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취수원, 구미 해평 결정 다행이다

앞으로 대구 시민들은 구미 해평취수장의 물을 수돗물로 사용한다. 환경부가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라는 이름으로 해평취수원 물을 대구와 나눠 사용하기로 결정한 때문이다. 대구시의 수돗물 오염 우려와 안전한 물 확보라는 해묵은 숙제가 풀렸다. 하지만 일부 해평 주민과 환경 단체들의 반발은 해결 과제다.환경부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낙동강 취수원을 다변화하는 내용이 담긴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의결했다. 환경부는 지난 24일 대구의 안전한 먹는 물 확보를 위해 오는 2028년까지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30만t의 물을 끌어오는 취수원 다변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환경부는 낙동강 상류 구미 해평취수장 30만t, 대구 추가 고도정수처리 28만8천t 등을 통해 대구에 57만t, 경북 지역에 1만8천t을 공급키로 했다.반발하는 해평 주민들에 대한 당근책도 내놓았다. 취수원 운영 과정에 지역 주민 참여를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대구시민의 물이용부담금을 인상한 재원으로 해평취수장 증설을 시작할 때부터 매년 100억 원을 구미시에 지원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대구시는 구미시에 100억 원을 일시금으로 내놓키로 했다. 해평 지역의 농·축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등 주민들의 소득 향상 지원 방안도 내놓았다.해평 주민들이 우려하는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 지역 확대는 없으며, 갈수기 물이 부족할 때는 대구 공급을 않기로 해 걱정을 덜었다.이번 통합물관리방안에 따라 낙동강의 먹는 물 갈등 해결을 위한 단초는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일부 주민과 환경 단체들의 반발이 여전해 공사 착공까지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특히 김천과 영주 등 상류지역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오염수와 중금속 폐수도 적지 않아 수질 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도 해결 과제다. 환경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요망된다.환경부의 운문댐 물 울산 공급 결정도 문제 소지가 없지 않다. 운문댐 물을 공급받고 있는 수성구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대구시는 운문댐 물의 여유 수량만 공급하고 두 차례 타당성 용역을 진행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수성구민들은 별로 탐탁찮은 분위기다.환경부장관은 이날 이해 관계 주민들과 더 소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구취수원 이전을 둘러싼 지역 갈등은 5년을 끌어왔다. 환경부는 그동안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립 서비스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대구시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맑은 물을 먹기를 원한다.

경북권 감염병 전문병원 기대 크다

칠곡경북대병원이 경북권 감염병 전문병원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경북권 감염병 전문병원은 오는 2024년까지 칠곡경북대병원 구내 1만1천여㎡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6층 규모로 건립된다.대구·경북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지난해 2월 이후 1년4개월 만에 지역의 각종 감염병 관리를 책임질 전문병원 건립이 본격화된 것이다.경북권 감염병 전문병원은 지난해 영남권역 유치 경쟁에서 양산부산대병원에 밀린 뒤 무산될 뻔한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역 민관정이 한마음이 돼 대구경북권 전문병원 추가 건립을 요구한 끝에 극적으로 유치가 성사됐다.경북권 전문병원 공사비(장비비·운영비 제외)는 국비 지원 449억 원, 자부담 307억 원 등 총 756억 원이다. 독립적으로 구축되는 감염병동에는 중환자실 6개, 음압병실 30개, 진단검사실, 음압수술실 2개, 교육훈련센터 등이 마련된다.경북권 전문병원은 권역 내에서 대규모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 중증 환자 집중치료, 격리, 시도 간 환자 의뢰, 회송체계 관리 등 감염병 의료대응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지역 내 각 의료기관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협진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평시에는 공공·민간병원의 감염병 전문 의료인력 교육·훈련 등도 담당한다.이번 경북권 감염병 전문병원 선정 공모에는 칠곡경북대병원을 비롯해 계명대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이 참여했다.칠곡경북대병원은 선정 과정에서 코로나19 등을 포함한 감염병 진료 실적, 전문병원 운영방안, 건축부지 적합성 등의 평가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초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운영, 코로나19 전담병원 수행 경험, 생활치료센터 운영지원 등 감염병 대처역량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국내 감염병 전문병원은 지난 2017년 국립중앙의료원이 최초로 지정된 뒤 중부권(순천향대 천안병원), 호남권(조선대병원), 영남권(양산부산대병원) 등에 각각 1개씩의 권역 전문병원이 선정됐다.칠곡경북대병원 측은 “감염병 전문교수와 건축전문가 등으로 건립추진단을 구성하고, 앞서 선정된 타지역 병원들을 면밀하게 분석해 좋은 병원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코로나19에 앞서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신종 플루 등의 여러 감염병이 우리를 괴롭혔다. 감염병은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경북권 감염병 전문병원이 빠른 시일 내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점점 강해지는 집중호우의 위험성

