은 ‘강 대 강’ 대치만 이어져 쉽게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와 레미콘 업체 측의 운송료 상향조정 요구에 건설업계 내부에서 대응에 이견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대구지역 업체와 서울지역 대기업의 수용 수준이 달라 의견 통일이 시급한 실정이다.건설은 지역경제를 이끌어 가는 중심 축이다. 건설 분야의 공정 스톱이 지역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최악의 상황이 1년 반 가까이 이어지는 국면이다. 이번 사태가 조속한 시일 내 해소되지 않으면 후유증은 예상 이상으로 심각해질 수 있다.대구 레미콘운송노조의 파업은 지난달 21일 지역 내 대기업 일부 현장을 대상으로 시작된 뒤 지난 10일 지역 전체 공사현장으로 확대됐다. 파업은 현재까지 1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대구지역 170개의 크고 작은 건설 현장에 공급되던 레미콘 운송을 전면 중단했다. 750여 대의 운송차량이 멈춰섰다.운송료 갈등이 불거진 이후 지역 레미콘업계와 노조는 지난달 28일 운송 단가를 현재보다 9% 인상하는 안에 조건부로 합의했다. 이어 건설업계에 공문을 보내 9% 인상안을 수용하는 현장에 한해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제안했다.그러나 대기업 중심의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자재구매담당자 모임)는 지난 3일 이 안을 거부하면서 5% 인상안을 제시했다. 지역 건설업계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레미콘 업계의 단가 인상 요구안을 수용키로 하고 운송재개 약속을 받았지만 허사가 되고 말았다. 노조가 대기업 현장과 함께 지역 건설업체 현장에 대한 공급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 관계자는 “지역 건설업계가 단가 인상 요구안을 전면 수용했음에도 공급재개가 되지않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현안 교섭에서 제안한 사항을 어기거나 일방적으로 변경해선 안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상호간 신뢰가 깨져 합의를 이뤄나가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파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조짐이다. 건설현장의 공정 스톱은 궁극적으로 피해가 시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대구시 등 관계기관도 적극적 중재를 기다리는 지역 건설업계의 요청을 외면하지 말고 해법 찾기에 동참해야 한다.