박광석기상청장지난 5~6월, 장마라고 착각할 정도의 잦은 비와 소나기로 인해, 제습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난달 전국 강수일수가 14.3일로 최근 10년 동안 비가 온 평균일수(8.1일)에서 강수일수가 6일가량 늘어났으며, 197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다 일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잦은 비가 왔던 5~6월처럼 집중호우는 우리 생활패턴까지 바꾸고 있다.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로 인해 1990년 이후부터 여름철 강수가 장마 기간에 집중됐던 양상에서 벗어나 여름철 전 기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장마 기간과 그 전후에 대한 강수시기의 구분이 불명확하게 되면서, 예측이 더욱 어렵고 전통적인 장마 기간과는 상관없이 집중호우 발생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장마는 매년 여름 6월 중순에서 7월 하순에 걸쳐 발생하는데, 지난해에는 장마와 비에 관해서는 ‘역대급’기록을 갈아치운 해였다.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철로 제주는 49일(6월10일~7월28일), 중부는 54일(6월24일~8월16일)로 기록됐다. 더불어 장마 기간동안 강수일수 역시 전국 기준 28.3일로 역대 1위, 강수량도 전국 686.9㎜로 역대 2위, 중부지방 851.7㎜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이 뿐만 아니라 부산과 대전지역에선 시간당 80㎜ 이상의 강한 비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홍수 및 범람, 산사태, 도심과 농경지 침수 등 피해가 매우 컸던 해였다.‘한국 기후변화보고서 2020’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17년 사이 여름철 강수량은 10년마다 11.6㎜씩 증가했다. 반면 가을과 봄철 강수량은 10년마다 각각 3.9㎜, 1.9㎜ 증가해 변화 폭이 크지 않았고, 겨울철은 오히려 0.9㎜ 감소했다. 문제는 집중호우 추세의 강화이다. 일정 기간에 특정 지역에서 내릴 수 있는 최대 강수량을 의미하는 가능최대강수량은 2013년까지는 915.5㎜이지만 2100년에는 1천30.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이렇게 점차 증가하는 집중호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하천 범람, 산사태, 침수 등을 통해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호우 사전대비가 매우 중요하다.사전대비를 위해서는 우선 집중호우가 예보됐을 때에는 저지대와 상습침구지역, 산사태 위험지역의 주민은 주민센터나 시·군·구청에 연락해 대피장소와 비상연락방법을 미리 알아두고, 하천에 주차된 자동차도 안전한 곳으로 이동 주차하도록 한다. 또한, 배수로 등에 이물질로 막혀 있지 않은지 사전에 점검한다.집중호우가 시작된 후에는 불어난 물로 인해 감전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가로등이나 신호등, 고압전선 근처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침수된 지하차도와 도로는 우회해야 하고 교량이 물에 잠겼을 때나 하천수위가 높아졌을 때도 무리해서 건너지 않아야 한다. 산과 계곡의 야영객, 등산객은 계곡이나 비탈면 가까이 가지 않고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집중호우가 지나간 뒤에도 주변의 피해요소를 확인하고 안전신문고나 가까운 주민센터에 신고해 2차 피해를 예방한다.자연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집중호우를 비롯한 위험기상 앞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젠 스마트폰에서 위험기상정보를 받아보자!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내 주변의 위험기상정보를 빠르게 확인해 나와 우리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평소 나의 가정과 직장에서 재해위험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작은 습관이 큰 불행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방터골 생활/ 남진원

매미가 소란 떨어 더 짙은 녹색의 숲/때 아닌 소나기가 무위를 씻어냈다/앞 냇가 맑은 물소리 경전보다 더 희다//길섶에 도라지꽃 고향의 품안 같다/털 고운 강아지는 졸음에 들었는가/사방이 평화로우니 여기가 곧, 화엄장//해 뜨고 해가 지니 날마다 고마운 날/어둠 속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노라면/영화는 한낱 남루라, 누구라도 알겠다「시조21」(2021, 여름호)남진원 시인은 강원 정선 출생으로 1980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무소유의 냄새’ 외 다수가 있다. 그는 1976년 삼척군 탄광촌이 있는 학교에서 근무할 때 쓴 시조 ‘늦겨울 아침’으로 월간 ‘샘터’ 시조상 1석으로 뽑혔다. 그 때 가작 2석은 필자가 쓴 ‘새벽 산길’이었다. ‘늦겨울 아침’은 햇살이 눈을 밟고 달려오는 이 아침 지붕엔 토록 토록 겨울이 헐리는데 볕 묻은 흙담 밑에선 봄은 자리 트는가, 라는 아주 감각적인 단시조였다. 참으로 오래 전 이야기다. 시인은 문학과 함께한 반백년 동안 고통 속의 삶이었지만 호기로웠다고 고백하면서 신앙보다 강한 문학을 통해 참다운 행복과 영원한 삶을 노래할 수 있게 된 점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실이라고 ‘시조21’ 2021년 여름호 ‘소시집의 얼굴’ 시작노트에서 적고 있다. 깊이 공감이 가는 말이다. 하늘은 달을 띄워 보냈지만 눈 감고 어둡다고만 하다가 이제 달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면서 조용히 흙을 벗하며 세월과 함께 하겠다고 한다. 동심에 뿌리내린 무균질의 사유라고 평가 받는 그대로의 시풍이 작품 곳곳에서 얼비친다.그런 삶의 모습이 ‘방터골 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매미가 소란 떨어 더 짙은 녹색의 숲에 내린 때 아닌 소나기가 무위를 씻어내어 앞 냇가 맑은 물소리 경전보다 더 흰 것을 느낀다. 길섶에 도라지꽃은 고향의 품안 같고, 털 고운 강아지는 졸음에 들었으니, 사방이 평화로워져서 여기가 곧, 화엄장이라고 한다. 그리고 해 뜨고 해가 지니 날마다 고마운 날이어서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는 한낱 남루라는 사실을 누구라도 알겠다고 말한다. 무위를 씻고 물소리에서 흰 경전을 읽으면서 고마운 날이 연이어지니 실로 화엄장에 든 느낌일 것이다. 아울러 영화로운 일들이 모두 남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진술이 담백하게 읽힌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고즈넉함이 행간에 가득하다.그는 ‘개구리 우는 밤’에서 시골 살이 더 바빠라 파종하니 어둑하네, 라면서 문을 다 열어놓고 자신이 허공처럼 앉았음을 느낀다. 개구리 소리를 들으면서 더는 그 무슨 부귀를 구할 일이 없음을 진솔하게 토로한다. 또한 ‘노을’에서 마당이 환해 문 열고 나가 보니 노을이 은은해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자 인품도 이리 닮으라는 뜻으로 자연이 그림으로 그렸을까 하고 반문한다. 그뿐이 아니다. ‘어떤 재미’에서 우주가 뜻 그대로 거대한 허공 그물인데 분별은 본디 없어 출렁임 없는 데도 늘 오늘, 미혹에 걸려 출렁이는 재미까지 느끼는 경지에 이르고 있다. 사람인지라 어찌 미혹에서 쉬이 벗어날 수가 있을까? 그래서 시의 화자는 미혹에 걸려 자신이 잠시 출렁일 때 묘한 재미를 느껴서 요 재미, 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강릉 방터골이라는 시골에서 그는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 몹시도 평화로워 보인다. 자신이 사랑하는 시와 늘 함께 하기에 그 기쁨은 배가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 미혹의 출렁임 속에서 남모를 재미를 맛보며 숲과 물소리, 별과 달 함께 지내니 날마다 고마운 날이어서 무장 행복한 삶이 아닐 수 없겠다.이정환(시조 시인)

진실게임, 학력 저하의 원인

김시욱에녹 원장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모든 사람이 일상생활에 대한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접종 이후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사망자 수가 250명을 웃돌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가 1건이라는 점은 오히려 국민의 불신을 가중하고 있다. ‘11월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정부 발표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교육 부문에 대한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국 확진자 수 1천 명 미만인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2학기부터 전면 등교 수업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정부의 9월 국민전체 백신 1차 접종완료란 점에서 학생 감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제된 사실인 전 국민 백신 1차 접종완료의 실현이 불투명한 상태이기에 전면 등교수업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최근 국가 공식 통계로 ‘코로나발 학력 저하’가 최초로 확인됐다.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축소로 지난해 교과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으며 두 배 이상인 과목도 나타났다. 증가폭이 가장 큰 과목은 영어로, 고2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9년 3.6%에서 2020년 8.6%, 중3은 2019년 3.3%에서 2020년 7.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고2 수학으로 2019년 9%에서 4.5%포인트 늘어나 13.5%를 기록했다. 수치를 통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비대면 수업의 한계와 대면 학습 공간의 절대적 필요성이다.학생들의 문해력 부족을 보도한 기사를 보면서 웃픈(?) 현실에 절망감마저 든다. 경기도 모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에게 교사가 ‘너 이지적이다’라고 칭찬하니 불쾌한 표정을 짓더라는 사실이다. ‘이지’를 영어식(easy)으로 받아들여 ‘자신을 쉽게 보나’라며 불만을 나타내더란 것이다. 또 다른 일화는 ‘좀 고지식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칭찬으로 받아들이며 ‘고지식’을 지식이 많은 것으로 이해하더란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안타까운 우리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문해력 부족을 단지 독서의 부족으로만 몰아간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과 같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문해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이해하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과연 학력저하의 원인이 코로나19에 국한 되는 것일까? 역대 최악의 기록이란 점에서는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지난 정부 시절의 결과와 비교하면 쉽게 코로나19가 유일한 원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기초학력 미달비율의 등락은 있었지만 국·영·수 모든 과목에서 6%가 넘지 않았던 수치가 2017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교육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존재하지 않았던 2018, 2019년에도 수학 기초학력 미달이 10%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결코 코로나19가 학력 저하의 유일한 원인이거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방증이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학업 성취도 평가방식이 이전 중3, 고2 전체 학생이 치르던 것을 3%만의 ‘표집평가’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이 또한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표집평가로 바뀐 이후도 계속해서 미달 비율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교조와 진보 교육감들은 ‘일제고사 폐지’를 요구했다. 학교 서열화를 고착화하며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초등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모든 시험은 없어졌다. 중1년 동안의 ‘자유학기제’는 진로탐색이란 이름하에 교육격차를 늘리는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민들의 건강한(?) 아이들이 진로탐색을 하는 기간, 각 지역 교육특구에선 국·영·수 선행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회의 공정이 국가주도의 불공정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이다. 전인교육이라는 명분이 전인교육의 의미도 모르는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들을 제쳐두고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교육부의 현실인식이 안타깝다.

‘영호남 초광역 협력사업’ 정부의지 끌어내야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간 초광역 협력사업의 새로운 마스터플랜이 제시됐다.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내륙철도, 2038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등 양 지역 당면 현안들이 포함돼 있다. 대구·광주권 국민휴양원 조성, 에코하이웨이 친환경에너지 인프라 구축, 국립 탄소중립연구원 건립, 영호남 고대문화권 역사관광루트 구축, 달빛예술 힐링공간 확충 등도 추진될 예정이다.대구·경북·광주·전남 등 4개 시도는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대구·광주 연계협력권 발전 종합계획 변경안’ 공청회를 개최한다. 총 20조 원대의 종합계획안은 8개 프로젝트, 36개 단위사업, 86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4개 시도 협의회 심의를 거쳐 국토교통부 국토정책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이번 계획은 영호남 협력사업의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지난 2014년 수립된 계획을 획기적으로 수정보완한 것이다. 확정되면 영호남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교류와 협력을 통해 동반성장을 도모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영호남 균형발전과 경쟁력 회복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양 지역의 숙원인 달빛내륙철도는 지난 4월 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추가검토 대상으로 밀려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 김부겸 국무총리는 22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지금보다 더 원활한 교류가 가능하도록 인프라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재원 문제가 있지만 철도망 계획을 최종 심의할 때 지역의 절박한 이유를 전달하겠다고 밝혀 신규 사업에 추가될 여지를 열어 놓았다.철도망 계획은 이달 말 확정 예정이었으나 최종 결정이 7~8월로 늦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달빛내륙철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러나 경제성이 문제가 됐다. 달빛철도는 경제성만 내세우면 영원히 불가능하다. 영호남 화합과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타면제 등의 정책적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2038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26일 대구·광주 두 도시는 공동 유치를 선언했다. 조만간 공동유치위원회를 구성해 본격 활동에 나선다. 개최지는 오는 2028년 결정 예정이다. 정부의 개최 의지와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영호남 4개 시도는 이번 계획에 포함된 사업을 정부가 외면할 수 없도록 치밀한 실행계획을 수립하기 바란다. 그래서 주민들을 희망고문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수 화상병’ 비상…과수 피해 최소화를