TK 꼰대의 유쾌한 반란

명심보감에 하늘의 뜻에 따르는 사람은 흥하고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망한다(順天者興 逆天者亡)는 말이 나온다. 하늘의 뜻은 천심이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민심이 정치의 낡은 틀을 깨뜨리라고 명령했다. 알을 깨고 나왔다. 관록보다는 변화를 택했다. 오만과 독선을 심판했다. 민심이 4·7 재·보궐선거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속살을 드러냈다. 민심은 다소 못 미덥지만 이준석을 택했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한국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지 열흘이 지났다. 정계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변화와 기득권의 이해가 곳곳에서 맞부딪힌다. 이준석은 보수의 아픔인 호남 보듬기와 안보 챙기기부터 시작했다. 기대와 우려가 충돌했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거부도 읽힌다.이준석호 출범 후 가장 주목받는 곳이 대구·경북이다. TK 꼰대의 반란 때문이다. TK 꼰대의 반란은 촛불과 탄핵의 주역인 MZ 세대의 반란 못잖게 의미가 크다. TK는 그동안 ‘수구꼴통’으로 대변됐다. 이명박, 박근혜의 오물을 흠뻑 뒤집어썼다. 상실감이 컸다. 정치 혐오가 대신했다. 정치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고 자각했다.--이준석 돌풍 진원지 TK, 변화 염원 폭발신호탄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쏘아 올렸다. 바로 TK 꼰대들이 뒤를 이었다. 돌풍의 진원지가 됐다. “TK가 아직 살아있네”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 모두가 놀랐다. 자신들의 변화에 TK는 더 놀랐다.전임 원내 대표이자 5선 중진의 TK 주자 주호영은 지지율이 TK 내에서도 3위에 그쳤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며 의리를 중시하던 TK 였다. 매몰차게 돌아섰다. 꼰대들은 미련 없이 젊은 바람에 동참했다.새 리더에 대한 갈망과 염원이 폭발했다. 36살 햇병아리 이준석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정권 교체의 희망을 건 것이다. 바람을 주목했다. 적폐 몰이와 내로남불 정권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TK 꼰대는 혐오와 극단 투쟁만 넘쳐나는 정치판에 실망했다.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안이 없었다. 그러다가 젊은 바람을 만났다. 바람의 기세는 거셌다. 주저 않고 바람에 편승했다. 국가 안위에 대한 걱정이 태풍을 만들었다. 안정감을 중시하는 보수에서 이례적이다. 그만큼 변화와 혁신에 대한 기대에 몸이 달았다는 반증이다.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2020년 21대 총선까지 전국 선거 4연속 참패에 좌절을 맛봤다. 이젠 기댈 구석도 없다. 실의에 빠져 지냈다. 그런데 집권 여당과 586 진보의 자살골이 계속 터졌다. 원기소가 됐다. 겨우 기력을 회복했다.--5·18과 탄핵의 강 건너…대선도 자신감TK 꼰대의 선택은 적중했다. 이준석 바람은 진행형이다. 후광 효과가 만만찮다. 지지율이 여당을 10% 이상 앞서는 일이 나타났다. 국민의힘에 젊은 피가 몰려들고 있다. 세대교체와 변화의 희망으로 뜨겁다. 당 개혁 및 쇄신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선도 눈에 보인다는 자신감을 찾았다.아킬레스건으로 여겼던 5·18과 탄핵의 늪도 건넜다.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다. 그는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나를 영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며 탄핵의 강을 정면 돌파했다. 대표 취임 첫날 광주의 붕괴사고 현장 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이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5·18의 강’도 그렇게 건넜다. 광주의 시선도 달라졌다. 민주당은 시샘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국민의힘은 지도부까지 확 젊어졌다. 최고위원 6명 중 30대와 여성이 반이다. 5060이 주축인 국민의힘에 상상도 못할 일이다. TK 꼰대가 결국 일을 냈다.국민의힘 앞에는 야권통합과 대선 후보 선출이라는 큰 산이 남았다. 하지만 걱정 않아도 될 것 같다.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 ‘전국시대 진나라와 조나라의 장평 대전에서 나라를 말아먹은 조괄 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실패는 없어야 한다. 이준석의 패기와 열정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경북형 거리두기로 코로나 피해 줄이길

코로나19의 경북형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에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의 코로나 방역 시스템이 잇따라 국가 모델이 되고 있다. 지역의 선진 보건 행정이 코로나 극복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보건 행정 역량은 이미 국내외에서 주목받아 왔다. 잘 갖춰진 지역 의료 인프라와 행정 역량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단체장의 발 빠른 판단도 한몫했다. 경북도의 유연한 방역 행정이 돋보인다.다음 달부터 정부의 새 거리두기 개편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경북도가 전국 첫 시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범 실시가 모범 답안으로 작용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다음달 초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 배경으로 경북과 전남의 시범 실시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관리 안정화와 소비 증가를 꼽았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해제’를 주 내용으로 한 거리두기는 경북도가 지난 4월 전국 처음으로 시작했다. 전남도가 뒤를 이었다. 개편안 원조가 경북인 것이다.중대본이 군위 등 12개 군에 시범 적용한 결과 인구 10만 명 당 확진자 수는 기존 0.15명에서 0.2명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소비 증가율은 평균 7.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의 시범 실시 지역은 최근 16개 시·군으로 확대됐다.경북도의 거리두기 성공은 이철우 도지사의 결단으로 가능했다. 이 지사는 도내 군 지역 식당가가 사적 모임 제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 반해 대도시 식당가는 붐비는 것을 보고 일률적인 거리두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중대본 회의 때마다 줄기차게 거리두기 완화를 건의해 ‘경북형 거리두기’가 나왔다고 한다. 유연한 행정이 빛을 발한 것이다.앞서 지난해 3월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기,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대구는 민관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했다. 최초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만들고 생활치료센터 도입으로 K 방역을 일궈내며 코로나 확산 차단과 방지에 기여했다. 여기에는 지역의 잘 갖춰진 의료 인프라와 민관의 협력 체계가 큰 역할을 했다.이번 경북도의 사회적 거리두기안의 전국 확대도 단체장의 빠른 판단과 유연한 보건 행정의 덕분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는 아직도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백신 후진국 취급을 받던 우리나라가 국민들의 협조로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코로나 퇴치 희망이 보인다. 대구·경북의 앞선 의료 체계와 보건 행정이 코로나 퇴치 일등공신이 되길 바란다.