‘과수 흑사병’으로 불리는 ‘과수 화상병’의 확산 추세가 심상찮다. 사과와 배나무 등에 주로 발생하는 과수 화상병이 국내 최대의 사과 주산지인 경북의 과수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경북도가 긴급 방제에 나섰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애 태우고 있다. 방역 당국과 농가가 피해 예방 및 방제에 더욱 힘을 쏟아 과수 화상병의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란다.경북도는 22일 44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도내 전체 사과 재배 농가 2만8천173곳(재배 면적 2만1천951㏊)에 예방 약제를 긴급 공급키로 했다. 이는 최근 안동 농가에서 경북 첫 과수 화상병이 발생,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특히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에서 과수 화상병이 확산될 경우 자칫 국내 사과 산업 전체가 붕괴될 우려가 높아 경북도가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경북에서는 지난 4일 안동시 길안면 한 사과 농장에서 과수 화상병이 처음 발생한 후 임하면, 일직면 등의 11곳의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현재 전국에서 450건 이상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확산을 막기 위해 피해 농장의 사과나무를 매몰 조치하고 있다. 또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정밀 예찰 활동을 벌이는 등 확산 방지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과수 화상병은 세균에 의해 사과·배나무 잎과 줄기, 과일 등이 검게 말라죽는 병이다. 벌 등 매개 곤충과 농기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감염된다. 6~7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특히 올해는 잦은 비로 세균 확산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사과와 배 나무가 화상병에 감염되면 농가는 속수무책이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데다 마땅한 치료 약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무서운 것이다.우리는 지난 2010년 안동 축산 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수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 처분 후 매몰하는 충격을 맛봤다. 그 아픈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과수 화상병으로 사과나무를 매몰하는 사태를 보고 있는 것이다.현재로서는 확산을 조기 차단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방역당국과 농가가 긴밀하게 협조해 방제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아직 효과가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예방 약제 살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예방 및 치료제를 속히 개발하길 바랄 뿐이다. 화상병 발병 시에는 인근 지역 확산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 과수원을 수시 예찰하고 농기구를 소독해야 한다. 당국과 농가는 피해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국가경쟁력을 바라보는 두 개의 눈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세계 64개국 중 23위. 스위스에 있는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가 발표한 2021년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로 지난해와 같다. 사전적 의미의 국가경쟁력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의 총체적인 능력을 말하는데, 수년 전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더군다나 코로나19 하에서의 평가라는 점까지를 고려한다면 상당히 고무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특히, 국내 경제 및 고용 부문에 대한 평가가 세계 5위권으로 다른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나게 평가받은 점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의 평가처럼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데에는 뛰어난 방역 성과와 국가재정의 힘이 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동시에 맞이한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도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것 또한 국가경쟁력 유지 원인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전체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아마도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낮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쉽게 느껴지겠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늘 우리의 약점으로 지적받아 오던 고질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 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한다. 무엇보다 국가경쟁력 평가의 핵심을 이루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부문 중에 정부 효율성이 34위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사전적이고 교과서적인 국가경쟁력의 개념에 따르면 기업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기업이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려면 거시경제나 제도 등의 운영에 있어서 공공부문의 효율성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정부 효율성이 주요 평가 대상이 된다. 그래서 국가경쟁력을 평가할 때 기업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즉 공공부문의 경쟁력이 같이 평가되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상보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상호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그런데, 기업 효율성이 40위권에서 20위권으로 개선되는 동안 정부 효율성은 현상 유지 혹은 때에 따라서는 크게 후퇴한 것이다. 20위권으로 평가된 재정과 조세정책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기업 여건이 49위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에 가까운 일이다. 공공부문의 약한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 개선에 걸림돌이 돼 온 것이라는 시장의 비판이 여태껏 끊이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이뿐만 아니다. 비록 전반인 평가는 타 부문에 비해 높게 나타났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인프라 부문도 개선할 여지가 크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을 만큼 뛰어난 과학 인프라에 시장과 밀접한 기술 인프라의 경쟁력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이 발현되기 어렵고 관련 기업이 제대로 육성되지 않는 점, 혁신과 이의 시장화를 선도할 뛰어난 인적자본의 육성과 보급을 위한 교육 및 관련 시스템의 기능부전 등과 같은 경제 사회적 인프라의 약점들 말이다.당연히 기업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과제들도 산적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노동시장의 효율성이나 생산성, 경영활동 효율성이 바로 그것들인데, 잘잘못과 찬반을 떠나 기업들 스스로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할 부문이다. 특히, 환경이나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인 요소들이 중시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시대에서는 기업의 행태가치를 높여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한편, 이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인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국가경쟁력이 발표될 때마다 순위 변동에 매몰돼 좋고 나쁨의 구분에만 관심을 두지는 않았는지, 혹은 누가 잘하고 못했는지 따지기에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그러다 보니 서로 책임 전가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국가경쟁력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 경제 규모에 어울리는 더 높은 국가경쟁력을 갖춰나가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코로나19와 교육, 발상의 전환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격차가 예상 밖으로 심각하고, 중위권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여러 기관에서 나왔다. 대입전형 방법과 수능 체제를 아무리 고쳐도 명문대 진학을 위한 사교육비 지출은 줄지 않고 있다. ‘2020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8만 9천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준으로 추산하면 연간 사교육비는 20조 원에 달한다. 실제 사교육비는 이보다 두 세배는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사교육비 과다 지출이 절대다수의 부모에게 주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투자에 비례한 성적 향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하면 된다’는 구호를 외치며 돈과 시간과 열정을 맹목적으로 낭비하고 있다.남의 말을 거두절미해서 지나치게 줄이거나, 순서를 바꾸면 그 말을 한 사람의 원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경우는 자주 발생한다. 말한 사람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경우에는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토마스 A. 에디슨의 말이다. 이 말은 누구나 피나는 노력을 하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뇌과학자 정재승은 “이 명언은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오히려 반대다”라고 말하며, 에디슨의 말이 잘못 전달된 과정을 설명한 적이 있다. 한 잡지사 기자가 “당신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에디슨은 “99% 노력이다. 많은 사람이 노력한다. 그러나 나에겐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1%의 영감이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에디슨이 ‘99%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1%의 영감’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기자가 에디슨에게 “선생님은 하루 18시간이나 연구실에서 일을 한다는데, 힘들지 않나?”라고 묻자, “나는 평생 단 하루도 일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다. 그건 모두 즐거움이었다.” 그는 1%의 영감만 떠오르면 99%의 노력은 별로 힘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에디슨에게 1%의 영감은 ‘몰입의 즐거움’이 가져다준 선물이었고, 그 영감을 구체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은 한없이 즐거웠고 그로 인한 피로는 거의 느끼지 않았다는 말이다. 영감은 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계속 노력할 때 어느 순간 영감은 찾아온다. 에디슨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그것을 기록했다. 그 노트는 3천400여 권에 달했다. 천재에게 영감과 노력은 동전의 앞뒤처럼 일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발명이나 예술적 창작 과정은 비슷하다. 시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줄의 영감이다. 시인은 번개처럼 스쳐 가는 그 짧은 영감을 붙잡아 한 편의 시를 완성한다. 그 과정에서 조사 하나, 낱말 하나를 두고 밤을 새우기도 한다. 그들은 창작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하게 받아들인다.우리는 가장 중요한 1% 영감의 순간을 만들고, 그것을 포착해 구체화하는 교육에 소홀하다. 무한한 인내심으로 주입식 강의를 들으며 계속 책상 앞에 앉아 있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영감과 성취감 없는 노력이 얼마나 허망하고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작은 영감, 작은 성취에서 몰입의 기쁨과 자신감을 얻는 경험을 자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청소년기에 어느 특정 분야에만 올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이 관심 분야를 더 잘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영감의 종류는 다르다. 그래서 전 과목 만점을 지향하는 현행 입시제도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뇌 기능은 감탄과 감동, 성취감을 통해 극대화된다. 뇌가 느끼는 최고의 쾌락은 성취감이다. 가장 가치 있고 오래가는 감탄과 감동은 자연의 신비와 경이, 훌륭한 음악·미술·문학 작품 등을 통해 온다. 한 치의 여유도 없는 각박한 삶에서는 이런 경험을 할 수가 없다. 이제 우리 교육은 끝없는 인내와 노력만 강조하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돈은 적게 들이면서도 부모·자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보다 생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기적인 고립과 단절이 역설적으로 자연과 예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영감의 순간을 더 많이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존재의 그늘/ 유시연

~ 귀향의 의미 ~…오래된 간장독이 광에서 나왔다. 아직도 간장이 맛있게 익고 있었다. 그녀는 씨앗간장으로 대물림할 거라고 했다. 뒤주 옆 항아리엔 소금덩어리가 결기를 품은 듯 빛났다. 그의 할머니가 사용하던 다듬잇돌도 출토되었다. 광과 개집을 헐고 담장을 부쉈다. 화장실을 고치고 보일러를 새로 놓았다. 묵은 생활용구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옛날엔 가난한 머슴들이 마을 아래쪽에 살았고 부자들이 위쪽에 살았다. 지금은 역전되었다. 윗마을은 도시로 나가는 바람에 황량하게 변했고 아랫마을은 딸기농사로 부자가 되었다. 두 사람은 3년 전 도보여행 중에 만났다. 폭풍우 속에서 서로 의지하다가 평생 함께 하기로 했다.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불안감을 갖고 있던 터에 그의 고향에 집이 있다고 해서 귀향하기로 했다./ 귀향한 다음날, 그와 함께 마을 인근을 둘러봤다. 산은 파헤쳐져서 붉은 흙이 드러났다. 대단위 분묘단지가 조성 중이었다. 바람과 볕이 잘 들고 전망 좋은 곳엔 무덤이 있었다. 사람은 음습한 저지에 살았다. 산 너머에서 바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개들이 몰려 사는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먹구름이 낀 어둑한 가운데 시커먼 바바리를 걸친 젊은 여인을 얼핏 봤다. 팔부능선에 머슴마을의 사당이 있었다. 사당은 죽은 자의 공간이었다. 언덕 위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서 있었다. 그곳에선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을 내려오다가 범상치 않은 노파를 만났다. 그의 어머니랑 담배친구라며 말을 걸어왔다. 귀신을 본다고 소문이 난 정신이 성치 않은 노파였다./ 미색보자기에 싸인 삼베 뭉치가 발견됐다. 그의 어머니가 쓰던 매끈한 다듬잇돌도 출토됐다. 집안에 묻힌 영혼의 흔적으로 인해 골머리가 아팠다. 버리자니 아깝고 그냥 두자니 찜찜했다. 집은 점점 난장판이 돼갔다. 마당에 서서 옛 물건들을 보며 낯을 찡그렸다. 갓 쓴 비석이 산 중턱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골목어귀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산길에서 만난 노파가 나타나 담배를 달라고 했다. 노파는 그녀를 죽은 딸로 여기고 목을 끌어안았다. 집에까지 동행했다. 그녀가 담근 매실까지 챙겨주자 노파는 무를 주겠다며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노파는 배를 무라며 주었다. 얼핏 봤던 시커먼 바바리 여인이 머리를 스쳤다. 노파와 닮았다./ 묘지관련 회의가 있다는 이장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산과 언덕이 점차 묘지로 채워져 갔다. 산 자도 때가 되면 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게 될 터, 삶이 양지에서 밀려나 음지로 이동하는 듯하다. 그는 옛 물건을 조상 유산이라며 잘 간수하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죽은 자의 것이라며 거부했다. 자신이 쓰던 물건이 누군가에겐 께름칙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녀는 플라타너스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곳곳에 엎드려있는 무덤들을 보았다. 사람들이 무덤을 만들고 있었다.…시골마을을 돌아보면 젊은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고래 등 같은 고대광실은 대개 죽은 자를 위한 사당이거나 재실이기 십상이다. 산과 언덕은 무덤과 납골당에 점령된 지 오래다. 양택은 줄어들고 음택은 누적적으로 늘어난다. 산 자에 의해 죽은 자들이 세상을 장악해가고 있다. 아이러니다. 산 자의 숫자마저 줄고 있는 현실이 암울하다. 삶은 무덤으로 가는 노정일 뿐일까. 수구초심이 태어난 종착지로 이끄는 현상이 귀향인가. 죽음의 의미와 삶의 정체성을 깊이 천착해 본다.오철환(문인)

/이슈추적-인사이드/ 대구에 최초 도입되는 노면전차 ‘트램’, 노선은 어디로?