또 봄빛/ 김양수

또 다시/예서제서/새록새록 보이는 빛//가만히/손 뻗으면/잎잎마다 만져지는 빛//살살살/계곡을 적시며/너에게도 들리는 빛//화들짝 뛰어나와 산을 오른다./파랗게 새빨갛게 꽃불로 타오른다./세상이 꿈빛에 취해 찰방찰방 눕는다.「시조미학」(2021, 여름호)김양수 시인은 강원도 횡성 출생으로 1994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생명’과 동화집 ‘생각하는 배나무’, ‘개구리가 된 아이들’ 등이 있다.‘또 봄빛’은 동심을 담은 두 수의 시조다. 이미 봄은 가고 여름철로 들어섰지만 다정다감한 정서가 눈길을 끌어서 소개한다. 특별한 이미지의 구현이 보이지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표출하고 있다. 또 다시 예서제서 새록새록 보이는 빛, 이라는 대목에서 소생하는 생명의 기운을 엿본다. 새록새록, 이라는 흉내 내는 말은 잠잔다, 라는 말과 결합되면 가장 어울리는 말인데 빛하고도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예서제서, 라는 말도 무척이나 정겹다. 가만히 손 뻗으면 잎잎마다 만져지는 빛에서 생명의 신비가 느껴지는 점도 좋다. 또 빛은, 봄빛은 다시금 살살살 계곡을 적시며 너에게도 들린다고 속삭인다. 예전에 어떤 시인이 봄이면 꽃 피는 소리 두 귀는 듣는단다, 겨울날 눈 내리는 소리 두 귀는 듣는단다, 친구야 눈빛만 봐도 네 마음의 소리 들린단다, 라고 노래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 빛이 나에게만 들리는 것이 아니고 너에게도 들린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은 시각의 청각화로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래서 화자는 화들짝 뛰어나와 산을 오르게 된 것이다. 파랗게 새빨갛게 꽃불로 타오르는 산을 바라보면서 세상이 꿈빛에 취해 찰방찰방 눕는 장면과 마주한다. 담백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순수한 동심이 맑게 수 놓여서 행복감을 안겨준다. 시를 통해 마음의 정화를 느낀다.그가 쓴 ‘매미’라는 동시조가 2000년 7차 교육과정 1-2 읽기 교과서에 수록된 적이 있다. 이제 머잖아 매미가 찾아올 것이다. 아래에 옮겨보겠다.숨죽여 살금살금/나무에 다가가서//한 손을 쭈욱 뻗어/잽싸게 덮쳤는데//손 안에 남아 있는 건/매암매암 울음뿐.동시나 동시조는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기발한 것도 이따금 필요하겠지만 요즘 아이들의 정서나 생활과 거리가 멀면 주독자 층인 아이들이 외면하기 십상이다. ‘매미’는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실감나게 잘 그리고 있다. 매미를 잡으려고 숨죽여 살금살금 나무에게로 다가가서 한 손을 쭈욱 뻗어 잽싸게 덮쳤는데, 매미는 끝내 잡히지 않았다. 아이들 눈에는 여름 손님인 매미는 여전히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다. 손 안에 꼭 있어야할 매미는 온데간데없고 남아 있는 것은 매암매암 울음뿐이라는 표현이 생생하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라고는 전혀 없고 긴장된 상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어서 오랜만에 다시 찾아 읽어보아도 좋다.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우리 속에는 아이가 깃들어 있어서 이따금 동심어린 발언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마음이 여려져서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시조보다 좋은 동시조가 더욱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조를 쓰는 이라면 누구나 동시조를 쓸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동시조 창작에 힘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좋은 동시조가 체계적으로 많이 실려서 시조교육의 요긴한 학습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 시조만이 가지고 있는 흥청거리기도 하고 넘실거리기도 하는 고유의 가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이정환(시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