대구시의 트램 도입 계획은 현재 노선을 어디로 할 것인지를 두고 주민들 간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민감한 현안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가 3년간의 타당성 용역 조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25일 공청회를 연다. 특히 공청회에서 트램 노선이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공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대구에서 처음 추진되는 노면전차인 트램 구상은, 2017년 대구 도심을 순환하는 4호선 계획을 발표할 때 처음 나왔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4호선 계획 자체가 구상 단계에 있었고, 예산 등 현실적 여건도 갖춰지지 않았기에 트램 도입 문제는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다 서대구역세권 개발 계획 발표와 함께, 서대구역을 4호선과 연결하는 방안으로 트램 시범노선 건설 계획이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시는 2018년 관련 용역을 발주했다.현재 트램 노선을 둘러싼 달서구와 서구의 갈등은 주민들과 구의회, 정치권까지 가세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구에서는 서대구로를 지나는 서대구KTX역~평리동~신평리네거리~두류네거리 노선을, 달서구에서는 와룡로를 지나는 서대구KTX역~서대구공단~죽전네거리 노선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서구 주민들은 “대구에서 교통편이 가장 열악한 곳이 서구다. 반드시 트램이 서대구로를 지나야 교통불편 해소, 지역균형발전 등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달서구 주민들은 “와룡로를 지나는 트램이 들어오게 되면 도시철도 1, 2, 3호선이 모두 연결돼 서구의 교통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최소 건설비용, 이용자 수 등 경제성 평가에서도 와룡로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청회는 막을 올리기도 전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시의 일방적 발표와 전문가 중심의 토론 방식으로는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될 뿐이라는 게 주민들의 불만이다. 이런 식이라면 노선이 어느 쪽으로 결정되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노선 갈등이 이처럼 장기화 된 데는 사실 그동안 여러 이유가 있었다. 서대구역이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외곽지에 위치한 탓에 처음부터 시민들의 접근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큰 과제였다. 또 2019년 12월 대구시청 신청사 이전지가 두류정수장 터로 확정된 이후에는 신청사와 서대구역을 한 노선으로 트램과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트램 도입 계획은 먼저 주민공청회에서 노선이 발표되고 나면 이후 시의회 의견 청취, 국토부 승인 절차 등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슈추적/ 대구경제 다시 일으킬 서대구역세권개발 사업

대구의 동·서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재도약의 디딤돌이 될 거란 기대 속에 추진 중인 서대구역세권개발 사업에 최근 희소식이 들렸다. 그동안 사업 추진에 리스크 요인이 될 거란 우려을 낳았던 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투자심사 절차에 대해 정부가 면제 결정을 한 것이다.이에 따라 전체 사업 일정이 최소 1년 이상 단축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고, 대구시도 이에 맞춰 사업 일정을 애초 계획보다 앞당겨 추진할 거란 소식이다. 우선 도시개발계획과 서대구복합환승센터개발계획 착수가 올해 하반기께로 앞당겨지고, 이어 도시개발계획과 복합환승센터개발계획 수립이 2023년 상반기께 가능해지리란 예상이다. 이렇게 일정이 빨라지면 2023년 하반기께는 서대구역사 남측 구역에서 사업의 첫 삽을 뜨는 것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애초 계획상으로는 공사가 2025년께 시작해 2027년께 마무리될 예정이었다.공사 일정 조정과 함께, 행정절차 단축은 사업 성공의 핵심 요소인 민간투자자 유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사업비가 14조4천억 원이나 투입되는 서대구역세권개발 사업은 애초 민간투자자들이 사업비의 31%를 책임지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민간투자자 유치는 사실상 사업의 성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라고 할 수 있다.대구시는 2019년 9월 서대구역세권개발 사업을 발표했지만, 기대와 달리 민간투자 부문에서는 그동안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절차 단축 소식은 지금까지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봤지만 참여는 망설여 왔던 민간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적극성을 띄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대구시 역시 이런 분위기 반전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이전보다 유치 활동에 더 적극성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차 협상대상자로 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한 시는 앞으로 앵커시설 사업자 선정 등, 사업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당장 하반기부터 투자유치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시는 지난해 서울에서 대규모 기업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그러나 여전히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만만치는 않다. 민간자본 유치 부문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도 큰 성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이 부문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철저하고 세밀하게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또 서대구역과 도심을 연결하는 교통망도 교통수단과 노선 등을 포함한 종합적 설계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요 연결 수단으로 발표한 트램의 경우 언제쯤 실제 운행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시내버스 등 다른 접근 수단에 대해 준비가 필요한 까닭이다. 서대구역은 오는 12월께 개통식을 앞두고 있다. 이달 말 역사 준공에 이어 다음달부터는 시운전에 들어간다.◆ 행정절차 단축으로 사업에 속도 붙나대구시는 지난달 31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 과제선정위원회 심의 결과, 서대구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중앙투자심사가 면제됐다고 지난 8일 밝혔다. LIMAC의 타당성 조사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투자심사 대상 신규 사업의 경제성, 정책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받기 직전에 진행된다. 조사 기간이 1년 이상 되는 데다 그 결과에 따라 행안부 중앙투자심사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사업 추진의 리스크로 간주돼 왔다.이번 행정 절차 단축으로 서대구역세권 개발 사업은 계획보다 1년 이상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게 됐다. 빠르면 올해 11월께 도시개발계획과 서대구복합환승센터개발계획이 착수될 것으로 보이고, 2023년 하반기께는 한전부지 등 서대구역사 남쪽 구역에서 착공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또 토지 보상에서도 시에 이익이 될 거란 예상이다. 1년 정도 기간이 단축되면서 지가상승에 따른 토지상승분을 부담할 필요가 없어져 490억 원 정도 줄일 수 있으리란 것이다. 한편 LIMAC는 서대구역세권 개발사업을 비조사 대상 사업으로 해 주는 대신, 시가 SPC(특수목적법인) 출자금 외에 부지 조성 사업에 추가 시비를 투입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단서로 붙였다.◆ 서대구역세권 개발사업 뭔가오는 12월 개통하는 서대구역은 대구 경제의 85%를 맡고 있는 서남부권 기업인과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역으로, 앞으로 동대구역과 함께 대구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서대구역을 중심으로 이 일대에서 진행될 대구시의 서대구역세권 개발사업은 달서구와 서구는 물론이고, 대구 전체에 새로운 동력이 될 거란 기대다.2019년 9월 권영진 시장이 발표한 이 사업에는 2030년까지 국·시비 9조1천945억 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14조4천357억 원이 투입된다. 서대구역을 중심으로 인근 98만8천㎡에서 추진되는 서대구역세권 개발사업은 민관공동투자개발구역과 자력개발유도구역, 친환경정비구역 등으로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눠져 단계별로 진행된다.이 중 민관공동투자개발은 66만2천㎡에 복합환승센터와 공항터미널, 공연문화시설을 집적화하고 기존 하폐수처리장 3개를 통합 지하화해 그 위에 친환경 생태문화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이 일대에는 첨단벤처밸리와 돔형 종합스포츠타운, 주상복합타운 등도 들어서게 된다.자력개발유도구역은 16만6천㎡ 규모로 민간이 주도해 생활 여가 및 주거 기능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된다. 또 16만㎡의 친환경정비구역에는 2030년까지 공공시설의 정비와 이전을 끝낸 뒤 주상복합타운이 개발된다.시는 또 이 일대를 영남권 내륙철도의 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서대구고속철도, 대구권광역철도, 대구산업선철도, 대구경북통합신공항연결철도,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대구·광주달빛내륙철도 등과의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이 사업은 고용창출 12만 명, 생산유발효과 24조2천499억 원, 부가가치효과 8조4천609억 원의 경제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대구시의 추산이다. 현재 서대구역 일대는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꽃나무 부도/ 박권숙

수억 광년 전에 죽은 별이 아직 빛나듯이/다비를 끝낸 꽃이 마지막까지 붙든/찬란한 꽃의 일대기가 밤이슬로 멎어 있다//가장 몸을 낮추어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설산의 순례자가 불가해의 길을 내듯/저렇게 꽃은 나무를 관통한 빛이었다//목조의 붐 한 채를 축조해낸 꽃나무들/꽃 진 자리 봉안된 다라니경 베껴 쓰다/덜 마른 필묵 자국이 밤이슬로 멎어 있다「문학청춘」(2021, 봄호)박권숙 시인은 1962년 경남 양산 출생으로 1991년 중앙시조백일장 연말 장원으로 등단했다. 시조집 ‘겨울 묵시록’, ‘객토’, ‘시간의 꽃’, ‘홀씨들의 먼 길’, ‘모든 틈은 꽃 핀다’, ‘뜨거운 묘비명’ 등이 있다. 그는 지난달 11일 이 땅의 삶을 다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소천한 사실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신록이 초록빛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싱그러운 유월의 어느 한낮 금정산 자락에서 두 손으로 시집을 받쳐 든 채 햇살보다 더 환하고 싱그럽게 웃고 있는 눈부신 영정사진 속의 시인, 천사의 모습을 한 시인을 숙연히 그려본다. 그는 하늘이 허락한 천부적인 문학적 재능이 꽃봉오리는 맺었지만 흐드러진 만개함으로 그 절정을 다 누리지 못하고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실로 그에게 시조는 또 하나의 신앙이었고, 끝까지 그의 삶을 지탱케 하는 불굴의 힘이었다.‘꽃나무 부도’는 그가 마지막으로 지면에 발표한 작품이다. 수억 광년 전에 죽은 별이 아직 빛나듯이 다비를 끝낸 꽃이 마지막까지 붙든 찬란한 꽃의 일대기가 밤이슬로 멎어 있다, 라고 노래하고 있는 첫수에서 그가 무언가를 감지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부도는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한 묘탑인데 어쩌면 작품 제목을 ‘꽃나무 부도’라고 했을까? 첫수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나타나고 있어서 더욱 애절하게 읽힌다. 가장 몸을 낮춰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설산의 순례자가 불가해의 길을 내듯 저렇게 꽃은 나무를 관통한 빛이었다, 라는 둘째 수에서 받는 심리적 충격도 크다. 목조의 붐 한 채를 축조해낸 꽃나무들 꽃 진 자리 봉안된 다라니경 베껴 쓰다 덜 마른 필묵 자국이 밤이슬로 멎어 있다, 라면서 첫수 종장 후구가 셋째 수 종장 후구에 다시 쓰인 점이 눈길을 끈다. 시인은 의미망으로나 미학적으로도 잘 직조된 이 작품을 쓰면서 자신의 종언을 은연중 예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이채로운 이미지의 시어들이 서로 조밀하게 꿰맞춰져 있어 거듭해서 읽는 동안 마음이 울컥해진다.오래 전 그가 쓴 시조 ‘종말이 화사하다’를 찾아 읽는다.마지막 꽃을 참하고 완결한 적막처럼//날아가 버린 것이 새 뿐이 아니라면//유정한 마침표 하나 세상 밖으로 던져진다//대낮에도 눈 부릅뜬 별이 다 보고 있다//낭자한 빛의 여백 낙화가 여닫을 때//꽃보다 만발한 허공 종말이 화사하다마지막 꽃, 완결한 적막, 새, 유정한 마침표, 눈 부릅뜬 별, 낭자한 빛의 여백, 낙화라는 이미지가 연첩되다가 둘째 수 종장에서 꽃보다 만발한 허공 종말이 화사하다, 라고 끝맺고 있다. 참 아픈 구절이다.그는 신산의 세월을 꿰뚫고 혼신을 다해 시혼을 불태우며 창작의 길을 걸었다. 그리해 많은 명작을 남겼다. 그의 시조 세계는 남은 자들의 몫이 돼 연구 대상이 될 것이고 인구에 길이 회자할 것이다. 그가 보내온 다수의 육필 편지를 기억하며, 달포 전 직접 밝은 목소리로 통화했던 일을 떠올린다. 영영 추억이 돼버렸다. 이제 그는 스스로 노래한 것처럼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그를 마음 깊이 기린다.이정환(시조 시인)

장마철 대형 교통사고 예방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박명식상주경찰서 교통관리계장곧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된다. 가물었던 대지에 물을 공급해주고, 미세먼지 가득한 대기에는 정화자 역할을 해인간에게 이로운 장마지만 동시에 사람을 큰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홍수,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나 빗길 교통사고와 같은 끔찍한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자연재해는 인간의 예상과 예측 범위를 벗어나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충분한 대처나 예방이 어렵다. 그러나 빗길운전 같은 경우는 왜 위험할 수밖에 없는지 그 원인을 알고 미리 대처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빗길 운전이 위험한 이유는 맑은 날에 비해 시야 확보가 어렵고,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제동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비가 내리는 날 제동거리가 늘어나는 원인은 타이어가 도로에 고인 물에 떠서 구르는 ‘수막현상’ 때문이다. 이러한 수막현상은 물이 고인 도로 위를 고속으로 주행하는 경우나 마모된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은 채 주행하는 경우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따라서 빗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타이어의 마모상태를 잘 확인한 후 노후된 타이어는 제때 교체하는 것이 좋다.최근 5년간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이 사고 100건당 2.25명으로, 맑은 날보다 30% 이상 높았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소 빗길 사고 예방법에 관해 운전자들의 관심과 학습은 반드시 필요하며, 실천 또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가장 완벽한 빗길 교통사고 예방법은 안전 운전 뿐이며, 빗길 안전 운전을 위해서는 운전자가 지켜야 할 몇 가지 수칙이 있다.장마철 빗길에서는 평소보다 20% 이상 감속하고, 앞차와의 거리도 평소보다 2배 이상 확보해야 하며, 제동할 때는 브레이크를 여러 번 나눠 밟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이 밖에도 타이어 공기압이 낮으면 배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10%가량 공기압을 높여주고, 시야 확보를 위해 차량 유리창에 빗물이 잘 흘러내리도록 발수코팅제를 바르고, 브레이크 패드와 와이퍼 등도 장마철 전에 미리 점검해야 한다.또 다른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차량의 움직임을 알릴 수 있도록 전조등을 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천재(天災)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 예방이 어렵다고 하지만 인재(人災)는 평소 작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매년 반복되는 장마철 빗길 대형 교통사고예방을 위해 올해부터는 달라진 마음가짐과 준비상태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길 바란다.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 지금 당장 차량 타이어 마모상태부터 점검하는 작은 실천으로 대형 교통사고 예방에 다 같이 동참하자.

감동호르몬 다이돌핀 가득할 날은?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직업상(?) 맥주를 자주 마시는 편이다. 국내 소규모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수제맥주 뿐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되는 맥주도 종류별로 마셔본다. 때로는 맥주 수입회사에서 시음후기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으니 꽤나 자주, 스타일별로 다양한 맥주를 마신다고 할 수 있겠다.수입되는 맥주 중에서 가끔 한 번씩 캔 맥주 본래의 이름을 흰 종이로 붙여 보지 못하게 가려서 국내에 출시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수입된 ‘유 캔트 핸들 더 주스(YOU CAN’T HANDLE THE JUICE)’라는 캔 맥주가 그랬다. 캔의 라벨에서 ‘주스(JUICE)’라는 단어를 흰 종이로 가리고 나서 유통시켰다. 아마도 내용물은 맥주인데 주스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미성년자들이 헷갈릴 우려가 있어서일 것이다.미국에서 ‘도파민(Dopamine)’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맥주가 수입될 때도 그랬다. 유성 매직펜으로 도파민 글자를 덧칠하고도 모자라 그 위에 흰 종이를 붙여 완전히 가리고 나서야 통관이 됐다. 도파민은 행복감과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중독성 강한 호르몬 중의 하나이다보니 식약청에서 부적당한 이름이라고 본 모양이다.그런데 따지고 보면 맥주를 찾게 되는 이유도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 미국 인디애나의과대학 연구팀이 성인 남성 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두 차례의 실험결과가 흥미롭다. 이온음료 15㎖와 맥주 15㎖를 각각 마시고 15분 뒤 뇌 활동을 촬영한 결과 이온음료를 마셨을 때보다 맥주를 마셨을 때 뇌 속 도파민 생성이 더 늘어난 것을 확인한 것이다. 15㎖라는 매우 적은 양의 맥주 속 알콜에도 도파민이 생성된다는 것은 알콜이 아닌 맥주 자체의 맛만으로도 도파민 분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달리 표현하면 맥주의 알콜 성분 때문이 아니라 맥주 자체의 맛이나 향만으로도 도파민이 생성돼 맥주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도파민 외에 엔도르핀은 재미와 즐거움을, 세로토닌은 흥분시키는 기능을, 옥시토신은 신뢰감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의학계에서는 행복과 관련된 이들 호르몬이 부족하면 우울감과 불안감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반면, 뇌에서 충분한 양의 이들 호르몬이 분비되면 암을 치료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말한다.몇 년 전, 의학계는 엔도르핀보다 4천 배의 치료효과가 있는 ‘다이돌핀(Didorphin)’이라는 호르몬을 발견해냈다. 다이돌핀은 주로 무엇인가에 감동 받았을 때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도파민이 쾌감 호르몬이고, 엔도르핀이 행복 호르몬이라면 다이돌핀은 감동 호르몬인 셈이다.다이돌핀은 큰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받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감동에서 분비된다. 최근 SNS에 많이 올라오는 황홀한 일몰 풍경을 볼 때라든지,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사랑에 빠진 상대에게서 작은 선물을 받을 때도 다이돌핀은 생긴다.그렇다면 온 국민이 다이돌핀을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지난 4월 국제 구호개발 NGO(비정부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에 위촉된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나에 대해 좋은 일을 하면 도파민이, 타인에게 좋은 일을 하면 도파민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세라토닌이 함께 분비되는데, 홍보대사로 참여하니 도파민과 세라토닌, 옥시토신이 폭발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남을 위한 나눔과 희생이 가장 큰 감동 아닐까 싶다.하지만 요즘처럼 뉴스만 들으면 “욱!”하고 치받치는 상황에서는 감동받을 만한 일이 그리 흔치않다는 게 문제다. 들리는 소식이라고는 어둡고, 우울하고, 답답한 뉴스뿐이다. 감동을 받을 만한 잔잔한 미담조차 드물다.젊은층의 일자리걱정은 여전하고, 희망없는 이들의 주식투자, 가상화폐 투기의 부작용만 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 문제에 교육문제, 부동산 문제까지 첩첩산중이다. 그렇다고 정치판이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희망은 일상 속 작은 감동의 물결이다. 작은 물결이더라도 자주 일렁이다 보면 언젠가는 도파민 뿐 아니라 다이돌핀까지 듬뿍 분비시켜주는 날이 오지 않겠나.